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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Oct 30. 2022

9.2 해독제 개발

제9장 : 태평성대



9.2 해독제 개발



  여기서 시선을 잠시 돌려 자격을 박탈당한 의참이는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자.

  지난번 감사에서 자격을 박탈당한 의참이는 한동안 두문불출(杜門不出)하였다. 처음에는 화도 나고 자괴감도 들었지만, 시간이 남아서 쉬면서 명상도 하다 보니 차츰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 세상사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생각하고 금수강산(錦繡江山)요산요수(樂山樂水)하며 유람하고 돌아왔다. 

  하루는 툇마루에 앉아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쉬는데 까치가 복어를 물고 가는 것이 보였다.

*두문불출(杜門不出) : 집에만 있고 바깥출입을 아니 함.

*제행무상(諸行無常) : 우주의 모든 사물은 늘 돌고 변하여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아니함.

*금수강산(錦繡江山) :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산천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산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요산요수(樂山樂水) : 산수(山水)의 자연을 즐기기 좋아함.

*유유자적(悠悠自適) : 속세를 떠나 아무 속박 없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삶.

  “어허 저것 봐라! 저거 독이 있어 먹지도 못하는 복어를 까치가 어디에 쓰려고 물고 가지?” 의참이는 참으로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혹시? 설마 그걸 거기에 사용할까?”

  의참이는 즉시 비밀리에 조사에 들어갔다. 까치가 복어를 물고 가는 곳은 여명 까치 공장이었다.

  “아하! 그거였구나!”

  인간들이 술을 많이 먹었을 때 해장하러 복국 집으로 가는 것을 자주 보았다. 마지막에 풀리지 않았던 의문의 성분은 복어독이 틀림없을 것 같았다. 분석해 보니 양상군자의 <정신 말짱>에 밝혀지지 않은 성분도 복어 독이었다.

의참이는 즉각 복어 독의 알코올 분해 능력을 시험하고 분석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러나 이게 얼마나 위험한 성분인가! <정신 말짱>은 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문제가 없었다. 의참이가 보기에 쥐는 포유류이고 참새는 조류인데 그 유전적인 성격도 다르고 쥐는 독극물에 노출된 빈도가 높아서 더 내성이 생긴 것 아닌가 생각되었다.

  의참이는 실패한 <참 컨디션>의 성능 업그레이드 작업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복어 독을 추가하는 방안도 생각했으나 위험해서 포기했다. 박학다식(博學多識)한 의참에게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었으니 오가피나무 추출물을 첨가하는 것이었다. 전에 인간들이 간에 좋다고 오가피나무 엑기스를 만들어 먹는 걸 보았었다. 간에 좋다는 것은 결국 간 기능을 강화해 알코올 분해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결과는 생각보다도 탁월했다.

*박학다식(博學多識) : 학식이 넓고 아는 것이 많음.


  의참이는 <여명 까치>와 <정신 말짱>에 복어 독이 들어있어 위험하다. 라고 떠들고 다녔다. 복어 독이 위험하다는 소문은 ‘발 없는 말 천 리 간다’라고 온 세상에 급속히 퍼졌다.

  조류 언론에서도 난리가 났다. 복어의 독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여기저기서 집중적으로 다뤘다. 대학교수와 의사들이 방송에 나와서 복어 독의 위험성에 대하여 설명했다. <참새 국립과학 연구소>에서는 상세한 성분 분석이나 시험 과정도 거치지 않고 <여명 까치> 판매 중지를 명령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문책이 두려워 조치부터 취하고 말았다. 그러나 일반 국민 참새들은 만약 당장에라도 알코올 중독이 되면 어찌해야 하느냐고 불안해했다. 

  <까치공화국>에서는 임상시험에서 문제가 없었고, 판매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문제가 없었는데 판매 금지는 부당하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한번 내린 결정을 철회할 리 만무하였고, 참새들은 더는 <여명 까치>를 찾지 않았다. <여명 까치>는 <까치공화국>에서만 팔리니 하루아침에 매출이 1/3로 줄었다. 

  이 틈을 타서 의참이는 오가피 엑기스를 추가한 <참 컨디션 플러스>를 발표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여명 까치>의 복어 독이 이슈가 된 상황에서 <참 컨디션 플러스가> 대체 약품으로 나오자 제품이 없어서 못 파는 정도까지 되었다. 

  이제는 역으로 <까치공화국>에서도 <참 컨디션 플러스>를 수입해 갔다.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일확천금(一攫千金)을 노리고 매점매석(買占賣惜)하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의참이는 생산량을 늘리고 가격을 30% 낮춰서 공급했다. 매점매석(買占賣惜)했던 악덕 상인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일확천금(一攫千金) : 단번에 천금을 움켜쥔다는 뜻으로, 힘들이지 아니하고 단번에 많은 재물을 얻음을 이르는 말.

*매점매석(買占賣惜) : 물건 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여 한꺼번에 샀다가 팔기를 꺼려 쌓아 둠. 사재기.


  의참이는 <참 컨디션 플러스>로 돈방석에 앉았다. 의참이가 돈을 많이 벌어들이니 의사협회에서도 ‘올해의 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해서 상을 주었다. 

  전에 그렇게 비판하던 매스컴에서는 서로 먼저 인터뷰하겠다고 경쟁을 벌였다. 방송에서는 특집까지 편성해서 대대적으로 방송했다. 

  <참새민국> 정부에서도 ‘국민 훈장 목련장’을 수여하고,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이름이 실렸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가장 닮고 싶은 참새는 누구인가?’ 여론조사에서 그동안 수위에 있던 용참 대통, 외참 장관, 공참 장관을 제치고 1위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의참이는 세상 민심이란 게 조변석개(朝變夕改) 즉, 하루아침에도 돌변하는 것이니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이니 욕심을 버리고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삶을 살기로 했다.

*조변석개(朝變夕改) : 아침저녁으로 뜯어고친다는 뜻으로, 계획이나 결정 따위를 일관성이 없이 자주 고침을 이르는 말.

*일희일비(一喜一悲) : 한편으로는 기뻐하고 한편으로는 슬퍼함. 또는 기쁨과 슬픔이 번갈아 일어남.

*인생무상(人生無常) : 인생이 덧없음.

*상선약수(上善若水) :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으로, 노자의 사상에서, 물을 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여기어 이르던 말.


  의참이는 번 돈의 90%를 사회 환원하기로 마음먹고 <의참 장학회>를 만들었다. 돈이 없어 배우지 못하던 1,000마리의 참새가 매년, 이 장학금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혜택을 보았다. 공부 잘하는 참새 100마리를 선발하여 <까치공화국>에 석 박사 과정 유학도 보냈다. 

  그동안 의참이를 비난하던 언론과 국민의 여론도 완전히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정계와 대학에서도 영입 제의가 있었으나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고 모두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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