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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Oct 30. 2022

9.1 피해보상

제9장 : 태평성대



9.1 피해보상



농민들은 참새와 까치가 곡식 농사는 물론 과수 농사까지 망치고 있으니 정부는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 달라고 요구했다. 

  농부들의 불만은 높아만 갔다. 농민들은 연일 항의 집회를 열었다. 그들도 ‘우는 아이 젖 준다’라고 믿는 것 같았다.

  한편에서는 환경단체(環境團體)가 중심이 되어 까치와 참새 유해조수(有害鳥獸) 지정 해제와 상생대책 촉구 집회를 시청 앞과 국회 앞에서 열었다. 

  매스컴에서도 이 부분에 주목하고 연일 전문가 그룹을 초빙해서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양 진영은 타협이 없이 초지일관(初志一貫) 자기주장만 고수하여 평행선을 달릴 뿐이었다. 정부에서도 대책을 세운다고 동분서주(東奔西走)했으나 양쪽 진영 모두를 만족할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초지일관(初志一貫) : 처음에 세운 뜻을 끝까지 밀고 나감.


  농민단체 측의 의견은 이러했다.

  참새와 까치에 의한 농작물과 과수 피해가 엄청나서 수확량이 15% 이상 줄었다고 했다. 거기에다가 FTA 때문에 농산물 값마저 폭락해서 농가의 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면서, 이대로 가면 전체 농가가 파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의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참새와 까치를 유해조수(有害鳥獸)로 지정하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규탄했다. 지금처럼 계속하면, 참새와 까치도 따오기나 황새처럼 멸종할 것이라 주장했다. 텃새마저도 살 수 없는 환경은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는 환경인데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환경보호(環境保護)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선을 끄는 주장이 있었으니, 환경단체의 홍보를 맡은 홍보경 박사의 주장이었다.

  홍 박사의 주장은 ‘이 땅의 주인이 인간이 맞느냐?’라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였다. 홍 박사는 새들이 인간보다 먼저 이 땅에 살았고, 한동안 아니 50년 전까지만 해도 공존하고 살았는데, 인간들이 환경을 황폐화하고 새들의 터전을 빼앗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들이 오히려 새들에게 사용료를 내야 하는데, 이제는 자리를 내쫓는 횡포에다가 총까지 쏘아대니 문제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농민단체에서는 그런 주장은 지록위마(指鹿爲馬)에 불과하다며 미물인 새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을 동일시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지록위마(指鹿爲馬) :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으로, 모순된 것을 끝까지 우겨서 남을 속이려는 짓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홍 박사는 국회 환경분과 소속의 이자연 국회의원을 만나 새들이 안전하게 서식하고 인간과 공존할 수 있도록 환경보존법을 입법해 달라고 요청했다. 무언가 확실한 아이디어가 없는 이 의원의 고민은 깊어갔다. 이 의원의 머리에서는 홍보경 박사의 요청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새들과 인간의 공존! 과연 공존을 위한 답은 있는가? 

  이 의원은 마침 같은 부대 한 내무반에서 함께 하며 동고동락(同苦同樂)한 군대 동기인 절친 박농심 의원을 만났다.

*동고동락(同苦同樂) : 괴로움도 즐거움도 함께함.

  박 의원도 고민이 있었다. 지역구의 농민단체로부터 유해조수(有害鳥獸) 피해보상에 대하여 조처해 달라는 압력을 받고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었다.

  “야! 박 의원 요즘 잘 나가던데, TV에도 하루에 몇 번씩 얼굴이 나오던데……. 아예 탤런트로 나서는 건 어때? 이렇게 얼굴도 알려지고 인기도 있는데 그만 고르고 장가가야지?”

  “에이 이 사람 농담은, 이 의원 나 좀 살려주게! 나 지금 미칠 지경이야! 이번 유해조수(有害鳥獸) 피해보상 문제를 해결 못 하면 결혼은 고사하고 다음번엔 낙선이야!”

  “무슨 소리, 내가 할 말을 자네가 하네그려! 오비삼척(吾鼻三尺)이라고 ‘내 코가 석 자’라네. 환경단체 등쌀에 나도 죽을 지경이야. 하루에 독촉 전화만도 20여 통을 넘게 받는데 답이 없어 미칠 지경이네.” 이자연 의원이 답답하다고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미간을 찡그렸다.

  *오비삼척(吾鼻三尺) : 내 코가 석 자라는 뜻으로, 자기 사정이 급하여 남을 돌볼 겨를이 없음을 이르는 말.

  “아이고야 말도 말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FTA인지 뭔지 때문에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야!” 이번엔 박농심 의원이 가슴을 치며 말했다.

  “자네 지금 무슨 소리 했나? 방금 FTA라고 했나?” 이 의원이 대경실색(大驚失色)해서 물었다.

  *대경실색(大驚失色) : 몹시 놀라 얼굴빛이 하얗게 질림.

  “그래, FTA 때문에 농산물 수입이 늘어서 피해를 본다고 보상하라는 거야.” 박 의원이 하소연하듯 말했다.

  이 의원은 그 소리를 듣고 큰일 났다 싶었다. 그러지 않아도 협상이 잘 안 되어 골치가 아픈데, FTA 때문에 <농촌 살리기 단체>에서는 더 강하게 나올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 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명약관화(明若觀火) : 불을 보듯 분명하고 뻔함.

  “이봐 박 의원 그러지 말고 우리 조금씩 양보해서 절충안을 좀 만들어 보자고!”

  “뭔가 좋은 방안이 있는가? 이건 어떡하든, 농민들에게 보상을 해 주어야만 해결이 가능한 일이야!”

  “보상해준다? 보상을 해 준다는 것은 까치와 참새의 활동을 보장해준다는 의미 아닌가? 그럼 되었다!” 이 의원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다. 이 의원의 머릿속에 뭔가 묘수가 떠오른 듯했다.

  “이봐, 박 의원 농민들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15%이니까 그렇게 하되, 유해조수(有害鳥獸) 퇴치법은 폐지하는 것으로 하지?”

  “나도 그렇게 해서 해결된다면 오죽이나 좋겠나. 거기에다 FTA 관련 보상도 10%를 더해 달라는 거야.”

  “그건 별도 예산이 확보되어 있지 않나?”

  “당연히 예산은 확보되어 있네!”

  “그럼 뭐가 문제인가?”

  “문제는 농업 보조금은 10% 이상 줄 수 없도록 FTA 계약 내용에 들어 있다는 거야.”

  “그런 게 계약 내용에 들어 있었나? 이거 큰일인데…….” 금시초문(今時初聞)이란 듯 이 의원이 걱정하며 말했다.

  “그래, 유해조수(有害鳥獸) 피해 보상 15%와 겹쳐서 문제가 되는 거야.”

  “이야~ 그거 문제가 복잡하네.”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인식한 두 사람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농촌 살리기 단체>가 그런 사정까지 이해하고 들어줄 리 만무한 일이었다.

  결국, 문제 해결은 물 건너가는가!

  이번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농촌은 피폐해지고 참새와 까치는 멸종 위기에 몰릴 것이다. 양쪽으로부터 압력을 받는 의원과 박 의원은 고민에 빠졌다.


  <참새민국>에서는 환경부 장관인 환참이와 법무부 장관 법참이가 공동으로 <동물 국제사법재판소>에 인간을 제소했다.

  애초 이 땅은 우리 참새들이 먼저 자리 잡고 살아왔고, 그 후에 인간들이 들어와서도 이백만 년 이상을 아무 문제없이 공존하고 상생하며 살아왔는데, 그 인간들이 50년 전부터 주객전도(主客顚倒)하여 우리 터전을 빼앗고, 이제는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지', 유해조수(有害鳥獸)로 지정하고 총까지 쏘아대니 그 부당함을 제소한다.라고 했다.

*주객전도(主客顚倒) : 주인과 손님의 위치가 서로 뒤바뀐다는 뜻으로, 사물의 경중ㆍ선후ㆍ완급 따위가 서로 뒤바뀜을 이르는 말. 

*적반하장(賊反荷杖) :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나무람을 이르는 말.

  문제는 인간들이 재판에 응하지 않는 데 있었다. 인간은 동물들과 인간이 같은 법을 두고 다툰다는 것이 어불성설(語不成說) 즉,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지구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것’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동물들은 이런 인간의 오만불손(傲慢不遜)한 태도에 치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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