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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Oct 30. 2022

8.2 무릉도원

제8장 : 신 개척시대


8.2 무릉도원


‘참새 상륙 작전’에서 승리하고 산으로 간 닭들은 어찌 되었을까? 

  자유를 찾아 산으로 온 첫날밤 닭들은 두렵고 무서운 마음에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마침 커다란 바위 밑에 비교적 아늑한 구석이 있어서 모두 그곳에 웅크리고 앉았다. 

  원래 닭들은 닭장에 작대기 굵기의 나무로 가로질러 설치한 회에 앉아 잠자는 버릇이 있었으나, 현대식 양계장엔 회가 없어서 자보지 않았기에 익숙하지 않았다. 회처럼 나뭇가지에 올라가서 잘 수도 있으나 어떤 일이 닥칠지 몰라 불안했다. 혹여나 삵이나 올빼미 같은 동물이 공격해 올까 봐 겁이 나서 전전긍긍(戰戰兢兢)했다. 숨소리마저 죽이고 밤새 불안에 떨며 전전반측(輾轉反側)하는 닭이 많았다.

*전전반측(輾轉反側) : 누워서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함.

  방닭 장관 아들이 청닭이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투견을 배우고 있었다. 투견대회에 갓 데뷔하여 3승 1패의 전적도 가지고 있는 전정만리(前程萬里) 뉴 페이스였다. 아들이 산으로 가겠다고 의견을 말할 때 방닭이는 흔쾌히 승낙했다. 닭장에 갇혀서 자유 없이 시한부 생을 사느니 도전하는 삶을 살아 보라고 격려했다. 

  다른 두 마리의 수탉 장닭이, 호닭이는 청닭이와 죽마고우(竹馬故友) 사이이다. 양계장의 답답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초로인생(草露人生)에 대하여 불만이 많아서 기회가 있으면 탈출하자고 모의를 하곤 했었다. 하지만 실제 이런 기회가 올 거라고는 기대하진 않았다. 그러나 예측불허(豫測不許)인 것이 세상사라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이 일은 벌어졌다.

*전정만리(前程萬里) : 나이가 젊어 장래가 유망함.

*죽마고우(竹馬故友) : 대말을 타고 놀던 벗이라는 뜻으로, 어릴 때부터 같이 놀며 자란 벗.

*초로인생(草露人生) : 풀잎에 맺힌 이슬과 같은 인생이라는 뜻으로, 허무하고 덧없는 인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함께 산으로 들어온 암탉 계순, 계숙, 계희, 계진, 계화, 계미는 친구 혹은 선후배 사이다. 계순이는 청닭이 여동생이고 계희는 장닭이 여동생이라 오빠 동생으로 친밀하게 지냈다.

  청닭이가 처음에 산으로 가자고 했을 때 암탉들은 망설였다. 과연 그 험한 산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장닭이가 자기도 가겠다고 나서고 호닭이도 호응하자 계숙이가 제일 먼저 손을 들었다. 계숙이가 계희에게 말하길 좁은 닭장에 갇혀서 알을 낳아서 품어 보지도 못하고 병아리를 길러보지도 못하면서 시한부 삶을 편하게 살면 뭐하냐고 말했다. 

  암탉들은 닭장 안의 질식할 것 같은 변화 없는 일상에 싫증이 나 있었기에 청닭이의 권유에 하나둘씩 호응하기 시작했다. 표현은 안 했지만 그 수탉들을 좋아하는 마음도 있었기에 따라나섰다는 걸 솔직히 부인하긴 어렵다고도 했다.

  새벽에 호닭이가 회를 치려고 하는 걸 청닭이가 급하게 막았다. 큰소리로 회를 치고 운다는 건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태인 닭의 존재를 온 산의 동물들에게 알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무모한 행동이었다. 모두 불안해서 좌불안석(坐不安席)인데 이곳 상황을 파악한 후에 회를 쳐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좌불안석(坐不安席) : 앉아도 자리가 편안하지 않다는 뜻으로, 마음이 불안하거나 걱정스러워서 한 군데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양을 이르는 말.


  날이 밝으니 각종 산새와 동물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아침을 먹으려고 보니 먹을 게 지천인 것이 그야말로 진수성찬(珍羞盛饌)이었다. 싱싱한 각종 풀과 벌레가 지천이라 무얼 먼저 먹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완전히 딴 세상에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꿈꾸던 행복이 그곳에 있었다. 계곡엔 옹달샘과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물맛이 사이다 맛이다. 이런 깨끗하고 시원한 물은 생전 처음이었다. 

  산까치를 비롯한 각종 새도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하러 내려왔다. 처음 보는 닭이지만 모두 반갑게 인사하고 산으로 들어온 걸 환영했다. 적어도 닭이 자기들을 해치지 않을 것이란 건 명약관화(明若觀火)하고 날지 못하니 영역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혹 올빼미나 새매 등 맹금류가 나타나면 알려 주겠다고 까지 호의적으로 말했다.

  토끼 토식이를 청닭이가 만났다. 토식이는 닭들이 신기한지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 귀를 쫑긋하며 물었다.

  “야, 너희들은 어디서 왔어?”

  “응 반갑다! 토끼야. 나는 청닭이라고 해. 우린 저 아랫마을 범말에서 왔어. 잘 부탁한다.”

  “그럼 너희들 여기 놀러 온 게 아니고 살기 위해 온 거야?”

  “그래 우린 여기 영원히 살기 위해 온 거야. 우리 좀 도와줘라.”

  “알았어! 걱정하지 마. 내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궁금한 건 뭐든지 물어봐.”

  닭들은 우선 삵이 있는지? 또 다른 무서운 동물은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삵이 무섭기는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거의 멸종 상태라 자기도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늑대나 여우도 없어서 크게 겁나는 동물은 없는데 밤엔 부엉이나 올빼미가 무섭고 낮엔 새매나 수리가 무서운 데 그 숫자도 많지 않아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산 아래쪽에 너구리와 오소리가 사는데 그 애들은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하면서 그들이 사는 집이나 활동 영역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맹금류가 나타나면 새들이 큰소리로 서로 알려주기 때문에 새소리를 듣고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점심때쯤 되었는데 산 아래쪽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웬일인가 반가웠다. 청닭이가 ‘꼬끼오~’하고 신호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구와 멍순이가 꼬리를 흔들며 나타났다. 

  “야~ 황구 네가 웬일이냐?”

  “응, 나도 여기서 살기 위해 왔지.”

  “그래? 야 그거 잘되었다. 우리하고 같이 살면 되겠네.”

  “그래, 그리고 여기 내 친구 멍순이야. 인사해.”

  “알아, 멍순이 안녕?”

  “얘들아 안녕?”

  “황구야 그런데 네가 어찌 여기 와서 살 생각을 다 했지?”

  “응,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인간을 도통 믿을 수가 있어야지.”

  *표리부동(表裏不同) : 겉으로 드러나는 언행과 속으로 가지는 생각이 다름.

  “왜? 무슨 일이 있었어? 너는 네 주인 김만수가 가족처럼 잘 대해주잖아? 그래서 어제는 우릴 쫓아내려고 멍멍 짖으며 겁도 주고 했잖아!”

  “그렇긴 하지.”

  “그런데 왜?”

  “그렇게 잘해주는 게 가식이란 걸 알았지. 내 친구 멍구 있잖아. 이 애 멍순이 오빠.”

  “그래 멍구는 어디 갔냐? 못 본 지 오래된 것 같은데…….”

  “작년 여름 어느 땐가 갑자기 행방불명(行方不明)되었는데 알아보니 마을 청년들이 냇가에 끌고 가서 보신탕을 끓여 먹었다는 거야.”

  “이런 나쁜 놈들이 있나! 평소에 그렇게 위해주는 척하더니……. 구밀복검(口蜜腹劍)하고 위선을 떨었던 것이로구먼.”

  “올여름은 분명히 내 차례인 것이 불문가지(不問可知)인지라 이렇게 도망쳐서 올라왔지.”

*불문가지(不問可知) : 묻지 아니하여도 알 수 있음.

  “피차일반(彼此一般)이야. 우리 어머니도 죽일 놈들이 닭백숙을 해 먹었다는데……. 그래서 우리가 토사구팽(兎死狗烹)당하지 않으려고 반란을 일으킨 거거든.” 

*피차일반(彼此一般) : 두 편이 서로 같음.

*토사구팽(兎死狗烹) : 토끼를 잡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필요 없게 되어 주인에게 삶아 먹힌다는 뜻으로,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리는 경우를 이르는 말.


  이렇게 개와 닭들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개가 닭들을 지켜주고 닭들은 개에게 이틀에 달걀 한 알씩을 간식으로 제공하여 상부상조(相扶相助)하기로 약속했다.

  닭을 삵이나 오소리, 너구리의 습격으로부터 개가 지켜주니 걱정이 없으나 올빼미나 새매 같은 맹금류의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우선 개별 행동을 하지 않고 항상 지호지간(指呼之間)의 거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밤에는 수탉 세 마리가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그렇게 하니 비로소 안심되고 밤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있게 되었다. 새벽에는 큰소리로 회도 칠 수 있게 되었다.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니 매일 청닭이 지휘 아래 날고뛰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일취월장(日就月將)하여 5~6m는 쉽게 날 수 있게 되고 당연히 건강도 좋아졌다.

*지호지간(指呼之間) : 손짓하여 부를 만큼 가까운 거리.

  닭들은 식구를 늘리기 위해 달걀을 낳아 병아리를 부화하기로 했다. 

  암탉 여섯 마리가 네 알씩 낳아서 품는데 이것이야말로 난생처음 품어 보는 거였다. 말로만 듣고 상상으로 꿈꾸던 일을 직접 해 보니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있었다. 닭들의 얼굴이 희색만면(喜色滿面) 한 것이 행복이 넘쳐흘렀다. 내 새끼가 깨어날 날을 기다린다는 것이 이렇게 가슴 벅찬 일인지 처음으로 느꼈다. 서로 알을 품겠다고 희희낙락(喜喜樂樂)하며 다투니 공평하게 하루에 네 시간씩 돌아가며 품기로 했다. 불철주야(不撤晝夜)로 잠시도 쉬지 않고 정성껏 알을 품었다.

*불철주야(不撤晝夜) : 어떤 일에 몰두하여 조금도 쉴 사이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아니함. 밤낮없이.


  스무하루 째 되는 날 드디어 안에서 병아리가 부리로 껍데기를 깨기 시작했다. 밖에서도 어미가 조심스레 껍데기를 깨는데 이를 사자성어(四字成語)줄탁동기(啐啄同機)라 해서 ‘어떤 큰일을 이루기 위해 안팎에서 서로 돕는다’라는 뜻이 있다. 온 가족이 모여 병아리가 태어나는 순간의 기쁨을 함께 맛보았다. 한 마리씩 태어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병아리는 태어나서 몸의 물기가 마르면 즉시 엄마 품으로 들어가 숨었다. 아쉽게도 달걀 세 개는 병아리를 깨지 못했다. 그래도 스물한 마리의 털이 노랗고 눈이 깜찍한 병아리가 태어났다. 

  어미 따라 종종걸음으로 떼 지어 다니는 모습을 지켜보는 닭들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진정한 행복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었는데 닭장 안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삶이었다. 꿈에 그리던 진정한 자유와 평화, 행복을 맛볼 수 있었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은 이런 곳을 일컬어 말하는가 싶었다.

*줄탁동기(啐啄同機) : 알에서 깨기 위해 알 속의 새끼와 밖에 있는 어미가 함께 알껍데기를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해야 함을 이르는 말.

  닭과 개들은 제대로 된 나라 이름을 짓기로 했다. ‘개견민국’, ‘견계 공화국’, ‘동물의 천국’, ‘무릉 동물원’ 등 이런저런 안이 쏟아져 나왔으나 모두 마땅치 않아했다. 특히 ‘~민국’이니 ‘~공화국’이니 하는 판에 박힌 표현은 좋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내가 짐짓 산에 거처를 마련했으니 소박하게 ‘산채’라는 단어를 넣으면 어떤가 하니 ‘산채 동물원’이 안으로 부상되었다. 그러나 세련되지 못한 데다가 나라 이름 같지 않고 동물원 이름 같다고 젊은 닭들의 반대가 있어서 채택되지 않았다. 나도 나이를 먹으니 젊은이들 감각을 따라가지 못하는구나! 하고 자괴감이 들었다. 어쩌겠는가? 그게 삶의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을.... 그럼 영어를 넣어 보자고 하여 <애니멀 해피 랜드>로 정했다. 젊은 친구들 의견이 대폭 반영되었다. 어떤가? 내가 볼 때도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


  황구와 멍순이도 백년가약을 맺기로 했다.

  닭들이 병아리를 데리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행동거지(行動擧止) 하나하나를 교육하고 즐겁게 노는 모습을 부럽게 바라보던 황구와 멍순이도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고 예쁜 아기를 낳기로 했다. 청닭이가 주례를 서고 호닭이가 사회를 보아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청닭이는 주례사에서 개는 원래 신의가 있는 동물이라 절대 약속과 은혜를 잊지 않는데, 오늘 신랑 신부는 누런 털이 하얗게 되도록 변치 않고 백년해로(百年偕老)하기로 약속했으니, 신의 없는 인간처럼 변치 말고 결혼서약을 꼭 지키라고 당부했다. 다른 새들도 와서 백년가약(百年佳約)을 축하하며 행복하길 기원했으나, 토끼 호식이 만은 오지 않고 멀리서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행동거지(行動擧止) : 몸을 움직여하는 모든 짓.


  황구 부부는 금슬지락(琴瑟之樂)이라 닭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지만 아기가 생기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지성감천(至誠感天)이라고 부단한 노력 끝에 드디어 멍순이가 임신을 했다. 닭들은 내 일같이 기뻐하며 축하해 주었고 이틀에 하나씩 주던 계란도 하루에 하나씩 주었다. 황구는 멍순이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고 지극정성(至極精誠)으로 위했다.

*금슬지락(琴瑟之樂) : 거문고와 비파의 조화로운 소리라는 뜻으로, 부부 사이의 다정하고 화목한 즐거움을 말함.

*지성감천(至誠感天) : 지극한 정성에는 하늘도 감동한다는 뜻으로, 무엇이든 정성껏 하면 하늘이 움직여 좋은 결과를 맺는다는 뜻.

  멍순이는 임신한 지 두 달이 조금 지나서 새끼 네 마리를 출산했다. 암컷 두 마리와 수컷 두 마리였다. 수컷은 일구와 이구라고 이름 지었고 암컷은 일순이 이순이라고 불렀다. 황구는 물론 닭들도 조카가 태어난 듯 기뻐하며 축하하고 함께 돌보아 주었다.


  산채에 식구가 늘어나니 규칙을 정하고 통제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닭과 개들은 대통을 위시하여 각부 장관 등 지도자를 선출하기로 했다. 닭 쪽에서는 청닭이를 대통 후보로 추천했다. 당연히 개 쪽에서는 황구가 나섰다. 그러나 선출 방법이 문제였다. 닭들은 다수결로 하길 원했으나 숫자에서 개가 밀리다 보니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개가 이의를 제기했다. 하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진전이 없어서 보다 못해 내가 나서서 중재했다. 공평하게 양쪽에서 돌아가며 맡는 것으로 하면 어떤지 물으니 다들 좋다고 했다. 닭들이 산에 먼저 들어와 살았으니 닭이 먼저 맡고 4년마다 교대하기로 했다. 각부 장관은 대통이 지명하되 양쪽에서 같은 수로 맡기로 해서 청닭이는 외교부 장관에 호닭이를, 국방부 장관에 황구를 지명하는 등 내각을 구성했다.


  선거가 끝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점심시간이 지나 한가로이 놀고 있는데 별안간 수리부엉이가 산채를 덮쳤다. 병아리를 데리고 놀고 있는 계숙이를 소리 없이 다가와 덮쳤다. 마침 근처 나무 밑에서 쉬고 있던 황구가 보고 ‘멍멍’ 짖으며 바로 달려들어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계숙이는 깃털이 일부 뽑히고 목에 상처를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였다. 당사자인 계숙은 물론 모두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황구야, 네가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고맙다!’라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칭찬했다. 황구는 국방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했다는 데 대하여 자긍심을 가진 듯 예전과 달리 어깨에 힘을 주고 걸었다.

  수리부엉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수리부엉이가 얼마 전 청주의 한 양계장에 열한 번이나 침입하여 닭을 잡아먹고 결국은 주인에게 잡혀서 경찰서에 끌려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경찰은 수리부엉이는 천연기념물 324호라 보호해야 한다며 훈방했다는 소식이다.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인간들은 우리에게는 온갖 패악질을 해대면서도 그 애는 닭을 열한 마리나 잡아먹었는데도 살려주다니 대단하다. 수리부엉이는 우리 새들이 제일 겁내는 악당이다. 날개를 펴면 70cm 크기나 되는 큰 새인데, 올빼미처럼 야행성이라 주로 밤에 행동하며 아무 소리 없이 위에서 덮치기 때문에 ‘쥐도 새도 모르게 당한다.’ 사실 작은 개들도 당하는 수가 있다. 산채의 닭과 개들은 전보다 더 경계하며 생활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산에서 새벽녘이면 닭 울음소리가 들려온다고 범말에 소문이 퍼졌다. 산에서 마을 사람들이 닭을 보고 잡으려 했으나 어찌나 빠른지 잡지 못했다 한다. 닭들이 심지어는 날아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 년 후, 나는 그들이 어찌 사는지 궁금해서 까치 영감과 함께 다시 <애니멀 해피 랜드>에 찾아갔다. 내가 황구와 산속 닭들에게 산속 생활이 행복하냐고 묻자 ‘이곳엔 진정한 자유가 있고 청정한 먹거리가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내가 그곳 소식을 닭장 속의 닭들에게 전해주자 닭들은 그때 자유를 찾아 떠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나는 ‘선택과 결정은 자유지만, 결과는 받아들이고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닭들에게 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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