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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Dec 19. 2022

후회

후회



                                                                                                노란 보석

오늘 아침에 실수로 안경을 밟아서 안경다리가 부러졌다. 방바닥에 둔 걸 보고도 빨리 외출복만 갈아입고 제대로 놓아야지. 혹여라도 밟으면 큰일 나겠는데….’라고 까지 생각했었다. 외출복 갈아입는데 1분 정도 걸렸으니 안타깝게도 그새 잊은 거였다. 후회막급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산다는 건 과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과거는 그 어떤 경우도 되돌릴 수 없다. 이것도 후회되지만, 부러진 순간 되돌릴 수 없는 과거가 된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후회는 크고 작은 일을 수없이 겪는다. 후회는 반성은 물론, 자책감, 아쉬움, 창피함, 원망, 분노 등 이런저런 감정을 수반하게 된다. 때론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서 인생을 바꿔 놓게도 된다. 또, 누구나 그때, 내가  그랬을까!’하고 이불 킥 하는 잊히지 않는 일들 몇 가지는 꼭 갖고 있다.


후회되는 일을 만드는 건 의도치 않은 실수에 의한 일이 많다. 오늘 아침처럼 안경을 밟아 부러트리는 일, 면접시험에서 엉뚱한 답변을 하는 일,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추락해서 크게 다치는 일,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일, 그녀와 사소한 오해로 다투어 헤어지는 일, 깜빡하여 중요한 약속에 늦는 일, 객기를 부리다 사고 치는 일 등 이루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실수를 의도치 않게 한다.


한 달 전에는 카메라를 바닷물에 침수시켜 못쓰게 된 일이 있다. 장 노출 사진을 찍기 위해 실수로 카메라를 바닷물 차는 높이보다 낮게 설치하고 딴 일에 신경 쓰느라 침수되는 걸 몰랐다. 수백만 원 하는 카메라가 못쓰게 되었으니 실망감이 이만 저만 큰 게 아니었다.


그때 내가  카메라를 그렇게 낮게 설치했을까!’

그때 5분만 일찍 보았더라면…..’

 

후회되는 일이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고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함께 사진 여행 온 일행들도 안타까움을 표하고 위로를 해 주는 데, 더 이상 사진 찍을 기분이 아니다. 이때 문득 드는 생각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에 너무 큰 상심을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또, 고흥까지 천리길을 사진 찍겠다고 온 동료들이 사진 찍는데 지장을 줄 수는 없었다.

 다음 썰물 사진을 찍읍시다.  바닷물이 나갈 시간이니 카메라를 설치합시다.”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 나도 여분의 카메라가 있는 관계로 담담하게 다음 사진을 찍었다. 다음 날에는 서로 일정이 달라 각자 헤어졌는데, 나는 홀로 순천으로 이동하여 이틀간 사진을 더 찍고 올라왔다. 그러는 사이 그 일은 내 마음속에서 작아지고 옅어져 갔다.


또 하나, 크게 후회되는 일은 잘못된 판단에 의한 의사 결정이 큰 손실이나 실패를 가져오는 일이다. 어쩌면 앞에서의 실수 보다도 더 큰 손실을 보거나 실패를 해서 평생을 후회하며 살 수도 있다. 비근한 예로,


·라임이나 옵티머스 같은 사기 펀드에 투자하거나 분위기에 휩쓸려 주식에서 상투를 잡는 일

·영 끌로 아파트를 장만했는데 금리는 오르고 아파트 값은 추락하는 현재 같은 상황

·잘 나가던 회사에서 더 좋은 직장을 찾아 이직했는데 기대에 한 참 못 미치는 상황

·보이스 피싱에 속아 수 천만 원을 이체한 일

·예뻐서 혹은 미남이라 혹해서 결혼했는데 살아보니 얼굴과 인성은 전혀 상관이 없는 경우
 ·친구를 믿고 돈을 빌려 줬는데, 혹은 투자했는데 한 푼도 못 받은 경우 등


일생일대의 큰 후회를 남기는 일 한두 가지는 겪게 된다. 다시 상기하고 싶지도 않지만, 필자도 주식 투자에서 몇 차례 상투를 잡아 큰 손실을 보았다. 또, 회사를 믿고 우리 사주에 투자했는데 사업 철수로 종이 조각 한 장 만져 보지 못하고 날린 일도 있다. 친구에게 빌려 준 돈과 투자한 돈의 원금도 돌려받지 못한 일 등 금전적으로 크게 손실을 본 일도 몇 건이나 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내가 왜 그랬는가! 후회된다.


우리는 바둑을 두고 난 후에 복기를 한다. 어디에서 어떤 실수를 해서 승패가 갈라졌는지 돌이켜 보고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다. 이런 후회되는 일들도 바둑처럼 복기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다음엔 같은 실수를 하면 안 되니까. 하지만, 복기한다고 결과가 달라지진 않는다. 그런데 평생을 같은 일로 복기하며 사는 사람을 꽤나 보았다. 과거에 발목 잡혀서 평생 후회하고, 원망하고, 아쉬워하며 살아간다. 현재를 살고 미래를 위해 사용해야 할 에너지를 과거를 복기하고 후회하는 데 사용해서야 되겠는가. 갖고 있는 에너지는 한계가 있는데 말이다.


또 하나, 후회하게 만드는 일은 운이 따르지 않는 것이다. 운도 실력이란 말도 있지만, 정말 지긋지긋하게 안 풀리는 경우가 있다. 1997년의 외환 위기, 2008년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 금번 코로나 대유행,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부로부터 닥치는 갑작스러운 큰 변화는 누구도 감당하기 어렵다. 어느 날 갑자기 쓰나미 덮치듯 밀려와서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다. 그걸 예측할 수 있다면 신의 경지에 있다 할 것이다. 이건 운이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불가항력이니 자책할 일도 아니다. 삼국지에 보면 조조가 장비군을 사지에 밀어 넣고 화공으로 전멸 시킬 기회를 잡은 적이 있다. 때마침 비가 내려 수포로 돌아간다. 조조는 말한다. 운 좋은 사람과 맞서지 말라.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후회되는 일은 이미 과거요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라고 물을 수 있다.

되돌릴 수 없는 실수와 실패에 무슨 해결책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언제까지 후회하고 자책하며 살 것인가? 시쳇말로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요 '떠난 버스 쫓아가는 일'이다. 체념하고, 그 일에서 아니 그 수렁에서 빨리 벗어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후회의 수렁에서 헤어나려면 어찌하면 될까?

 

첫째,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겠지만, 그런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쉽지 않겠지만, 온전히 있는 그대로를 객관적으로 보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감정을 누르고 이성의 냉철한 가슴과 매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 올바로 보았을 때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으니까.


둘째, 빨리 잊는 것이다.

어찌 그런 일을 잊는  말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맞다. 잊고 싶은 일은 잊히지 않고, 잊으면 안 되는 일은 쉽게 잊는  인간아닌가 싶다. 한 번에 쉽게 지울 수는 없는 일이다. 빨리 지우는 게 현명한데 미련을 두지 말고 포기하는 것이다. 미련을 가지면 영영 지우지 못한다. 후회하는 과거의 일을 추억의 창고에 넣을 것인지, 회한의 창고에 넣을 것인지는 각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일 아니겠는가. 게다가 이미 실패로 결론 난 일을 끝까지 잡고 오기를 부리는 일은 더더욱 안된다. 나만 손해인 일을 잡고 고집부리며 더 큰 실수를 하면 되겠는가.


셋째, 현재의 일에 집중하는 거다. 

현재에 집중하면 과거는 빨리 잊게 된다. 지금 하는 일을 또 망치고 싶지 않다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지금 이 시간보다 더 소중한 시간이 있는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은 살아서 행동하는 지금 이 시간이다. 과거는 이미 끝났고,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넷째, 즐길  있는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일에 집중하다 보면 정신적인 피로감, 즉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더구나 후회하고 자책하며 집에만 틀어박혀 지낸다면 상황은 절대 나아지지 않는다. 등산, 낚시, 사진 촬영, 운동 등 취미 생활보다 더 좋은 방법을 나는 보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나도 글쓰기나 사진 촬영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어찌 견뎌냈을까 싶다. 나의 글쓰기는 내면에 잠겨 있는 억제된 감정을 풀어내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글을 씀으로써 객관적으로 보고, 깊이 있게 생각하며 논리적으로 정리하게 된다. 또 그 결과물인 글에 대한 나만의 만족감과 희열을 느끼고 나아가서 성취감과 함께 자존감을 높이게 된다. 또, 사진 촬영은 아름다운 경치나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아름다운 사진으로 담아내는 일이다. 사진 촬영 과정은 물론 그 결과물인 사진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무엇과도 비길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좋은 사진, 아름다운 사진을 찍게 되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 버린다.


다섯째, 정신적으로 가다듬는 과정도 필요하다. 

정신적으로 힘든 경우 정신과 의사의 치료를 받는 것을 꺼릴 이유가 없다. 명상, 요가, 독서, 음악 감상 등을 통해 지친 정신을 위로하고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나는 주로 음악 감상과 독서를 한다. 음악 감상을 위해 음질이 좋다는 하만 카돈 스피커를 구입했다. 식사 중에나 포토샵으로 사진 정리할 때 주로 듣는데, 클래식이나 팝송, 발라드를 주로 듣는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힐링을 위한 경음악이 은은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음악을 즐기기 위해 자동차를 새로 구입할 때 오디오는 최고 사양으로 넣었고 소음을 줄이기 위해 가솔린 엔진을 선택했다. 사진 여행과 일 관계로 장시간 운전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참, 무제한 음악 감상을 위해 U- 튜브도 가입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 그건 행복한가?’이다. 이 일이 내가 행복한 일인가? 그렇게 하면 행복해지는가? 저 사람은 내 행복을 해치지 않을 사람인가? 이 세상 모든 일을 그렇게 구분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런 생각을 염두에 두고 판단하고, 결정하며, 행동한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행복하게 사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회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이 생겼다면 빨리 잊고 벗어나는 일이다. 과거에 사로잡혀 노예로 살 것인가? 현재를 주도하는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 것인가? 미래를 개척하는 개척자로 살 것인가는 내가 마음먹기에 달렸으니까.


가장 소중한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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