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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향 Nov 26. 2021

지구를 사랑하는 법

지구를 살리는 환경 프로젝트

  최근 들어 기후위기와 관련된 뉴스와 기사도 많아지고, 사람들의 인식도 지구 생태계와 공존하는 삶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나는 예전부터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각종 자연 재해가 발생하는 등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이 동식물을 비롯한 지구 생태계에 더이상 위협을 가하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오래 전부터 내 수업에서 단지 교과서의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교과의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삶과 연관지어 재구성한 프로젝트 수업을 기획하고  실천해 왔다. 그런 점에서 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 수업은 교과서나 평가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을 하기에 딱 좋았다.



  작년부터 세계시민교육 선도교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수와 세미나를 통해 연구하고 배운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를 수업에 적용해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후변화와 생태계 보전에 관심이 많아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세계시민반'을 개설하여 '지구를 살리는 환경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다.


  기후 변화의 의미와 원인,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들을 살펴보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각 나라와 사회, 개인의 노력들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을 거쳤다. 다양한 자료와 기사를 찾아보고, 코로나19와 같은 질병과 기후 변화의 연관성을 살펴보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환경 운동가들의 적극적인 실천 활동에 대한 생각도 나누었다.  


  각 활동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적용 활동으로 지구를 살리는 체인지 메이커 활동을 실천하도록 했다. 자신이 먹는 음식의 푸드 마일리지와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고, 로컬 푸드 운동에 참여하기 위한 실천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지구의 온도를 내리기 위한 식단을 실천하고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이나 급식 잔반줄이기 운동도 참여했다. 그 밖에도 쓰레기 분리 배출 제대로 알고 실천하기, 제로 웨이스트 운동 참여하기, 지속 가능한 소비의 방법 실천하기, 업사이클링 제품 만들기 등 지구를 살리는 체인지 메이커 활동을 삶 속에서 다양하게 실천했다.


  한 학기 동안 수업시간마다 많은 내용의 활동지를 작성하고 직접 실천하는 일이 아이들에게 조금은 버겁기도 했던 것 같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한 블렌디드 수업 상황이라 프로그램의 많은 내용을 소화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도 같다. 그래도 매 활동마다 알게 되고 느끼고 실천한 점을 나눌 때는 예상보다 훨씬 더 깊게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어 소감을 발표할 때에는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 우리가 자주 먹는 음식이 운송되는 거리도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에 놀랐요. 이제는 음식 먹을 때에도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어요.

- 타이포그래피로 로컬푸드 홍보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다른 주제로도 해 보고 싶어요.

-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더 관심을 가지고 조금 더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 어린 내가 지구촌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점이 뿌듯하게 느꼈어요.

- 기후 위기가 생각보다 많이 심각하다고 느끼게 되었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기후변화 관련 카드뉴스를 만드는 게 되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물론 시간은 좀 오래 걸리지만 유익한 활동이었습니다.

- 전에는 환경에 대해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지냈는데, 환경을 지키는 활동을 다양하게 하면서 환경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환경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 유익한 활동이었는데, 활동지가 많아서 힘들었어요.



  아이들에게 환경 프로젝트를 안내하고 실천하도록 하면서 가르치는 교사 또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나 역시 삶 속에서 환경을 지키는 체인지 메이커로서 작은 실천들을 해 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쓰레기 분리수거 제대로 하기, 에너지 절약하기, 지속가능한 소비 실천하기 등. 그러다보니 본의아니게 주변 사람들에게 약간의 불편함을 주기도 한 것 같다.


  한 번은 우리 부서 샘들 전원이 평가원안지 컨설팅을 하느라 야근을 하게 되었다. 시간을 줄이고자 저녁은 초밥을 포장해 와서 먹게 되었다. 다 먹고 나니 초밥과 간장, 우동 등을 담은 일회용품 플라스틱 쓰레기가 꽤 많이 나왔다. 음식물이 묻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와 한데 섞은 채 버리려는 샘들을 보고 다급하게 말했다.


 - 나 : 샘샘!!! 잠깐만요. 기다려요! 그거 헹궈서 말린 후 분리수거 해야 해요. 

 - L샘 : 앗! 네, 알겠습니다...

 - A샘 : 아이고, 부장님! 세계시민반 수업하시니까 저희가 분리수거도 잘 해야 되고... 이제 환경 프로젝트 수업 그만 하시는 게 어떠세요?

- J샘 : 맞아요. 부장님 앞에서는 일회용 종이컵 쓸 때도 괜히 눈치 보였어요...

 - N샘 : 지난 번에는 급식 먹고, 후식으로 나온 요구르트 먹고 라벨까지 다 떼고 버리시니까 같이 앉아 밥 먹던 우리도 눈치보여서 따라서 라벨 따 떼었다니까요.

 - 나 : 흠흠... 이봐요, 샘들~ 난 누구한테 이래라저래라 강요하지는 않아요. 플라스틱 용기 헹구는 것도 내가 하려던 거였으니, 원성은 여기까지 그만이요~

 - A샘 : 부장님이 그렇게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가만히 있냐구요...



  세계시민반을 같이 개설하여 프로그램을 함께 실천해 주고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해 준 동교과 A샘과 P샘의 도움도 컸다. 마지막 차시에서는 등교 날짜에 맞춰 친환경 비누와 립밤을 만들기로 했는데, 물품을 구입하고 과학 선생님과 가정 선생님께 비커와 비누 몰드, 가열판, 냄비 등 각종 도구를 미리 빌려 왔다. 커다란 고체 덩어리인 비누 베이스를 400명이 넘는 학생에게 나누어 주기 좋은 크기로 하나하나 자르느라 손에 자국이 남고 어깨가 뭉치기도 했다. 등교수업 날, 2시간 블록수업 시간 동안 과학실과 기술실 등 특별실을 빌려서 친환경 비누와 립밤 만들기 수업을 하고 나서 우리는 모두 뻗었다.


  - P샘 : 어휴, 비누 베이스 400개 썰고 나니 어깨가 빠져 나갈 것 같아요.  이런 실습은 한 번으로 족하지, 두 번은 절대 못할 것 같아요.

 -  A샘 : 과학이나 기가 수업에 실습하는 샘들이 새삼 존경 스럽네요. 오랜만에 등교한데다가 특별실에 오니까 애들이 너무 텐션이 업돼서 목소리를 높이다보니 목이 다 나갔네요...흑흑...

 - 나 : 그러게요... 환경 프로젝트 실습 한 번에 이렇게 진 빼고 나니 우리가 병 나겠어요...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이 다소 피곤하고 번거로우며 귀찮을 수는 있다. 그래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모이면 나비효과처럼 큰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그렇기에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생태전환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구는 인간과 생태계의 모든 요소가 공존해야 하는 공간이며, 단지 우리는 잠시 지구를 빌려쓰는 것 뿐이니까.   

업사이클링 제품(학생작): 빨대를 활용한 수납함
업사이클 제품(학생작): 와인병을 활용한 화분
<지구를 살리는 환경 프로젝트> 활동지 일부
기후위기와 대응방안에 대한 카드뉴스 일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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