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의 희로애락

꾸준한 글쓰기로 전하는 은은한 향기

by 은향

마음 속에 품고 있던 글쓰기를 십여 년도 더 지나 이제서야 천천히 한 발을 내딛었다. 필명을 받은지가 13년도 더 되었으니 꽤 긴 시간동안 속으로만 묵혀두고 실행하지 못했다. 사실은 오래 전부터 드라마를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었다. '고맙습니다'의 이경희 작가나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처럼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혼자서 담고 싶은 이야기를 구상하고 드라마 대본을 쓰기 시작하다가 매번 여러가지 이유로 쓰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작년에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 삶과 사유가 그대로 드러난 에세이를 쓰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게 내 속을 훤히 다 보이는 것 같아 조금은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사람들이 자신의 학창시절로만 이해하고 바라보는 학교의 모습을, 교사로서 경험하는 직장생활의 관점으로 쓰고자 계획했었다. 교사에 대한 세간의 오해도 벗겨주고 싶었다.(이 이야기는 따로 쓰려 한다.) 여하튼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 이야기보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쓰고 있다.


아직은 내 브런치의 구독자도 라이킷 숫자도 미미하다. 언젠가부터 브런치에서 조회수 통계를 제공해 준다는 것을 알게 되고부터는 나도 모르게 자주 그 통계를 확인해 본다. 하루에 조회수가 겨우 두 자릿수를 넘길 뿐이고, 구독자 수나 라이킷 수 역시 이제 막 두 자리 숫자가 되었을 정도로 내 포부와 달리 현실은 초라하다.


천여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라이킷 숫자가 세 자리를 훌쩍 넘기는 작가들을 보면, 대형마트 앞에서 작은 구멍 가게를 하는 사장의 마음처럼 한없이 작아진다. 출간 제의를 받았다거나 드디어 책이 나오게 되었다고 책 표지 사진을 올린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하염없이 부럽다. 나에게는 언제쯤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다른 인기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어쩜 이렇게 잘 쓸까 싶고, 그에 비해 내 글이 한 없이 유치하고 초라하게 느껴져서 작가의 서랍 안에 차곡차곡 쟁여 둔 글들을 차마 발행하지 못하고 가두어 둔 채 씁쓸한 마음을 삭여야 했다. 개인 블로그에 비공개로 초고를 쓴 후 브런치에 글을 옮기고 다시 한 번 수정하고 몇 번씩 검토를 하지만, 내 글이 뭔가 늘 부족하다고 느낀다. 어차피 보는 사람도 적은데 내 맘대로 쓰고 막 발행해도 될 것을, 어떤 면에서 지극히 신중하고 소심한 나는 그게 또 잘 안 된다.


아직 브런치 인기 작가는 아니더라도 브런치 작가가 되니 새롭고 설레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핸드폰의 알림 진동이 수도 없이 울려댔다. 브런치 조회수가 100을 넘고, 500을 넘고 1,000을 넘었다는 알림이었다. 얼마 뒤 3,000에서 50,00으로 다시 10,000으로, 30,000을 훌쩍 넘었다. 경매에서 낙찰가가 순식간에 올라가듯 치솟는 조회수를 보며 너무 당황스러웠다.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그에 앞서 놀라움과 당황스러웠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나에게 브런치를 소개하고, 첫 구독자가 되어 준 DK에게 연락을 했다.


"갑자기 브런치에서 내 글의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어요. 대체 이게 웬일일까요?"


잠시 후 DK는 내 글이 다음 포털 메인에 올라왔다고 했다. DK가 보낸 캡처 사진을 보내주니 얼떨떨했다. 어머나, 세상에 이런 일이! 내 글이 포털의 메인 화면에 올라오다니. 오호, 이런 일이 다 있네. 즐거움을 느끼기도 잠시, 갑자기 뭔가 두려운 마음이 확 올라왔다. 대단한 글도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식사 습관과 주관적인 생각을 쓴 내용인데...


"근데 너무 조회수가 막 올라가니까 나 조금 무서워요."

"조회수가 올라가면 엄청 좋아할 줄 알았는데, 무섭다고 하니 의외인데요."

"갑자기 내 글을 3만명 넘게 읽었다니까 괜히 걱정이 돼서요. 혹시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불편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은지, 이상한 내용은 없었는지 신경이 쓰이네요. 몇 명 안 읽는 글이지만, 여러 번 읽어보고 수정하면서 발행할 때마다 검토를 했지만, 혹시나 해서요. 나는 고작 조회수 3만에 이런 생각이 드는데,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가 엄청 클 것 같아요. 글은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요."


브런치를 발행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게 맞는 건지 점점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고 있던 찰나에 메인 포털에 내 글이 올라왔다는 것은, 기죽지 말고 꾸준히 계속 더 써 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 용기가 조금 생겼다.


또 한 번의 설렜던 경험은 내가 구독하는 브런치 인기 작가가 내 글을 구독했다는 알림을 본 순간이었다. 구독자수 천여 명이 넘는 인기있는 작가가 내 글을 읽는다는 것에 놀랐고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마치 유명 주연배우가 무명의 신인 보조 출연자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건네준 것 같았다.


무엇보다 브런치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어 즐겁다. 내 삶의 반경은 지극히 좁고 답답했기에 학교 밖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늘 많았다. 브런치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와 생각들이 담겨 있어 간접적으로나마 다른 세상을 체험하는 할 수 있어 설렜다. 비행 경험담을 쓰는 파일럿분, 외국에서의 생활과 개인적인 삶을 진솔하게 쓰는 분, 아픈 과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분 등등... 다른 작가의 브런치의 글을 읽으며 낯선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공감하며 웃음을 짓기도 한다.


브런치를 하면서 나만의 재미를 느낄 때도 있다. 어떤 작가의 프로필 사진에 내가 다녀 온 통영의 게스트 하우스 로비 사진이 찍혀 있었다. 정말 내가 갔던 곳이 맞는지 사진첩을 뒤져 확인한 후 고향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한 번은 드라마 PD로 일하시는 작가가 라이킷을 해 주어 깜짝 놀라서 그 분의 브런치로 타고 들어갔다. 내가 원하는 현장에서 일하는 분은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궁금했다.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의 생생한 이야기를 접하며, 무슨 PD님이 이렇게 글을 잘 쓰나 싶어 또 한 번 놀랐다. 한편으로 언젠가 내가 쓴 드라마 대본을 이 분이 연출하게 되는 모습을 상상의 나래를 저 멀리 하늘 위로 펼쳐가며 혼자 신나기도 했다.


가끔씩 내가 과연 글쓰기에 달란트가 있는지 회의감이 들거나 자신감이 떨어질 때마다 감사하게도 설레는 일들이 생겨 조금씩 용기가 북돋아진다. 얼마 전에는 한 에디터에게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 카카오 뷰의 한 채널에서 내가 발행한 글 한 편을 공유하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출간 제의와 같이 대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내 글을 에디터가 읽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약간은 작가가 된 것 같아 신이 났다.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이런 경험을 어디서 했겠는가 말이다. 앞으로도 더욱 더 신나고 즐거운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사실 잘나가는 일부 작가 외에는 글로 먹고 살기 힘든 현실이다. 깊이 사색하여 영혼을 담아내는 글쓰기의 고됨에 대해 어느 작가는 '글감옥'에 갇히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글쓰는 작업은 외롭고 힘든 과정이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중노동 못지 않게 고되지만, 그만큼 부와 명예가 따르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도 참 많은 사람들은 글을 쓰고 있다.


각자 글을 쓰는 목적은 다를 것이다. 글을 통해 내면의 고통을 털어놓거나 아픔을 치유하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와 소통을 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은 따뜻한 위로를 전하기 위해서이다. 내 글이 마음이 힘들고 아픈 단 한 사람에게라도 따스한 위로가 된다면, 한 영혼에게 온기를 전할 수 있다면 그걸로 감사하다. 이 기회에 내 글을 읽어 주시고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올린다. 여러분의 라이킷이 글을 쓰게 하는 큰 힘이랍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다보면, 언젠가는 내 필명 '은향'의 의미인 '은은한 향기'처럼 사람들에게 따뜻한 글의 향기가 은은하게 오래도록 전해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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