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렇게 유난스러운 것은 아닙니다만

코로나 시대가 가져 온 바람직한 위생 관념

by 은향

방송인 서장훈 씨만큼 엄청 깔끔한 편은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는 남다르게 깔끔떠는 부분이 있다. 음식을 같이 먹을 때, 특히 위생관념이 남들보다 예민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사람들이 국이나 물김치를 먹던 숟가락으로 계속 떠 먹는 것이 찝찝하고 싫었다. 그래서 밥 먹기 전에 새 숟가락으로 물김치를 한 번 떠 먹고 그 뒤로 먹지 않거나, 국은 개인접시를 달라고 해서 덜어 먹곤 했다. 이런 모습들을 친한 사람들은 이해했지만, 친분이 없는 사람들은 나를 까다로운 사람으로 보기도 했다. 일행 중에는 내가 개인접시를 달라고 하면 종업원에게 미안하다며 만류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식당 종업원들은 눈총을 주기도 했다.


카페에서 큼직한 팥빙수를 한 개 시켜서 두 세명이 같이 먹을 때면, 내 쪽의 일부분만 조금 먹고 스푼을 놓았다. 입 안에 쏙쏙 넣었던 숟가락을 다시 팥빙수 그릇에 푹푹 넣어 뜨는 것이 영 찝찝하고 불편했다. 그러다보니 너무나 좋아하는 팥빙수였지만, 함께 먹을 때는 제대로 양껏 먹어본 적이 없다.


코로나19는 여러 면에서 불편하고 힘들지만, 나의 위생관념과 잘 맞아떨어지는 점이 있다. 이제는 여러 명이 식사를 할 때에 반찬을 덜어 먹을 수 있는 공용 젓가락을 두 개 정도 꺼내 놓은 뒤 각자 개인접시에 가져가서 먹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음식점에서 개인 접시를 달라고 해도 아무도 유난스럽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 가끔은 공용 젓가락으로 반찬을 가져가고 나서 깜빡하고 그 젓가락으로 그대로 음식을 집어 입으로 넣어버리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젓가락을 헷갈리지 말고 신경써서 구분해야 한다는 작은 단점에 비해 위생적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어 참 좋다.


먹는 상황 말고도 내가 유난히 깔끔떠는 부분이 있다. 나는 공용 공간에서 여러 명의 손이 타는 것에 대해 남들보다 민감했다. 특히 출입문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만지는 것에 대해 신경이 쓰였다. 손잡이에 얼마나 많은 세균이 있을지 상상이 되어 화장실에 다녀올 때마다 물에 적신 휴지를 가져와서 교무실 손잡이를 남들 몰래 닦곤 했다. 한 번은 젖은 휴지로 손잡이를 닦는 것을 동료에게 들켰다.


"어머나, 교무실 손잡이를 그렇게 매번 닦으셨어요?"

"매번은 아니고... 어쩌다가 가끔이요..."


내 행동에 깜짝 놀라며, 눈빛에는 엄청 깔끔 떨고 유난스럽네, 라는 속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채 묻는 동료에게 나도 모르게 뭔가 잘못한 사람처럼 방어적으로 대답했다.


교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수업을 하러 들어가면, 대부분의 교실은 교탁이나 교사용 책상이 엉망으로 어지럽혀 있거나 먼지나 얼룩 등 무언가가 묻어 있곤 했다. 그런 곳에 도저히 내 책과 물건을 놓기가 싫었다. 그래서 매번 휴지를 챙겨가서 깨끗하게 닦은 뒤 물건을 놓았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어떤 남학생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와, 선생님! 엄청 깔끔하시죠? 선생님 방은 빛이 나고 엄청 깨끗할 것 같아요."

"아니. 내 방 전혀 안 깔끔해. 그냥 내 책에 더러운 거 묻히기 싫어서 그래."


요즘에는 소독용 물티슈로 교실이나 교무실 손잡이를 닦는 것도, 교탁과 교사용 책상을 닦는 것도 유난스럽다는 눈총을 전혀 받지 않게 되었다. 교실마다 소독용 물티슈까지 구비되어 있으니 휴지를 챙겨갈 필요도 없어졌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좋은 점이 더 있다. 학교 급식을 먹을 때도 칸막이가 있어서 한 칸씩 떨어져 앉아서 각자 편하게 말없이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예전에는 관리자나 친하지 않은 동료와 마주보며 밥을 먹게 되었을 때, 너무나 어색하고 불편해서 숟가락으로 급식판 긁는 소리만 어찌나 크게 들렸는지...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급식소 칸막이는 그대로 두면 좋겠다.


교실에서도 아이들이 시험 때처럼 한 줄로 앉으니 수업시간에 떠들지 않아서 좋다. 이번 주에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몇몇 교실은 책상 대열을 두 명씩 짝지어 앉는 걸로 바꾸어 놓았다. 확실히 짝이 있는 경우에는 아이들이 들떠 있고, 무언가 산만하고 말이 많아서 수업에 집중시키기가 힘들었다. 교실 배치도 계속 혼자 앉게 하면 수업하기에는 좋을텐데...


마스크를 2년 넘게 쓰다보니 마스크 생활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집 앞에 잠깐 나갈 때면 화장을 안 해도 되고, 햇빛에 얼굴도 덜 타고, 찬 바람을 막아주니 환절기에도 감기에 덜 걸리는 것 같다. 물론 수업할 땐 마스크가 많이 답답하긴 하다. 특히 한여름에는 더욱 더...


코로나 상황이 많은 사람들의 삶을 힘들게 하고, 여러가지로 불편한 건 맞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백프로 모두 나쁜 점만 있지는 않다. 코로나 상황이 당연히 어서 끝났으면 한다. 코로나가 끝나도, 코로나로 인해 인식하게 된 위생 관념은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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