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는 교과 담당 교사가 교과 수업시간에 학습자들의 학습 과제 수행 과정 및 결과를 직접 관찰하고, 그 관찰 결과를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평가 방법이다.
수행평가는 학교 및 교과의 특성에 따라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학생 참여형 수업 등의 수업 상황 안에서 다양한 방법을 구안하여 지식보다는 역량을 평가하고, 수행 과정과 결과를 평가한다.
수행평가의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교사들이 해야 할 일들도 더 많아졌다. 나의 경우에는 수행 과정과 결과 평가를 객관적이고 꼼꼼하게 하기 위해 평가 요소를 세분화하다 보니 한 개 영역의 수행 평가 활동지만 해도 한 반에 몇 묶음이 된다.
사실 수행평가의 과정과 결과를 평가하는 건 마땅한 일이기에 며칠씩 야근하면서 처리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수행평가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의 평가를 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한다. 평가계획에 수행평가 미응시자에 대한 점수 부여 방법을 정해 놓았기에 그대로 평가하면 간단하겠지만, 그렇게 처리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우선, 특수반 학생들의 수행평가. 실제적으로 내 수업 시간에 교실에 있지 않고, 특수반에 가서 별도의 수업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임에도 내 수업의 참여자이기에 평가를 해야 한다. 당연히 수행 과정에도 참여하지 못했으니 결과물을 낼 수도 없다. 이런 경우에 나는 자발적 미응시자 확인서를 별도로 받아두고, 미응시자에 해당하는 점수를 부여한다. 아이를 수업시간에 볼 수 없으니 담임 교사나 특수반 선생님, 또는 같은 반 학생에게 부탁하여 학생을 불러서 확인서에 사인을 하도록 해야 한다. 사실 이 정도는 일도 아니다.
가장 어려운 경우는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지만, 가정학습 등으로 출석으로 인정되어 수행평가 점수를 부여해야 하는 경우이다. 학교장허가 교외체험학습 출석인정 기간은 20일이지만, 감염병(코로나19)으로 인해 경기도는 한시적으로 57일 범위에서 가정학습을 허가하고 있다. 연간 57일이면 세 달 가까이 학교에 나오지 않고 가정학습이 가능하다.
수업시간에 교실에 가면 가정학습으로 없는 학생이 한 반에 대략 3~5명쯤은 된다.(1학기 동안 한 반에서 전체학생이 모두 출석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온라인 클래스룸에 학습 내용을 안내하고 활동지를 올려 놓기는 하지만, 가정학습을 하면서 클래스룸의 자료를 다운받아 학습을 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단계별 수행 평가 내용이 있는데, 띄엄띄엄 출석을 하는 학생들이 많으니 일일이 누가 어느 활동에 빠졌는지 기록해 두고, 학교에 나왔을 때 각자의 단계에 맞는 활동지를 안내하고 평가해야 한다.
내가 맡은 수업은 선택 교과인 심화 국어이기에 여러 반의 학생들이 모여서 한 반을 이루어 수업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각 반에 흩어져 있는 결석 학생들에게 안내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이다. 클래스룸 공지사항에 안내를 해도 못 봤다고 태연하게 말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어서 각반 국어부장을 통해 개별 연락을 부탁해서 출석한 날에 교무실로 오게 하여 해당 학생에게 별도의 설명을 일일이 하곤 한다.
더 큰 문제는 아예 학교에 출석하지 않는 학생의 평가이다. 3월 초에 몇 번 수업에 참석하고 한 학기 동안 출석하지 않은 A가 있다. 담임 교사 말에 의하면, A의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학교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지만 본인이 수행평가에 응시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A가 출석하는 하루 동안에 모든 교과 선생님들에게 수행평가를 하도록 안내를 했다. 하지만, 수행평가가 지필고사처럼 한 시간 동안 치뤄지는 것이 아니고 내 수업에서는 과정 평가가 꽤 있는데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담임 교사에게 내 수업과 평가에 대해 설명하고 미응시자 확인서에 사인을 받아줄 것을 부탁해서 힘들게 수행평가 처리를 했다.
A의 경우 외에도 어쩌다 한 번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출석하는 경우에는 더 가관이다. 담임 교사가 누구누구가 출석했으니 수행평가 할 선생님들은 하시라고 교과 교사에게 메신저로 알리면, 담당 교과 선생님들이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것처럼 그 학생을 보기 위해 분주해진다. 수행평가지에 이름만이라도 받거나 나의 경우처럼 미응시자 확인서를 가져가서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무슨 사장님이 결재해 주는 것처럼 아이는 여유있게 이름을 적어 준다. 도대체 이게 무슨 경우인지...
음악 선생님이 미국에서 큰 딸이 고등학교 다닐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우리 애가 거기에서 공부를 아주 잘했는데, 어느 날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하는 바람에 체육 수행평가를 못 봤거든요. 그래서 그때 다른 과목은 다 A였는데, 체육만 F를 받았어요. 시험에 응시하지 못했다고...다리를 다쳤으니 당연히 시험을 볼 수가 없었던 것인데, 체육 선생님이 그냥 F주고 말더라구요. 우리 나라였으면 어땠을 것 같아요?"
"당연히 아이가 깁스 풀 때까지 기다려주고, 나았다고 하면 그때 아이를 다시 불러서 시험을 보는 기회를 주었겠죠."
"깁스를 했건 개인 사정이 뭐가 있든지 시험 보는 날에 못보면 그걸로 끝인 거에요. 수행평가 해야하는데 가정학습 내고 학교 안 오는 애들이 많아서 얼마나 많은 선생님들이 거기에 에너지를 쏟고 있나 생각해 봐요. 다른 나라는 이런 거 있을 수가 없어요."
"맞아요. 저도 지난 번 어느 연수 때 들었는데, 미국에서 어느 학생이 모든 과목 성적이 우수한데, 한 과목에서 낙제를 받아서 하버드 대학에 못 들어 갔다고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해서 그 과목 교사에게 왜 낙제를 주었느냐고 점수 올려달라고 절대 따지지 못한다고, 그 정도로 교사의 평가권을 인정해 준다더라구요."
제주에서 국제학교에 딸을 보내고 있는 지인도 몇 년 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여기(국제학교)에서는 선생님의 시험 문제에 대해 절대 이의제기를 할 수 없어요. 시험을 언제 보든지 몇 문제를 내든지, 점수가 왜 이런지 등등. 모든 건 담당 교과 선생님의 권한이에요. 수행평가 평가기준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아요. 실은 내가 봐도 어느 과목에서 평가가 조금 이상한 게 있기도 했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 아이나 학부모가 말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고, 말했다해도 선생님이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처리했다고 말하면 그냥 그걸로 끝이에요. 그러니까 여기 엄마들은 아예 평가에 대해 이러쿵저렁쿵 학교에 전혀 말을 하지도 않아요. "
"만약에 일반학교였다면 어땠을 것 같아요?"
"당연히 학교에 전화하고 민원 넣었겠죠! 국제학교는 선생님의 평가권이 확실히 보장되는 것 같아요."
"부럽네요. 우리는 언제나 그렇게 되려나요..."
평가 관련해서 이야기를 풀자면 씁쓸한 이야기가 한도 끝도 없이 많다. 에효..... 이러한 현실을 머금고 있자니 자꾸 기운이 빠진다. 우리 나라는 언제쯤 교사의 평가권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