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골골대더니 코로나 안 걸리는 거 보면 신기해."
"잔병치레가 잦은 사람이 은근 더 건강한 거래요."
H언니의 말에 나는 자신감 넘치게 이렇게 말했더랬다.
2년 넘게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는데, 얼마 전에 몸에 슬슬 신호가 왔다. 처음에는 오한과 몸살 증세에 두통이 엄청 심했다. 단순 감기인가 싶어 일찍 잠들었는데, 다음 날 일어나는데 목이 따끔거리고 아팠다. 설마했지만, 일단 출근을 했다. 급히 해야 할 일만 처리하고, 병가를 내고 바로 병원으로 가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이비인후과에는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 온 대기자가 많았다. 검사 결과 음성이면 다시 진료실에 들어가지만, 양성이면 데스크의 직원이 결과를 말해주고 처방전을 주고 결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20분이 다 되도록 진료실에서 부르지 않는 것이 뭔가 느낌이 싸했다.
설마했는데...이럴수가! 데스크 직원이 양성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H언니에게 의기양양하게 내뱉은 말이 무색하게도 결국 나에게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찾아오고야 말았다.
'마침내, 코로나에 걸리고야 말았구나!!!'
7일분의 약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서 그때부터 철저한 격리생활이 시작되었다.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근육통으로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입은 또 어찌나 쓴지, 뭘 먹을 수가 없었다. 빈속에 약을 먹을 수가 없어서 겨우겨우 떡이나 과일, 요거트 등으로 겨우 속만 채웠다. 잘 먹지 못하니 기운도 없고, 기침할 때마다 온 몸이 쪼그라들었다가 펴지는 것 같았다.
금요일에 확진 판정을 받고, 주말 내내 끙끙 앓았다. 월요일까지는 일단 병가를 냈는데, 이후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일간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할 건지, 병가를 연장해서 복귀 후에 교환수업으로 할 건지 결정해야 했다. 도저히 몸 상태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할 수가 없어 화요일까지 병가를 쓰겠다고 교무부에 연락을 했다. 관리 강사가 구해지는대로 다시 연락하겠다고 수업계 담당자에게 문자가 왔다. 다행인건지 그냥 쉬라는 뜻인지, 조금 후에 수업계로부터 강사를 못 구했으니 목요일까지 계속 병가를 쓰라고 연락을 받았다.
그렇다면 정말 그냥 푹 쉴 수 있었으면 좋았을테지만, 그럴 상황이 못 되었다. 1학기말에 실시했던 3학년 학생 대상으로 진행했던 백일장대회의 수상명이 운영계획과 다르게 되어 있어서 바로 수정 기안을 올려달라고 교무부에서 연락이 왔다. 3학년 생기부 마감 일정이 있어서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머리가 콕콕 쑤시고 어질어질한 상태에서 겨우겨우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담당자와 메신저를 주고 받으며 수정 내용을 확인하고, 기안문을 올렸다.
화요일에는 연구부 평가계 담당 선생님한테 연락이 왔다. 금요일 아침에 제출하고 오면서 수정사항이 있으면 핸드폰으로 연락달라고 했었는데, 평가계획 검토 결과 몇 가지 수정사항이 있다고 했다. 몇 차례에 걸쳐 메신저로 의견을 주고 받은 후 평가계획을 수정 제출했다. 어휴... 나 지금 병가인데 쉬지도 못하고 계속 업무 메신저를 켜고 일처리를 해야 하다니... 이게 뭐하는 거지 싶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해서 기운도 없는데, 쉬지도 못하고 이렇게 일을 할 수는 없었다. 다시 누웠다.
누워서도 해야 할 일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다음 주 창체 시간에 1,2학년 대상으로 진행할 한글날 기념 행사 관련 계획서를 이번 주 초에 기안 올리기로 부장님과 얘기했었더랬다. 이번 주에는 결재가 되어야 행사 일 주일 전인 금요일에 출근해서 미리 학급에 안내문을 돌릴 수 있었다. 전에 몇가지 생각해 둔 내용들을 바탕으로 계획서를 작성하고 부장님한테 검토해 달라고 파일을 보냈다. 다행히 부장님이 계획서 내용이 괜찮다고 하여 별다른 수정없이 기안문을 올렸다.
병가를 내 놓고도, 수요일 오전까지 하루에 한 건 이상의 업무를 처리하고야 말았다. 학교에 돌아가면, 엄청난 교환 수업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남은 병가 기간이라도 푹 잘 쉬어야만 했다. 아픈데 계속 일을 처리하고 신경써서 그랬는지, 몸 상태는 더 심각해졌다. 기침, 가래, 근육통, 오한, 두통에 속까지 메슥거렸다. 입안이 써서 입맛도 없었고, 잘 먹지를 못하니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기운이 없으니 무기력해지고 모든 의욕이 사라지고 우울감이 찾아왔다. 이게 코로나블루인가 싶었다. 수요일 오후부터 목요일 내내 누워만 있었는데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일어날 기운도 없는데, 금요일에 어떻게 출근하지 걱정스러웠다. 몸의 증상이 정신으로까지 번졌는지 기분이 축 쳐지고 삶에 대한 의욕조차 사라지는 감정이 계속 밀려들어왔다. '왜 이러지?' 내 마음을 내가 어쩌지를 못했다. 몸도 마음도 끝없이 심연으로 빠져들어갔다.
일주일 간의 자가격리가 끝나고 출근을 해야 하는 금요일이 벌써 돌아왔다. 몸도 마음도 축 쳐진 채로 겨우 일어나 채비를 하고 출근을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금요일이었다는 점. 겨우겨우 병가로 인해 교환되어 늘어난 수업까지 했다. 한글날 행사 관련하여 담임들에게 미리 메신저로 안내하고, 학년 교무실에 학생용 안내문도 배부했다.
메신저에 접속하기 무섭게 처리해야 할 업무가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두통으로 쑤시는 머리를 부여잡고, 무거운 몸을 겨우겨우 지탱하며 급한 것부터 처리하다보니 금세 퇴근 시간이 되었다.
금요일 퇴근해서 월요일 아침이 될 때까지 정말이지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먹는 것도 싫었고, 기분은 저 밑의 지하세계로 땅굴을 깊이 파 들어가고 있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누워 있는 내 모습이 큰 일 나겠다 싶었는지, 엄마가 제발 일어나서 조금이라도 먹으라고 애원하다시피하여 겨우 일어나서 연명할 정도의 음식을 넘기고 말았을 뿐이었다.
책임감인지 성실함인지 모르겠으나 힘겨운 몸을 다독이며 월요일을 맞았다. 일 주일 병가로 인해 교환된 수업의 여파는 몇 주 동안 짊어지고 가야했다. 다시 수업을 하고,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며 이제 서서히 기운을 회복하고 있다. 몸도 마음도 늘퍼진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쓰디쓴 입도 조금씩 입맛을 찾아가고 있다. 사람마다 코로나 증세가 다르긴 하지만, 나처럼 코로나가 쎄게 온 사람에게는 예전처럼 2주간의 격리기간이 적당했던 것 같다. 아직은 예전만큼의 기력을 되찾지 못했지만, 무기력증과 우울감은 많이 떠나 보냈다.
이렇게 다시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쓰는 것을 보니 의욕이 조금은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한 순간에 무너져버린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고 있다. 평안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감사 날들인지도 새삼스레 느낀다. 모두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