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수능이 무사히 끝났다 (3)

수능 감독을 하며, 세 번째 이야기

by 은향

이번에는 분리시험실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코로나 유증상 수험생을 감독하는 분리시험실 감독관에게는 방호복과 고글, 방호 장갑이 제공된다. 사전 연수 때 분리시험실 책임 관리자인 엄 부장님은 "샘들, 방호복까지는 필요없겠죠? 장갑이랑 페이스쉴드만 요청할게요."라고 했다. 다른 감독관들도 방호복은 안 입을 것 같다고 동의했다.


수능 당일에 분리시험실 본부에는 원래 제공되는 물품인 방호복과 고글, 라텍스 장갑이 든 박스가 놓여 있었다. 1교시에 감독한 선생님들은 방호복까지 입기는 번거롭다고 라텍스 장갑만 끼고 감독을 했다. 감독관 한 분이 감독하고 나오면서 수험생이 콧물을 계속 훌쩍 거리는 게 아무래도 코로나 증상이 맞는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내심 걱정이 되었다. 코로나에 한 번 걸렸어도 또다시 걸리는 사람들이 최근 많다는데, 감독하다 옮으면 어떻게 하지. 요즘 할 일이 많아서 코로나로 일 주일 못 나오면 그 여파가 감당이 안 되는데...



"저는 방호복 입고 감독 들어갈게요."

아무래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분리시험실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감독관은 방호 장갑만 끼는데, 혼자 유난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게 뭐 대수인가. 분리시험실 감독관을 코로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주어진 방호복을 입는 건 당연한 일인데.


방호복을 꺼내보니 티브이에서 보던 의료인들이 입는 방호복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점프슈트 형태가 아니고 가운 형태였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묶어줘야 했다. 분리시험실에 상주해 있는 보건 샘의 도움으로 방호복을 입고 라텍스 장갑을 꼈다. 마스크 위로 고글까지 쓰고, 온몸을 감싸고 발목까지 닿은 방호복을 입으니 꼭 우주복을 입은 것 마냥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다.(수능 감독이라 휴대폰을 제출해서 찍어놓은 사진이 없어서 아쉽다.)


오전 감독관과 다르게 방호복을 입고 들어 온 나를 보고 수험생이 잠깐 놀란 기색이었으나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괜히 자기 때문에 감독관이 조심스러워한다는 인상을 주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원칙대로 주어진 방호복을 입은거니 뭐 어쩌랴.


감독을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숨이 막혀 왔다. 마스크 위로 고글이 꽉 덮고 있으니 숨을 쉬기가 힘들도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대로 있다가는 산소 부족으로 쓰러질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고글을 벗어버렸다. 얼굴 전체를 덥는 투명 페이스쉴드를 제공해 주면 좋았을텐데, 왜 갑갑한 고글을 주었는지 모르겠다.


오전 감독관 말대로 수험생은 계속 훌쩍 거리고 있었다.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도 종료령이 울릴 때까지 최선을 다해 문제를 열심히 푸는 모습이 예쁘고 기특하여 시험 잘 보라고 속으로 응원을 해 주었다. 1교시 예비시험실에서 혼자 시험 보면서 15분 만에 찍고 푹 자는 수험생을 감독할 때와 달리, 감독할 맛이 났다. 똑같이 한 명을 놓고 감독을 했지만, 감독하면서 드는 마음은 달랐다. 이 수험생 한 명을 감독하느라 여러 인력이 애쓴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유증상 수험생이 편안하게 시험 볼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고,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써 주고 싶었다.


1교시 예비시험실 긴급 투입부터 4교시 분리시험실 감독까지 하면서 드디어 수능이 무사히 끝났다. 우리 학교 시험장 자체에서도 별 문제없이 잘 끝났다. 본부 요원이었던 우리 부장님한테 후일담을 들으니 수험번호 마킹 오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실수는 그 이후에 여러 시험실에서 몇 차례 더 있었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시험 본부 요원이나 감독관이나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체력적으로도 소진되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긴장했던 하루가 다행히 무사히 지나갔다. 분리시험실을 담당했던 책임 요원과 감독관 모두 코로나로부터 안전했다. 무결점 수능을 위해 모두가 너무 긴장했던 탓인지 선생님들이 대부분 수능 이후 며칠이 지나도록 피로가 풀리지 않고, 몸이 피곤하고 힘들어했다. 그래도 수능이 이렇게 무사히 끝나서 너무너무 좋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행히 수능이 무사히 끝났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