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짜증 나는 날이네

추위, 온수기 고장, 진상 손님까지

by 코지

서비스직에 일하기 시작하면서 부쩍 짜증이 많이 늘었는데, 특히 무더위가 있는 날과 강추위가 있는 날은 내 안의 짜증이 흘러넘쳐 주체할 수가 없는 기분을 종종 느낀다.


내가 일하는 곳은 통유리로 되어있는 곳이다. 그래서 여름에는 무덥고, 겨울에는 춥다. 게다가 매장에 투자를 잘 안 하는 사장님 덕에 에어컨도 한대에 온풍기마저도 없다. 여름에는 8 평남짓되는 홀에 천장에 달린 에어컨 딱 하나였다. 그것도 먼지가 잔뜩 쌓여 맥스로 틀어놔도 통 시원해지지가 않았다.. 물론 빵을 굽는 오븐실에도 벽걸이 에어컨이 한 대 있었지만, 오븐 열기에 창문 열기에 냉장고 등 각종 기기들의 열기까지 더하면 일하다 녹아내릴 지경이었다. 추위보다 더위에 강한 나이지만 일하는 날이면 땀에 절기도 했다.


이번 겨울은 또 처음 겪어보는데 벌써부터 발끝이 시리다. 냉동창고 혹은 야외에서 일하는 기분이다. 업무 중 하나가 '추워, 추워'를 반복하는 일이다. 한 동료는 발가락 핫팩을 한 묶음 사뒀다. 이런 날 붙이고 일하려고. 패딩을 입고 일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따뜻한 바람이 모이는 곳에 옹기종기 모여있기도 했다. 어떤 날은 말하는데 입김이 나기도 했다. 정말 이곳이 실내가 맞는 걸까? 지금은 테라스를 비닐로 덮은 공사를 해서 덜 추운 거라던데, 작년 겨울에는 다들 어떻게 보낸 걸까? 온풍기 하나만 있어도 매장이 훨씬 따뜻해질 텐데, 매장에 손님들이 추워하니 (물론 직원들도) 온풍기 한대 사는 게 어떻게냐고 사장님께 이야기하니 작년에는 테라스에 비닐도 없었는데도 잘 버텼는데 무슨 소리냐는 식이다. 아 맞다 사장님은 한 달에 한두 번 그것도 잠깐만 오시니 이 추위를 알 수가 없겠구나. 오픈시간에 두 시간만 있어도 온풍기를 바로 구입하실 텐데.


강추위가 있던 어느 날이었다. 매니저님 없이 나와 아르바이트생이 근무하는 날이었는데, 오전에 매장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던 손님이 15분 정도 되었을 때 도저히 추워서 못 있겠다며 테이크아웃 잔으로 바꿔달라 했다. 커피를 보니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되어있었다. 전날 밤 내린 눈으로 길은 살짝 얼어있었고, 뭘 해도 기온이 올라가지 않았다.


게다가 출근하자마자 온수가 안 나온다며 다들 짜증이 나있는 상태였다. 추위에 모두 예민해진 것이다. 온수가 안 나오자 식세기가 작동을 안 했고, 그럼 설거지를 모두 손으로 해야 했다. 그것도 더운물 없이 얼음처럼 찬 물로. 내 이름이 여기저기서 불렸는데 나 또한 짜증이 났다. 나 역시 추운 것도 마찬가지고 손님 응대도 해야 했다. 몸이 둘이 아닌 이상 바로 해결할 수 없었다.


가장 시급한 건 온수기를 고쳐야 하는 일인데, 어디에 연락을 해야 될지 몰랐다.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다가 그건 매장에서 자체적으로 쓰는 거라는 대답을 듣고는 기계에 적힌 곳으로 전화를 걸어 AS를 접수했다. 그러는 사이에 진상 손님들도 많았다. 날이 추워서인지 직원이나 손님 모두 예민했다. 빵 꽁다리는 어디났냐, 왜 이 가격이냐, 샌드위치가 이거밖에 안 남았냐, 주소를 찍었는데 안 나온다는 전화 손님까지. 난 정말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다행히 점심이 되면서 동료가 사 온 떡볶이와 어묵을 먹으며 화를 누그러트렸다.


오후에 온수기 기사님이 오셔서 장비를 살펴보셨다. 한참을 보시더니 오래돼서 제기능을 못하니 교체를 해야 된다고 하셨다. 나는 비용과 일정을 사장님께 알려드리고, 당일 교체를 요청드렸다. 주말에 손님이 한창 많을 시간에 온수가 안 나오면 대 공황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장님 컨펌이 떨어진 후 바로 교체를 요청했는데 설치팀이 곧 올 거라던 기사님의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퇴근시간이 거의 다 돼 가도 설치팀은 보이지 않았다. 기사님께 확인을 해보니 설치팀이 나의 바로 전집에서 어려운 수리가 생겨 지연됐다는 거다. 지금 가도 나의 퇴근시간에 도착을 한다며. 아 맞다 오늘은 짜증 나는 날이었지. 마지막까지 시원하게 풀리지가 않는구나. 그래도 상당히 죄송해하는 기사님 덕에 마음은 누그러졌다.


이런 날은 가게 앞에 팥이라도 뿌리고 싶은 심정이다. 원망이 부글부글 올라온다. 왜 사장님은 설비들을 미리미리 점검을 안 받아서 이 사단을 나게 하는 걸까. 왜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걸까. 원망을 하다가도 그것을 멈췄다. 이미 나의 하루는 지나갔고, 원망해 봤자 원망하는 시간조차 아깝게 느껴져다. 이런 날은 하루가 빨리 지나가게 잠이라도 빨리 청하는 수밖에 없다.


오늘도 짜증이 가득 찬 날이었지만, 묘하게 그만큼 성장한 느낌도 동시에 들었다. 나는 이 날의 문제들을 잘 해결해 나갔기 때문에 스스로 뿌듯함 또한 밀려왔다. 이것이 정신 승리인가. 고생한 나를 위해 퇴근 후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한 후 이불을 돌돌 감싸 몸을 녹이면서 맛있는 저녁을 먹어야겠다. 하루 종일 요동치던 나의 짜증 나는 감정들이 모두 녹아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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