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해보기 전 까지는
엄마와 명동에서 데이트를 하기로 한 어느 날, 일찍 도착한 김에 빵집에 들렀다. 그곳은 명동 성당 맞은편에 있는 팥 전문 빵집이었다. 점심시간대여서 매장 안이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옛날 팥빵과 따뜻한 라테를 한 잔 시켜 창가석에 앉아서 엄마를 기다렸다.
역시나 한 가지만 전문적으로 파는 곳답게 팥빵은 부드러우면서 국산 팥소가 많이 달지 않아 라테와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휴일을 빵과 함께 기분 좋게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직장인으로 추정되는 내 또래의 여성분이 동료와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곤 동료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업무 스트레스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는데, 퇴근길에 여기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 혹은 직원을 보니 웃으면서 일을 하고 있었단다. 그 모습이 부러워서 나도 이런 카페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러다가도 그럼 급여가 작아지겠지? 하고 생각했다며
웬만한 직장생활을 경험해 본 직장인이라면 이런 생각을 종종 할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러했고. 물론 나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급여가 작아지는 길을 무모하게 택한 사람이지만. 그래서 유경험자로써 그간의 경험을 써보자면 카페일은 마냥 웃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손님들은 직원들이 잠깐 웃는 순간만 볼뿐. 물론 사무실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더 많이 웃으며 일을 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고강도의 일들을 해내야 한다.
단편적으로 보이는 좋은 점들 외에 상당히 궂은일들이 많다.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75리터는 되는 쓰레기 버리는 일과 분리수거도 매일 해야 하고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들도 주워야 하고, 손님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도 (간혹 이쑤시개 같은 것들도) 내 손으로 직접 치워야 하고, 수시로 설거지도 해야 하고 하루에 8시간은 기본, 길 때에는 11시간도 서 있어야 하는 등등.. 이 중에서 내가 가장 힘든 일은 장시간 서있는 일이었다. 물론 손님이 없을 때에는 짬짬이 앉아있지만, 앉아서 일하던 사람이 서서 일을 하는 건 꽤 큰 고통이 따랐다.
게다가 내가 일하는 곳은 점심시간도 없고, 휴게 시간도 없다. 제대로 된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않은 셈이다. 직장생활은 '점심시간'이라는 것이 정해져라도 있지, 이곳은 점심 장사가 메인시간이라 그 시간에 직원이 쉰다는 것은 불가능이다. 행여라 화장실이라도 잠깐 다녀오면 기다리는 손님들이 늘어나 있어 맘 졸이며 다녀와야 한다. 이 부분은 나를 빨리 지치게 했다. 매니저님이 쉬는 날에는 내가 오픈도 하고 마감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11시간을 일어서서 쉼없이 일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게다가 진상 손님들까지 상대하다 보면 퇴근 시간에는 불평불만을 할 에너지조차 없었다.
적어도 1년은 버틸 요량이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 탓인지 짜증은 늘어갔고, 일하다가 이유 없이 눈물이 나기도 했다. 혼자서 마감을 하는 날에 손님이 몰리거나 발주한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들어오기라도 하면 욕이 나올 지경이었다. 나는 멈춰야 하는 때임을 직감했다. 이러다간 회복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1년을 3개월 남긴 채 퇴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회사에 이야기를 하고 구인 공고가 시작되자 마음이 복잡스러웠다. 조금 더 버틸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짜증이 솟구치는 날엔 역시 그만둔다고 말하길 잘했어. 하루라도 더 빨리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 정도면 3개월 더 버틸 수 있었을 텐데 라는 날들이 반복됐다.
하지만 더 이상 나를 구석에 몰아넣고 싶지 않았고, 그동안 고생한 내가 회복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옆에 앉은 모르는 그분께 하마터면 말을 걸 뻔했다. " 저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이 일을 해보기 전까지는'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