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국수와 북녘 땅

20. 7. 28.

by 고종구

생각은 늘 이리저리 떠돌고, 떠도는 생각들을 따라가는 일은 바쁘면서도 지루하다. 지루함은 곧장 쉽고도 새로운 자극을 요구한다. 손가락은 금새 몇 번의 클릭으로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찾는다. 그렇게 또 쏟아지는 자극들 앞에서 노출되다보면 시간은 어느새 저만큼 흘러가있다. 그렇게 매번 하루를 기록하지 못하고 잠이 들곤 한다. 관성은 그렇게나 무섭다.


이제는 누군가가 "뭐하시는 분이에요?"라고 물으면 우물쭈물하면서도 "영상을 만들고 있어요"라고 대답을 할 정도가 되었다. 여전히 현장에서는 돌발상황을 제 때 대처하지 못해서 진땀을 흘리고, 노트북 앞에선 실제로 편집하는 시간보다 'xx 프리셋' 등등을 검색하는 시간이 더 잦긴 하지만 어찌어찌 하다보면 또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곤 한다.


오년 전 겨울날, 몸뚱이를 누일 공간과 다달이 생활비를 받을 수 있다는 말만 믿고 무작정 서울에 왔었다. 서울에 온 그 날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는데, 목사님(이라고 쓰고 사장님이라고 읽는다)은 나를 데리고 쌀국수집에 가자고 했다. 그의 뒤를 쭐래쭐래 쫒아가면서도 나의 시선은 온통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찾고 있었다. 운좋게도 그곳을 찾아 뽀드득하고 밟으면 왜 그리 기분이 좋았는지.


창밖으로 눈길 위에서 쩔쩔매는 차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쌀국수를 먹었다. 그는 아직 반도 못먹었는데 내 앞의 그릇은 국물만 가득했다. 젓가락을 내려놓기가 민망하여 아직도 뽀얀 김이 아른거리는 쌀국수 국물을 들이키는데, 그는 대뜸 "언젠간 네가 북녘 땅을 위해 일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던졌다. 쌀국수와 북녘 땅이 무슨 관계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가 남긴 말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요근래 북녘 땅에 관한 말을 하는 이들을 렌즈에 담을 일이 잦아졌다. 현장에서 뷰파인더를 물끄러미 보다보면 가끔, 뽀얀 쌀국수 국물과 함께 그가 남긴 문장이 뷰파인더에 찍히는 인물과 오버랩이 되어 가슴이 '웅장'해지곤 한다. 나는 누구를, 혹은 어디를 '위해' 일할 수 있을만큼 거창한 사람은 아니지만, 웅장해진 마음이 민망하지 않도록, 이들의 눈빛과 몸짓, 언어를 잘 담아내고 싶다는 마음은 끝내 물리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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