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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칠 수 없는 도둑!

by 제이미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에 한가인이 많이 나온다.

거기에 연정훈은 도둑 1호라고 연이어 소개된다.

만인의 미인을 낚아챈 남자를 우리는 도둑이라고 칭한다.

문화 속에서 도둑은 왜 그리 매력적으로 그려질까.

현실에서는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며 절대 흉내 내서도 안 될 행동이 도둑질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물건이 아닌 사람 마음을 훔치는 것은 쿨하게 다가온다.


도둑이 나오는 영화 중 오션스 11(2002)과 8(2018)은 내가 기억하는 도둑들 중에 제일 멋있는 도둑들이다.

오션스 11은 브래드 피트와 조지 클루니가 나오니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들이 원하는 걸 얻지 못하면 나라도 훔쳐다 주고 싶을 정도니.

오션스 8에는 섹시한 여배우 8명이 다 모여있다.

예쁘고 섹시한 언니들이 목걸이를 훔치겠다는데 내가 거기 끼어서 도와주겠다 해도 외모부터 탈락이다.

과연 영화의 세계에서는 아무나 도둑이 될 수 없는 게 분명하다.

영화 도둑들(2012)은 또 어떤가. 김혜수, 전지현, 김윤석, 이정재, 김수현! 여기도 아무나 못 낀다.

그나저나 이 영화도 10년이 훌쩍 넘긴 영화다.

솔직히 이 섹시한 배우들을 다 모아놓고 뭘 하겠는가.

관객들의 마음은 이미 다 훔쳤으니 물건을 훔칠 수밖에!

더 과거로 훌쩍 거슬러 가보면 19세기 초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이나,

20세기 초 프랑스의 아르생 뤼팽까지 기억이 난다.

이토록 소설이나 영화에서의 도둑은 명석한 두뇌, 달련된 몸, 일탈을 보여주며 대리만족을 시켜준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에 나오는 <예술 도둑>은 허구의 인물이 아니다.

브레드 피트도 아니고 김수현도 아니다.

이게 실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와 비슷한 실화로는 영화 <Catch me if you can>에 나오는 거의 천재에 가까운 인물일 것이다.

하지만 디카프리오가 연기 한 이 인물은 도둑이라기보다 사기꾼에 더 가깝다.

그리고 어느 다른 도둑들처럼 그의 목적은 돈이었다.

하지만 <예술 도둑>이 작품을 훔친 목적은 놀랍게도 돈이 아니었다.

현실에서의 도둑도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구나.

물론 그가 한 짓을 합리화하거나 미화시킬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도둑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깨뜨리는 동시에 예술에 대한 편견도 와장창 깨질지도 모른다.

지금껏 내가 생각해 왔던 도둑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 주는 아이러니한 도둑이 틀림없다.

창작의 세계에서는 물건을 훔치기 전에 사람 마음부터 훔쳐야 하는 도둑이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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