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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부인에 대한 생각

by 제이미

자유부인 한가인 유튜브를 봤다.

한가인과 나는 공통점이 별로 없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것 하나는 같다.

육아를 하면서 스스로 울타리를 만들어 그곳에서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고 하는 한가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엄마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제시간에 학교 보내랴 먹이랴 씻기랴 늦지 않게 재워야 하고 규칙, 루틴이라는 울타리를 어쩔 수 없이 만들게 된다.

아이가 자고 나면 비로소 한숨 돌리게 되는데 같이 곯아떨어져버린다.

알게 모르게 늦을까 봐, 해야 될 것을 못할까 봐 긴장하고 있는 탓이다.

울타리를 안 만들고 자유롭게는 아이가 청소년 정도 돼야 가능하지 않을까.

그때는 말을 더 안 들을 테니 옆에서 보고 있기 속 터지겠지.(차라리 지금이 낫다.)

이제 삐뚤어질 거라고 타락할 거라고 하는 한가인의 하루를 보니 그녀의 성격상 삐뚤어지기는 힘들 것 같다. 엄마가 된 이상은 진정한 자유는 주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

한가인.jpg

하지만 자유도 상대적인 것이다. 오늘 아이와 남편이 처음으로 둘이서 차박을 하겠다며 캠핑을 갔다. 할렐루야! 날씨가 추워져 안 갈 것 같이 하더니 갑자기 어제저녁에 핸드폰이 뚫어져라 찾아보더니 한 군데 예약을 하고 오늘 아침에 떠났다. 사랑해.

사실 예전부터 나 혼자 집에 남게 되면 뭘 할까 생각을 했었는데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더 원했던 것은 졸려 쓰러지기 전까지 책을 읽거나 영화 보며 먹고 싶은(주로 매운) 야식을 안주 삼아 혼술 하는 것이다. 시간 맞춰 저녁 먹이고 씻기고 재우지 않아도 되는 밤을 보내고 싶었다. 친구랑 호텔에서 호캉스를 해 본 적은 있지만(아이가 기저귀 찰 때) 집에서 혼자 밤을 지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주말, 해가 뉘엿뉘엿 넘아가는 이 시간에 이렇게 여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행복 그 자체다. 지금쯤 저녁을 뭐 해 먹여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시간이라.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생활이 아이가 어린 엄마들한테는 그토록 원하는 자유다.

오늘은 그 자유를 만끽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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