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성형

by 제이미

엄마와 서울로 향하는 직행버스를 탔다.

"너 콤팩트 안 했냐?"

콤팩트라는 단어가 왜 이렇게 생소하게 느껴지는지.

"쿠션? 안 발랐어. 그냥 톤업선크림만."

엄마는 내 기미가 눈에 너무 거슬렸는지 자신의 커버쿠션을 내 손에 쥐어준다.

"좀 발라라. 한번 더."


엄마는 7남매 중에 막내딸로 상당한 미인이셨다. 젊었을 때부터 이쁘고 똑똑하다는 말을 항상 듣고 사셨기 때문에 나이보다 젊다는 말을 한시라도 안 들으면 안 되는 여자다. 옷과 외모 관리는 정말 철저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다. 내가 신경 안 써드려도 알아서 옷도 잘 찾아 구입하시고 영양제도 좋다는 거 꾸준히 드셔서 지금 70대 중반이신데 확실히 젊어 보이시는 편이다. 하지만 70에 들어서면서 점점 작아 보이는 엄마. 나이가 들면 뼈도 축소해서 키도 작아지고 몸도 확실히 예전보다 작아진다. 그렇게 관리를 하셔도 고혈압에 녹내장, 허리도 안 좋으셔 침을 맞으러 다니신다. 조금만 부주의하면 잘 넘어지신다. 그런 엄마의 한쪽 얼굴이 비대칭으로 처져서 사람도 못 만날 지경이라고 계속 말하신다. 내가 보기엔 그냥 나이 들어 처졌고 한쪽이 약간 더 처졌지만 심해보이지 않는데 보통 신경 쓰이는 게 아닌 모양이다. 엄마는 벌써 60대에 안면거상을 하셨고 안검인가 뭔가도 했다고 한다. 나도 모르는 거 많이도 하셨네. 솔직히 약을 이것저것 먹고 계셔서 나는 성형하지 말라고 뜯어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난 아직 40대. 내가 60대가 되고 피부가 처지면 엄마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도 여자라서 뜯어말릴 수 없었다. 엄마는 외모가 우선순위에서 탑에 차지하고 일단 대인기피가 생길 정도라면 크게 반대할 수가 없다. 그렇게 해서 상담을 하러 갔다.


1년 전에도 같은 성형외과에서 상담을 했었다. 그 의사가 엄마의 사진을 보더니 1년 전하고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한다. 그건 내가 엄마한테 항상 말했던 레퍼토리다. 엄마가 신경을 쓰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라고. 하지만 엄마 귀에 그 말이 들릴 리가 없다. 이 정도면 나도 말해봤자 내 입만 아프다. 엄마는 결국 이 수술을 할 것이다. 사람의 얼굴은 원래 약간 비대칭이고 한쪽이 약해서 더 처지는 것은 유전적인 요인이라고 한다.


'유전'이라는 말이 내 뇌리에 꽂혔다. 그래 내 아무리 뭐라그래도 나는 엄마의 딸이다. 내가 엄마같이 살기 싫다 그래도 결국 엄마와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거 아닐까. 결과적으로 엄마는 자기 관리를 해서 지금도 운전을 하고 단정해 보이기 위해 노력하신다. 그 나이에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절대 엄마만큼 신경 쓰면서 살지 못한다. 건강을 위해 운동이나 식단은 신경 쓰겠지만 외모는 생긴 대로 살고 싶다. 이게 다 내려놓지 못하는 엄마를 보고 살아서 그런 거 아닐까.


결국 엄마는 내가 따라가지 않으면 이제 강남도 혼자 나가시길 불안해하면서 이 수술을 하신단다. 엄마가 수술할 결단을 내리고 집에 돌아오면서 하시는 말

"참 늙으니까 하나하나가 다 어렵네. 차도 고장 나고 내 몸도 고장 나고 고칠게 많다."

"그건 엄마가 선택하기 달린 거야."

"그래도 사람을 못 만나겠는데 우짜노."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엄마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날지, 엄마가 만나는 사람이 엄마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험담을 할지 모르는 일이지만 그건 엄마의 선택이다. 나는 아직 70대가 아니라서 모른다. 나는 엄마가 아니라서 모른다. 우리는 같은 듯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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