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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Oct 25. 2023

고통 장치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입니다.

어제 <몰입>의 저자이신 황농문 교수님이 나오신 유튜브를 보았다. 숏폼이나 게임, 릴스와 같은 짧은 영상 때문에 MZ세대의 전두엽이 박살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MZ세대도 아니고 이미 전두엽의 노화가 시작되지 않았나 싶지만 요즘은 누구나 노력하지 않는 이상 중독 상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라테스 양말. 발꼬락 시렵다.

중독에 빠진 뇌를 회복시키는 방법은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닌 노력과 몰입이 필요한 고통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에 제일 좋은 것이 운동, 독서, 공부 등을 예로 들어주셨다. 나는 의지력이 0%인 전업주부이기 때문에 운동은 이미 고통 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기구 필라테스를 등록해 스튜디오메이트 앱을 깔아 등록한 횟수에 맞춰 예약을 한다. 운동 예약은 일주일 단위로 열리며 나는 일주일에 2번 꼭 예약을 하는데 수업시간 5시간 전까지는 예약 취소가 가능하다. 그런데 취소가능 횟수가 정해져 있어서 초반에 예약했다 취소를 몇 번 했더니 이제 더 이상 취소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나 같은 사람한테는 참 필요하다.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단 예약을 하고 '못 가면 한 회 날리는 거다.'라고 은근한 압박을 느낀다. 그 예약시스템은 나를 꼭 가게 만든다. 나의 운동 고통 장치는 아주 성공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글쓰기이다. 조금 전 운동을 하고 나오는데 브런치팀에서 안내알림이 왔다.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저도 압니다. 알지만 글쓰기도 예약시스템을 만들어 주세요! 그 대안으로 브런치에서 이번에 연재 브런치북을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목차를 미리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나의 발목을 잡는다. 정해진 날에 연재를 해야 하는 시스템은 마음에 든다. 에세이만이 아니라 망나니 같이 아무도 써달라거나 써보라는 사람 없는데 소설까지 쓰고 싶은 나 같은 주부는 마감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야 꾸준히 쓸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의 질문: 의지력이 없는 주부의 글쓰기 고통 장치는 어떤 것을 써야 할 것인가?


그냥 쓰지 말아야 하나? 아마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질문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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