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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Dec 03. 2023

마음이 헛헛할 때 사진을 본다.

마음이 헛헛할 땐 아이의 아기 때 사진을 본다. 

재미있는 건 아이도 자신의 아기 때 영상 보는 걸 좋아한다.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킬킬 웃는다. 

내가 왜 한 번씩 옛날 사진과 영상을 보는지 아이는 이해할까? 

사진에 있던 인형은 지금 어디 갔는지 궁금해하고 제주도 여행 사진을 보며 내년에 다시 가자고 얘기도 해 본다.

그러면 어느새 모든 일들이 그리고 현재가 너무 감사하게 다가온다. 

우리 가족은 너무 찬란하게 성장해 있다. 

옛날에 명절이나 연말이 되면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왜 사진 앨범을 들쳐봤는지 알 것 같다.

오랜만에 본 사촌들의 어색한 분위기를 사진 앨범이 추억 소환하며  다시 하나로 뭉쳐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어색한 분위기, 우울한 감정, 헛헛한 기분을 예전 사진들 몇 장으로 달랠 수 있다니 역시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

내 마음은 왜 헛헛했을까.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하루하루를 얼마나 훌륭하게 살아냈는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마라는 자리는 변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란 아이를 보면 내가 엄마 역할을 올해도 잘 수행을 한 것 같다.

그걸로 됐다. 그만하면 잘했다.

연말의 쓸데없는 우울감을 없애기 위해 가족성장 보고서를 각자 작성하게 할까.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장보다 보이지 않는 성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성장 보고서를 쓰긴 힘들 것 같다.

일단 '보고서'라는 단어 자체가 마음에 안 드네.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늘을 살 수 있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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