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모토가 '편지하는 마음으로 쓰기'가 된 것에 대한 편지
저는 평소에 편지 쓰는 걸 좋아해요. 특히 저는 스스로 말을 잘 못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서 언제나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걸 더 좋아했어요. 평소에 못 했던 말이나 하고 싶었지만 할 타이밍이 없었던 말을 편지로 전하는 건 너무 매력적인 일이니까요. 횡설수설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말을 골라 전달할 수 있기도 하고요. 종종 편지 쓰는 게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봤지만 늘 모든 걸 어려워하는 제게도 이것만큼은 꽤 수월한 일이었어요. 어쩌면 저는 수학 문제 10문제보다 편지 10장을 쓰는 게 더 좋다고 대답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편지를 주면 더 외로워지고 작아지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마음을 전하는 일이 언젠가부터 조금 버거워지기 시작했어요. 편지를 주는 건 늘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마음을 주고 나면 공허한 느낌이 더 많이 들었어요. 어느 날엔 제가 준 편지가 아무나 볼 수 있게 잡동사니 사이에 꽂혀있던 걸 발견하기도 했어요. 저는 제 손으로 그 편지를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지금까지 내가 쓴 편지 모두 다 없던 일이 되면 좋겠다고. 차라리 그렇게 영원히 찾지 못하게 돼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받은 사람은 아마 그 편지가 거기에 있었는지도 모르고 없어진 줄도 모르겠지만요.
이쯤 되면 제 글 소개에도 나올 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키워드가 왜 “편지하는 마음”이 되었을까 궁금할 것 같은데요. 단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편지 쓰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앞서 말한 과정을 거쳐도 크게 변하지는 않더라고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 된다고 할지라도 편지를 받을 사람이 있다는 것. 내가 편지를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로 기쁜 일이 아닐까 싶었어요. 한편으론 내 마음을 강요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휴지처럼 버려도 좋으니, 내 얘기 한 번만 들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커지기도 했고요. 편지를 던져두는 사람도 있지만 소중히 보관해 줄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요.
이 글도 누군가에게는 한 번 읽고 휴지통에 넣어 ‘비우기’ 버튼을 누르는 광고성 메일과 다르지 않은 글이 될 수도 있겠죠. 어쩌면 읽었다는 사실조차 까먹을 글이 될지도 모르고요. 후자의 경우는 조금 슬프겠지만 그래도 좋아요. 어떤 이에게는 생각날 때마다 두고두고 열어 볼 편지가 될 수도 있다고 믿으니까.
저는 그런 마음으로 편지를 써요.
그런 마음으로 글을 써요.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p.s 여러분은 마지막으로 편지 쓴 게 언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