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오후였습니다.
40대 여성 환자분이 약간 절뚝거리며 진료실로 들어오셨어요.
표정을 보니 뭔가 답답하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첫마디가 이거였죠.
"원장님, 왼쪽 종아리가 너무 아프고 부어서 걷기가 힘들어요.
다친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증상으로 오시는 분들,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비슷한 패턴을 보이죠.
파스 붙이고, 마사지 받고, 찜질하고...
하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
안녕하세요.
매일 아침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오늘은 어떤 환자분을 만날까' 생각하는 것인데요.
그만큼 한 분 한 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 노력하는
콕통증의학과 통증 전문의 윤은장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
오늘은 제가 최근 진료실에서 직접 경험한 사례를 통해
왼쪽 종아리 땡김, 종아리 부종의 '진짜 원인'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지금 여러분이 겪고 있는 증상의 실체를 정확히 알게 되실 겁니다.
왼쪽 종아리만? 이건 좀 이상한데요
그날 환자분께 먼저 여쭤본 건 이거였습니다.
"언제부터 아프셨어요? 그리고 양쪽 다 아픈 건가요, 한쪽만?"
환자분은 명확하게 대답하셨죠.
"2주 전부터요. 왼쪽만 아파요. 오른쪽은 멀쩡한데 왼쪽만 이상해요."
여기서부터 제 머릿속엔 몇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습니다.
보통 종아리가 아프고 붓는 증상은 크게 세 가지 원인으로 나뉩니다.
1️⃣ 근육 자체의 문제 (근육통, 근육 손상)
2️⃣ 혈관 문제 (정맥류, 혈전 등)
3️⃣ 신경 문제 (허리에서 오는 신경 압박)
환자분은 다친 적도 없고, 무리한 운동을 한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1번은 가능성이 낮아 보였죠.
일단 초음파부터 찍어봤습니다.
혹시 모를 혈관 문제나 근육 내 이상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요.
결과는?
특별한 이상 없음.
환자분은 조금 당황한 표정이셨어요.
그럼 왜 이렇게 아픈 건지 더 답답해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때 한 가지 더 확인해야 할 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허리는 불편하지 않으세요?"
"네, 허리는 전혀 안 아파요. 오직 다리만요."
바로 이 대답이 핵심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인데요.
허리 디스크라고 하면 무조건 허리가 아파야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허리에서 나오는 신경이 눌리는 '위치'에 따라
허리는 멀쩡한데 다리만 아픈 경우가 생각보다 엄청 많거든요.
특히 L5, S1 신경근 부위가 눌리면
종아리 뒤쪽으로 통증이 쏘고, 땡기고, 붓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께 제안드렸습니다.
"허리 MRI 한번 찍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환자분은 처음엔 좀 망설이셨어요.
당연하죠. 허리는 하나도 안 아픈데 MRI를 찍는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으셨을 겁니다.
비용도 비용대로 드니…
하지만 제 설명을 듣고 결국 동의해 주셨고...
MRI 결과를 보는 순간, 역시나였습니다.
L5-S1 추간판 탈출증. 그것도 왼쪽으로.
"보세요, 여기 이 부분이 신경을 누르고 있죠?
이게 바로 왼쪽 종아리로 가는 신경이에요."
환자분은 화면을 보시더니 놀라워하셨습니다.
정말 신기해하시면서도 한편으론 안도하시는 표정이었어요.
드디어 원인을 찾았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허리 통증 없이도 다리만 아플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진료를 하다 보면 정말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몇 달씩 다리 마사지만 받으시거나
종아리 근육통이라고 생각하고 파스만 붙이시다가
증상이 악화되어 뒤늦게 오시는 분들이요.
어떤 분은 6개월 동안 정형외과, 한의원 여러 곳을 전전하시다가
결국 저희 병원에 오셔서 MRI 찍고 나서야 원인을 아셨대요.
또 어떤 분은 다리 정맥류인 줄 알고 혈관외과까지 가셨다가
거기서 허리 검사를 권유받아 오신 경우도 있었고요.
물론 모든 종아리 통증이 허리에서 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꼭 한 번쯤 의심해보셔야 해요.
✅ 한쪽 종아리만 유독 아프고 붓는다
✅ 특별히 다친 적이 없다
✅ 마사지나 찜질을 해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심해진다
✅ 가끔 저릿한 느낌이나 시린 느낌이 동반된다
✅ 오래 서 있거나 걸으면 더 심해진다
✅ 아침에 일어났을 때보다 저녁에 더 붓고 아프다
이 중 4개 이상 해당된다면?
단순 근육통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치료는 어떻게 했냐고요?
환자분께는 CI(C-arm Intervention) 주사치료를 시행했습니다.
시술 자체는 10분 정도 소요됐고
환자분은 당일 귀가하셨어요.
그리고 일주일 뒤 재진 때...
정말 신기하게 다리가 편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걸음걸이부터 달라 보이셨습니다.
부기도 많이 빠졌고, 통증도 거의 사라졌다고 하셨죠.
제가 이 순간을 좋아합니다.
환자분이 좋아지는 모습을 볼 때 정말 보람을 느끼거든요.
이게 바로 '정확한 원인'을 찾아서 치료했을 때의 차이입니다.
원인을 모르면 치료는 헛수고입니다
저는 진료할 때 항상 이 말을 되새깁니다.
"증상은 결과일 뿐, 원인을 찾아야 한다."
종아리가 아픈 건 결과입니다.
그 뒤에 숨은 '진짜 원인'이 뭔지 찾는 게 의사의 역할이죠.
물론 모든 환자분이 이렇게 명확한 건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정말 단순 근육통일 수도 있고
혈관 문제일 수도 있고
다른 원인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하나하나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게 진료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전공의 시절엔 이런 케이스를 보고 좀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
허리가 안 아픈데 왜 MRI를 찍어야 하냐고 물어보시면
설명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수백, 수천 명의 환자분들을 만나면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쪽 다리만 아픈 분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허리에 원인이 있었고
그걸 치료하니까 다리가 좋아지더라고요.
이제는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왼쪽 종아리 땡김, 종아리 부종...
그냥 넘기지 마세요.
특히 이런 분들은 꼭 정밀 검사를 받아보셔야 합니다
✔️ 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
✔️ 한쪽 다리에만 국한된 경우
✔️ 저림이나 감각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
✔️ 걷거나 서 있을 때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
✔️ 누워 있을 때는 좀 괜찮은데 활동하면 아픈 경우
✔️ 발목이나 발가락까지 증상이 내려가는 경우
이런 증상들은 신경 압박의 전형적인 신호입니다.
빨리 원인을 찾을수록
치료도 빠르고, 회복도 빠릅니다.
반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신경 손상이 진행되어 회복이 더뎌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환자분들께 항상 말씀드립니다.
"증상을 참지 마세요. 원인부터 확인하세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들
Q. 초음파에서 이상 없다고 했는데 왜 또 MRI를 찍어야 하나요?
초음파는 근육, 힘줄, 혈관을 보는 검사입니다.
하지만 신경은 초음파로 잘 안 보여요.
특히 허리에서 내려오는 신경 문제는
MRI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허리가 전혀 안 아픈데 정말 허리가 원인일 수 있나요?
네, 정말 많습니다.
신경이 눌리는 위치에 따라
허리 통증 없이 다리만 아픈 경우가 흔해요.
오히려 허리는 멀쩡한데 다리가 더 아픈 분들이 많습니다.
Q. 치료하면 완전히 나을 수 있나요?
완전히라는 단어는 조심스럽지만…
대부분의 경우 비수술적 치료로 나아집니다.
CI 주사치료, 물리치료, 생활습관 교정 등을 통해
신경 압박을 줄이고 염증을 가라앉히면
증상이 많이 좋아집니다.
다만, 너무 오래 방치하면 신경 손상이 진행되어
회복이 더딜 수 있으니 빠른 진단이 중요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사례는
제가 최근에 실제로 진료한 케이스입니다.
이런 환자분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조금만 일찍 오셨으면 덜 고생하셨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에요.
물론 모든 증상이 심각한 건 아닙니다.
단순 근육 피로일 수도 있고
일시적인 부종일 수도 있죠.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확인해 보는 것.
그게 결국 여러분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윤은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