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3군데 이상 다닌 분들을 위해 직접 쓴 <진료기>
지난주 진료실에서 만난 30대 남성 환자분의 첫마디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선생님, 저 이제 걷는 것도 무서워요."
네, 공감합니다.
사타구니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면,
한 걸음 딛는 일조차 어려워지기 시작하죠.
하지만 제 일은 그런 환자분들을 면밀히 진단하는 일입니다.
오늘만 해도 사타구니 통증 환자분들이 많이 방문하셨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씁니다. ^^
안녕하세요.
매일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의 통증과 마주하며,
그 이면의 불안과 걱정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콕통증의학과> 통증의학과 전문의 김세은입니다.
블로그에서는 처음 인사드리네요. ^^
오늘은 많은 분들이 '단순 근육통'이라 생각하고 넘기다가,
결국 일상이 무너질 때쯤 뒤늦게 병원을 찾게 되는
'사타구니 통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특히 걸을 때 사타구니 안쪽에서 느껴지는 찌릿함, 저림, 당기는 느낌...
이런 증상들이 왜 생기는지,
그리고 제가 직접 치료했던 케이스를 통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걸을 때마다 찌릿했던 30대 남성분
최근에 제게 온 환자분 한 분이 떠오르네요.
30대 중반의 남성분이셨는데,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오셨던 분이었어요.
직업이 트레이너다 보니 몸을 쓰는 일이 많았고,
본인 몸 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쓰시는 편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걸을 때마다
사타구니 쪽에서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대요.
처음에는 그냥 운동 후 근육이 피곤한 거겠거니
생각하고 넘겼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걷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특히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점점 심해졌어요.
심지어 가만히 서 있다가도 갑자기
사타구니 안쪽에서 찌릿한 저림이 올라오는 거예요.
트레이너라는 직업 특성상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고 하시더라고요.
회원들 운동 지도는 해야 하는데,
본인이 시범을 보이거나 같이 움직이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면서요 ;;
다른 병원에서는 고관절 내전근이 긴장해서 그렇다고 하더래요.
그래서 물리치료도 받고, 스트레칭도 열심히 하고, 약도 먹어봤는데...
전혀 나아지지 않았대요.
[다양한 질환을 진단받아도 호전되지 않았던 분들이 방문해 주시는 경우가 많은 듯해요. 10년 넘은 경험을 통해 환자분의 회복을 돕겠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심해지니까
정말 답답하고 불안했다고 하시더라고요.
환자분이 콕통증의학과에 오셨을 때,
저는 먼저 자세한 문진부터 시작했어요.
어떤 동작에서 통증이 심한지,
통증의 양상은 어떤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그리고 신체 검사를 통해 고관절 가동 범위와
통증 유발 지점을 확인했죠.
이 과정에서 제 머릿속에는 몇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어요.
단순한 근육 긴장이라기엔 증상이 너무 지속적이고,
보존적 치료에 반응이 없다는 점이 걸렸거든요.
그래서 바로 정밀 검사를 권유드렸어요.
당일 요추 MRI와 고관절 MRI를 함께 촬영했는데요.
당일 MRI 검사 가능한
콕통증의학과 오시는 길
결과를 보는 순간 '역시나' 싶었어요.
✅ 요추 4-5번 추간판에 문제가 있었고
✅ 좌측 고관절 부위에 염증 소견이 명확하게 보였어요
✅ 게다가 고관절 충돌 증후군까지 확인됐죠
고관절 충돌 증후군이라는 게 뭐냐면
대퇴골의 머리 부분과 골반의 비구 사이에서
비정상적인 접촉이 일어나면서 통증과 손상을 유발하는 질환이에요.
특히 걸을 때, 계단 오를 때, 앉았다 일어날 때처럼
고관절을 굽히는 동작에서 증상이 심해지는 게 특징이죠.
이 환자분의 경우는 단순히 근육 문제가 아니라,
고관절 자체의 구조적 문제와 그로 인한 염증이 원인이었던 거예요.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고관절 부위 염증이 확인됐을 때,
저는 한 가지를 더 확인해야 했어요.
바로 '이 염증의 원인이 단순히 기계적 충돌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전신 질환 때문인지'를 감별하는 거였죠.
특히 젊은 남성 환자에서 고관절 염증이 발견되면,
류마티스 질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혈액검사를 추가로 진행했어요.
다행히 류마티스 인자나 염증 수치 등이 모두 정상으로 나왔고,
전신 질환보다는 고관절 충돌 증후군으로 인한
국소 염증으로 확진할 수 있었어요.
이런 과정이 왜 중요하냐면,
같은 사타구니 통증이라도 원인에 따라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만약 류마티스 질환이었다면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했을 테니까요.
치료는 어떻게 진행했을까요?
정확한 진단이 나왔으니, 이제 치료 계획을 세울 차례였어요.
환자분께 상황을 설명드리고,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1️⃣ 고관절 충돌 부위의 염증 제거
2️⃣ 요추 추간판으로 인한 신경 자극 완화
그래서 저는 두 가지 주사 치료를 병행하기로 결정했어요.
먼저 SI(초음파유도하) 주사치료를 시행했어요.
초음파로 실시간 영상을 보면서,
고관절 충돌이 일어나는 정확한 부위에
약물을 주입하는 거죠.
이건 정말 정밀한 작업이에요.
1-2mm만 벗어나도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니까,
초음파 화면을 보면서 바늘 끝의 위치를 계속 확인하면서 진행해요.
그리고 CI(C-arm Intervention) 주사치료도 함께 진행했어요.
C-arm이라는 특수 영상장비를 이용해서,
요추 4-5번 부위의 신경 주변에 약물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시술이에요.
이 두 가지 치료를 병행한 이유는,
고관절 문제만 해결한다고 해서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거든요.
요추에서 내려오는 신경이 자극받고 있으면,
사타구니 쪽으로 방사통이나 저림이 계속 남을 수 있어요.
반대로 신경 문제만 해결하고 고관절 염증을 그대로 두면,
걸을 때마다 기계적 충돌이 반복되면서 증상이 재발하고요.
그래서 두 가지를 함께 치료하는 게 핵심이었어요.
치료 후 달라진 일상
주사 치료 후 약 1주일 정도 지났을 때, 환자분이 다시 오셨어요.
표정부터 달라 보이더라고요 ㅎㅎ
"선생님, 걸을 때 통증이 확실히 줄었어요. 진짜 신기해요."
그전까지는 10걸음만 걸어도 사타구니 쪽에서 찌릿한 게 올라왔는데,
이제는 한참을 걸어도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계단 오르내릴 때도 예전처럼 움찔하지 않게 됐고,
앉았다 일어날 때 저림도 거의 사라졌다면서요.
물론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었어요.
아직 잔여 증상이 남아 있었고,
고관절 주변 근육들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추가로 체외충격파 치료를 시작했어요.
체외충격파는 염증이 있던 부위의 회복을 촉진하고,
주변 조직의 재생을 돕는 치료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게 '운동'이었어요.
고관절 충돌 증후군은 단순히 염증만 잡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고관절 주변 근육들, 특히 엉덩이 근육과 코어 근육을 강화해서
관절의 안정성을 높여줘야 재발을 막을 수 있어요.
환자분이 트레이너시다 보니 운동 방법은 잘 아셨지만,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드렸죠.
체외충격파 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면서,
환자분은 점점 더 좋아지셨어요.
사타구니 통증, 절대 가볍게 보지 마세요
이 케이스를 통해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사타구니 통증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는 거예요.
많은 분들이 근육통이려니 생각하고 파스 붙이고,
스트레칭하고, 그냥 참고 지내시는데요.
하지만 제가 봤던 환자분들 중 상당수가,
나중에 정밀 검사를 해보면 단순 근육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았어요.
특히 이런 증상이 있다면 꼭 병원을 찾으셔야 해요.
✔️ 걸을 때마다 사타구니 안쪽에서 찌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 계단을 오르내릴 때 사타구니가 당기거나 저린다
✔️ 앉았다 일어날 때 사타구니 쪽에서 통증이 발생한다
✔️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사타구니에서 저림이 올라온다
✔️ 몇 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고 있다
✔️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는다
이런 증상들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라고 방치할 문제가 아니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염증이 심해지고,
주변 조직까지 손상되면서 치료가 더 어려워질 수 있거든요.
정확한 진단이 곧 치료의 시작이에요
제가 환자분들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정확한 진단'이에요.
같은 사타구니 통증이라도 원인이 다르면 치료법도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어떤 분은 고관절 문제일 수 있고
어떤 분은 요추 신경 문제일 수 있고
어떤 분은 근육이나 힘줄 손상일 수 있어요
때로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단순히 증상만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정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게 정말 중요해요.
초음파 검사로 연부조직과 힘줄 상태를 확인하고
MRI로 관절과 신경, 추간판 상태를 정밀하게 보고
필요하면 혈액검사로 전신 질환 가능성까지 체크하는 거죠
출처: Cleveland Clinic
이런 과정이 번거로워 보일 수 있지만,
이게 정말 빠른 길이에요.
잘못된 진단으로 엉뚱한 치료를 받으면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정확하게 원인을 찾아서 제대로 치료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니까요.
오늘 이야기한 케이스는 제가 최근에 치료했던 수많은 사례 중 하나예요.
하지만 이 한 분의 이야기 속에,
사타구니 통증으로 고생하시는 많은 분들이 겪는 어려움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 명확하지 않은 통증 위치
✔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증상
✔ 단순 근육통이라는 오진
✔ 효과 없는 보존적 치료
✔ 점점 심해지는 불안감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
걸을 때마다 사타구니가 찌릿하거나 저린 분이 계신가요?
혹은 사타구니 안쪽에서 당기는 통증 때문에 일상이 불편하신가요?
그렇다면 더 이상 참지 마시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시길 권해드려요.
통증은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예요.
그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제대로 된 검사와 치료를 통해 근본 원인을 해결하시길 바랍니다.
통증 없는 일상,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세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