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의사> 솔직 대답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을 때,
대부분은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넘깁니다.
걸음걸이가 조금씩 느려지고 있어도 나이 탓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 작은 신호들이 모여 하나의 질병을 알리고 있다면,
그걸 알아차리는 시기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안녕하세요.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의 떨림을 보며,
조금만 더 일찍 오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자주 느끼게 돼요.
초기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그 신호를 통해 진료를 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매일 절실히 실감하고 있는
콕통증의학과 신경과 전문의 조성호입니다.
오늘은 진료실에서 만난 한 환자분의 이야기를 통해,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과 진단 과정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
작은 떨림에서 시작된 불안
60대 초반 남성 환자분이었어요.
과거 건설 현장에서 활발히 일하시던 분이었는데,
백신 접종 이후부터 왼손에서 떨림이 시작됐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엔 정말 미세한 떨림이었다고 해요.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넘겼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심해지더라고 하셨어요.
몇 달 후에는 오른손도 떨리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다리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걷기가 힘들어졌다고 했습니다.
환자분은 증상이 악화되는 게 느껴지자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셨다고 해요.
타병원에서 뇌 MRI, MRA 검사도 받아보셨고
손떨림에 대한 약도 처방받아 드셔보셨는데
검사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들었고
약도 별 효과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손떨림은 더 심해졌고,
걷는 것도 점점 힘들어지면서 허리와 다리까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때문에 저희 병원을 찾아주셨어요.
걷기가 힘들어지면서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생겼고,
일상생활이 너무 불편해서 오셨다고 했습니다.
우선 허리 문제부터 확인하기 위해 당일 요추 MRI 검사를 시행했어요.
당일 뇌 / 요추 MRI 검사 가능한
콕통증의학과 오시는 길
검사 결과 추간판 탈출증이 확인됐고,
이로 인한 신경 압박으로 다리 통증과 저림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허리 치료를 위해 통증의학과 원장님과 협진해
CI(C-arm Intervention) 주사치료를 시행했고,
다행히 허리와 다리 통증은 많이 호전되셨어요.
그런데 치료를 진행하면서 계속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손떨림과 보행 장애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거든요.
환자분의 보행 양상을 자세히 관찰해보니
단순히 허리 통증 때문에 걷기 힘든 것과는 조금 달라 보였어요.
걸음이 작고 느리며 팔 흔들림이 줄어든 모습
앉았다 일어날 때 유난히 힘들어하시는 모습
표정이 평소보다 경직되어 보이는 점
이런 세부적인 양상들이 단순 척추 질환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었습니다.
진료를 하다 보면 환자분의 전반적인 상태를 종합적으로 봐야 할 때가 있어요.
이 환자분의 경우도 그랬습니다.
백신 접종 후 시작된 한쪽 손떨림이 점차 양손으로 확대되고
보행 장애가 동반되며
타병원 MRI에서 이상 소견 없음에도 증상은 지속되고
손떨림 약물 치료에도 반응이 제한적이었던 점
이 모든 경과를 종합해보면 단순한 손떨림이나
척추 질환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환자분께 뇌 MRI를 다시 촬영하고
추가 검사를 진행해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허리 치료는 잘 되고 있지만, 손떨림과 보행 장애는
별개의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드렸어요.
환자분도 그동안 여러 병원을 다녀봤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해 답답하셨던 터라,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뇌 MRI 재촬영과 함께 신경학적 검사를 종합적으로 시행했어요.
환자분의 증상 시작 시기와 진행 양상
떨림의 특징과 분포
근육 강직 정도
보행 패턴과 자세 변화
약물 반응 경과
이 모든 것을 세밀하게 평가한 결과, 파킨슨병으로 진단할 수 있었습니다.
환자분께 결과를 말씀드리는 순간이 쉽지 않았어요.
파킨슨병이라는 진단을 들으시면 대부분 충격을 받으시거든요.
환자분도 처음에는 많이 놀라셨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그동안 뭐가 문제인지 몰라서 너무 불안했는데,
이제라도 정확히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요.
원인을 모르는 채로 증상만 악화되는 게 얼마나 불안한지,
진료실에서 자주 느끼는 부분입니다.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면 적어도 치료 방향은 명확해지니까요.
체계적인 관리의 시작
파킨슨병 진단 후 곧바로 약물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에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지면서
운동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거죠.
출처: Marley Drug
따라서 치료의 기본은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거나
도파민 작용을 강화하는 약물을 사용하는 겁니다.
환자분께 맞는 약물을 처방하고 용량을 조절해가며 치료를 진행했어요.
동시에 허리 치료도 계속 병행했습니다.
파킨슨병 치료와 척추 치료를 함께 진행하면서
환자분의 전반적인 상태가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약물 치료 시작 후 몇 주가 지나자 손떨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보행도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바뀌었으며
일상생활 동작들도 수월해졌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환자분께서 기뻐하신 건 밥을 먹을 때였어요.
예전에는 손이 떨려서 식사하는 것조차 불편하고 창피했는데,
이제는 편하게 드실 수 있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주변에서도 환자분이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한다며,
표정이 밝아지셨습니다.
파킨슨병 전조증상, 놓치지 말아야 할 신호들
파킨슨병은 갑자기 생기는 질환이 아니에요.
진단받기 몇 년 전부터 이미 미세한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이 초기 증상들이 너무 흔하고
비특이적이라 대부분 그냥 넘어간다는 거예요.
파킨슨병의 전조증상으로 알려진 것들은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 한쪽 손의 미세한 떨림
✅ 후각 기능 저하
✅ 수면 중 이상 행동
✅ 변비
✅ 글씨 크기 변화
✅ 목소리 변화
✅ 자세와 균형 변화
이런 증상들이 하나씩 나타날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쉬워요.
하지만 여러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거나
점진적으로 악화된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셔야 합니다.
초기 증상 검사, 어떻게 진행되나요
파킨슨병이 의심될 때 진행하는 검사는 단순히 영상 검사만으로 끝나지 않아요.
✔️ 뇌 MRI
뇌의 구조적 이상을 확인하고,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들을 배제하기 위해 시행합니다.
✔️ 신경학적 검사
떨림의 특성, 근육 강직도, 자세 반사, 보행 양상 등을 세밀하게 평가해요.
중요한 건 단 한 번의 검사로 진단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증상의 시작 시기와 진행 과정,
환자분의 전반적인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그래서 파킨슨병 진단에는
경험 많은 신경과 전문의의 임상적 판단이 매우 중요해요.
파킨슨병 수명에 대한 오해와 진실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면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궁금해하시는 게 예후와 수명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파킨슨병 자체가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에요.
적절히 치료받으면서 관리하시는 분들은
일반인과 큰 차이 없이 오래 사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분들의 기대 수명은
치료 기술 발전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중요한 건 얼마나 일찍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느냐입니다.
초기에 발견해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증상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으며
삶의 질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증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이차적인 합병증이 생기며
일상생활이 크게 제한될 수 있어요.
그래서 초기 증상을 놓치지 않고 조기에 진단받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파킨슨병의 전조증상을 알아차리고,
초기 증상 단계에서 적절한 검사를 받고,
그리고 진단 후 꾸준히 치료받으며 관리하고…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환자분 스스로 몸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시는 거예요.
손떨림이 계속되거나 보행에 변화가 느껴진다면
여러 병원을 다녀봐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증상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신경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다시 편안한 일상을 되찾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성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