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면 <평생> 후회할 수 있는 이유 <분당 신경과>
걷는다는 게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다가도,
어느 날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모든 게 달라집니다.
안녕하세요.
파킨슨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머릿속이 하얘지셨던 분,
혹은 아직 진단도 못 받고 몸의 변화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계신 분,
오늘 이 글이 그 불안에 조금이나마 닿을 수 있으면 합니다.
저는 콕통증의학과 신경과 전문의 조성호입니다.
파킨슨 증상이나 파킨슨 검사를 검색하셨다면,
아마 본인 또는 가까운 가족분이 몸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하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거나,
걷다 보면 발이 잘 안 떼어지거나,
표정이 예전보다 굳어 보인다는 말을 들으셨거나.
그런데 이 증상들이 단순히 나이 탓으로 여겨지거나, 허리나 관절 문제로 오인되어 엉뚱한 치료를
먼저 받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습니다.
오늘은 실제로 제가 진료실에서 만났던 한 환자분 이야기를 중심으로,
파킨슨병이 왜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파킨슨 검사가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지는지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
허리 문제인 줄 알았는데 파킨슨이었던 환자분 이야기
70대 남성분이 내원하셨습니다.
주된 증상은 양쪽 다리 힘이 빠지면서 걷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점이었고,
여기에 허리 통증, 오른쪽 손 사용 불편감, 목 통증까지 동반된 상태셨습니다.
처음엔 당신도 그냥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셨다고 해요.
그런데 증상이 계속되자 동네 병원을 찾으셨고,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고 허리 주사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한 번, 두 번 치료를 받았지만 다리 힘이 빠지는 증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으셨어요.
그 상태로 몇 달을 지내다가 아드님이 모시고 내원하셨습니다.
환자분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는 허리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물론 경추와 요추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었어요.
하지만 척추 협착이나 디스크만으로는
양측 하지 근력 저하와 보행 장애가
이 정도로 지속되는 걸 완전히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일 뇌 MRI를 추가로 찍어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당일 뇌 MRI 촬영 가능한
콕통증의학과 오시는 길
경추 MRI, 요추 MRI, 근전도 검사를 먼저 시행했고,
예상대로 경추와 요추에서 구조적인 이상 소견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보행 장애의 원인으로 보기엔 임상 양상이 딱 맞아 떨어지지 않았죠.
파킨슨병은 뇌의 특정 부위,
흑질이라는 영역에서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신경질환입니다.
도파민이 줄어들면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기능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죠.
고령에서는 이 퇴행성 변화가 경미하게 시작되면서
보행 장애, 양쪽 하지 근력 저하, 손 떨림, 동작 느려짐 같은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증상들이 허리나 다리 문제처럼 보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를 먼저 방문하게 되는 거예요.
뇌 MRI 결과를 보고 나서 저는 환자분께 파킨슨병 초기라는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솔직히 그 자리가 쉬운 자리는 아닙니다.
70대 환자분에게, 그리고 옆에서 걱정스럽게 앉아 계신 아드님에게
파킨슨이라는 진단을 전달하는 순간은 언제나 신중하고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앞으로 어떻게 치료가 진행되는지,
그리고 초기에 발견했다는 게 치료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최대한 차분하게 설명드리는 데 시간을 썼습니다.
파킨슨 증상, 왜 이렇게 늦게 발견되는 걸까요
파킨슨병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
이미 뇌의 흑질 신경세포 중 상당 부분이 손상된 이후입니다.
초기 증상이 워낙 비특이적이기 때문이에요.
✔️ 한쪽 손이나 발이 쉴 때 미세하게 떨린다
✔️ 걸을 때 팔을 예전만큼 흔들지 않는다
✔️ 보폭이 좁아지고 발을 끌듯이 걷게 된다
✔️ 표정이 굳어 보이거나 말이 작아진다
✔️ 몸이 전반적으로 느려진 느낌이 든다
✔️ 자다가 몸을 심하게 움직이거나 소리를 지른다
이 증상들 중 상당수는 나이 탓으로 돌려지기 쉽고,
허리 통증이나 관절 문제, 근육 약화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ㄴ 환자분들이 질환의 진짜 원인을 알고 웃음을 되찾는 일. 이게 제 사명이자 자신감입니다.
이 환자분처럼 허리 치료를 먼저 받고,
효과가 없어서야 신경과로 오시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치료 시작 시점이 늦어진다는 점입니다.
파킨슨병은 완치보다는 진행 속도를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치료하는 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조기 약물 치료 시작이 예후에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저는 환자분께 낮은 용량의 파킨슨 약물치료를 시작하자고 했습니다.
도파민 전구체인 레보도파 계열 약물이 주로 사용되며,
적절한 용량에서 시작해 반응을 보면서 조절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약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환자분이 걷는 게 편해지기 시작했다고 하셨어요.
다리에 힘도 생기는 것 같다고요.
이 반응 자체가 사실 진단적 의미를 갖기도 합니다.
파킨슨병이 맞다면 도파민성 약물에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통증의학과와 협진하여 경추와 요추 병변에 대한 통증 치료도 병행했습니다.
척추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보행 장애의 핵심 원인은 파킨슨이었지만,
허리와 목의 통증은 분명히 환자분의 일상 불편에 영향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두 가지를 함께 관리하는 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현재 외래에서 정기적으로 경과를 보며 관리 중이고,
처음 내원하셨을 때보다 생활이 훨씬 편해지셨다고 하십니다.
파킨슨 병원, 어디서 어떻게 진료를 받아야 할까요
파킨슨병은 신경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으시는 게 맞습니다.
신경과는 뇌와 신경계 전반의 질환을 다루는 전문 과목이고,
파킨슨병의 진단과 약물 조절, 장기적인 관리는 신경과 전문의의 역할입니다.
초기에 확인해볼 수 있는 검사들은 이렇습니다.
✅ 뇌 MRI — 파킨슨병의 진단을 뒷받침하고 다른 뇌 질환 감별
✅ 신경심리검사 — 인지 기능 평가, 치매와의 감별
✅ 근전도 및 신경전도 검사 — 말초신경 문제 배제
이 중 뇌 MRI는 기본적으로 시행하게 되고,
증상의 정도와 임상 양상에 따라 추가 검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중요한 건, 어느 한 검사만으로 파킨슨병을 확진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임상 소견과 검사 결과를 종합해서 판단한다는 점입니다.
경험이 있는 신경과 전문의가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진단을 내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파킨슨병, 진단 이후가 더 중요한 이유
파킨슨병은 진단을 받고 나서부터가 사실 진짜 시작입니다.
많은 분들이 파킨슨 진단을 받는 순간 막막함을 느끼시는데,
그 감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병은 적절한 약물 치료와 꾸준한 관리가 병행되면
오랫동안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병이기도 합니다.
몇 가지 짚어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 약은 한 번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파킨슨 약물은 증상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도파민이 부족한 상태를 보완해주는 거라서,
약을 끊으면 증상이 다시 나타나는 구조예요.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복용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용량은 증상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조절해 나가게 됩니다.
출처: Wikipedia
✔️ 약만 먹으면 되나요?
약물치료가 핵심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이
보행 기능과 균형 감각 유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파킨슨 환자분들에게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정기적인 외래 관리가 왜 중요한가요?
파킨슨병은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변화합니다.
약물 효과가 떨어지는 시간이 생기거나,
오히려 약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고 치료 방향을 조정하는 게 정기 외래의 핵심 역할입니다.
주기적으로 같은 의료진에게 경과를 보는 것,
그게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파킨슨병은 꾸준히 함께 관리해 나가는 병이니까요.
이 환자분의 케이스는 제가 진료하면서 자주 떠올리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 힘이 빠지면, 대부분은 척추 문제를 먼저 의심합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실제로 척추 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반복했는데 핵심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건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게 의사의 역할이고,
보행 장애라는 하나의 증상 뒤에 파킨슨이라는 전혀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이 환자분 덕분에 다시 한번 상기했습니다.
몇 달이 더 지체됐다면,
그 사이에 증상이 더 진행됐을 수도 있고,
약물 치료 시작 시점이 늦어졌을 수도 있어요.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그게 이 환자분에게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파킨슨 증상이 의심된다면, 혹은 가까운 분이 걷는 모습이 예전과 달라 보인다면,
너무 오래 지켜보지 않으시길 권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콕통증의학과 신경과 전문의 조성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