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의사가 <당부하는 점>
얼굴이 아픈데 치과를 가야 할지, 신경과를 가야 할지 몰라서 검색하다가 이 글을 찾으셨나요?
아니면 뇌 MRI를 찍어보라는 말은 들었는데, 비용은 얼마인지, 조영제는 꼭 맞아야 하는지,
어떤 병원에서 찍어야 제대로 보는 건지
그게 궁금해서 오셨을 수도 있어요.
안녕하세요.
뇌 MRI라는 말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있죠.
별거 아니겠지 했는데 막상 찍어보자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도 하고,
반대로 찍어봐야 할 것 같은데 비용이 부담돼서 망설이시는 분들도 많아요.
오늘은 그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제가 직접 진료실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콕통증의학과 뇌신경센터 신경과 전문의 조성호입니다.
두통, 어지럼증, 안면 통증, 감각 이상 등의 증상으로 내원하시는 분들을 매일 봐요.
그 중에는 오래 참다가 오신 분들도 있고, 다른 곳에서 검사를 해도 원인을 못 찾았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정말 중요한 것을 제때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오늘 소개해드릴 사례가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얼굴이 아프고 눈이 무거운데, 대상포진 후유증이겠지
이 환자분은 우측 얼굴이 불편하고 아프면서 약간 붓는 느낌이 있다고 하셨어요.
눈도 무겁고 뻐근한 게 계속된다고 하셨고요.
예전에 우측 이마 쪽으로 대상포진을 앓으셨던 병력이 있어서,
본인도 그 후유증이겠거니 하고 한동안 넘기고 계셨던 상황이었습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실제로 꽤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자연스럽긴 해요.
그런데 저는 진찰하면서 뭔가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안면부 증상은 원인이 정말 다양합니다.
삼차신경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고, 경추 병변에서 오는 연관통일 수도 있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일 수도 있고
또 드물지만, 뇌신경을 직접 압박하는 구조적 병변이 원인인 경우도 있거든요.
증상만으로는 이것들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이 환자분께 당일 뇌 MRI 검사를 권유드렸습니다.
당일 뇌 MRI 검사 촬영 가능한
콕통증의학과 오시는 길
MRI는 뇌 내부를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검사예요.
이 환자분처럼 삼차신경 쪽 증상이 있을 때는, 일반 MRI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어요.
뇌줄기와 신경 주변 구조물을 더 세밀하게 보기 위해, 이 환자분께는 조영제를 함께 사용해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결과가 나왔을 때, 저도 순간 멈췄어요.
우측 삼차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비교적 큰 뇌수막종이 발견된 거예요.
환자분의 증상 위치와 정확히 일치하는 자리였습니다.
뇌수막종은 뇌를 감싸는 막에서 발생하는 종양인데, 대부분 천천히 자라고 악성은 아닌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크기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주변 신경이나 뇌 구조물을 눌러서
이 환자분처럼 신경통, 안면 불편감, 감각 이상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환자분의 경우 이미 삼차신경을 직접 압박하고 있는 상태였고,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저는 바로 연계된 대학병원으로 신속하게 의뢰드렸고, 환자분은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으셨습니다.
만약 그냥 넘어갔다면 어땠을까요?
이 질문을 저도 종종 스스로 해봐요.
대상포진 후유증이려니 하고, 진통제 처방만 받고 몇 달을 더 버티셨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뇌수막종은 천천히 자라지만, 그만큼 증상도 천천히 나빠져요.
눈이 더 무거워지고, 통증이 심해지고, 나중에는 시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을 거예요.
제때 발견했기 때문에 감마나이프라는 비교적 덜 침습적인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했는데,
더 늦었다면 선택지가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안면 통증으로 여러 곳을 다니셨지만 원인을 못 찾으셨던 분들,
대상포진 후유증이라는 말만 듣고 계속 진통제만 드시고 계신 분들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한 번쯤 정밀 검사를 생각해보시길 권해드려요.
뇌 MRI, 조영제는 언제 사용하나요?
뇌 MRI를 찍는다고 하면 꼭 물어보시는 게 있어요.
조영제를 꼭 맞아야 하는 건지, 그게 위험하지는 않은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조영제는 모든 뇌 MRI에서 사용하는 건 아니에요.
기본 뇌 MRI는 조영제 없이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조영제를 사용해야 더 정확한 평가가 가능해요.
✅ 뇌종양이나 뇌수막종이 의심될 때
✅ 뇌전이암 여부를 확인할 때
✅ 뇌염, 뇌농양 등 염증성 병변을 볼 때
✅ 삼차신경, 안면신경 등 뇌신경을 정밀하게 평가할 때
✅ 뇌혈관 기형이나 동정맥 기형을 확인할 때
✅ 수술 후 잔여 병변이나 재발 여부를 추적할 때
조영제는 혈관을 통해 들어가서 특정 조직을 더 밝게 보이게 해주는 물질이에요.
이 환자분처럼 뇌신경을 압박하는 종양이 있는 경우,
조영제 없이는 경계가 잘 안 보이거나 크기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조영제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뇌 MRI에서 쓰는 조영제(가돌리늄 계열)는 CT 조영제보다 부작용 발생률이 낮은 편이에요.
드물게 두드러기, 가려움증 같은 경미한 반응이 있을 수 있고, 아주 드물게 중증 반응이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신장 기능이 저하된 분들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혈액검사 등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뇌 MRI 비용, 얼마나 드나요?
비용은 많은 분들이 제일 먼저 물어보시는 부분이에요.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뇌 MRI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릅니다.
출처: Johns Hopkins Medicine
✔️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경우
암 의심, 신경학적 이상 증상 등 의학적으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돼요.
이 경우 본인 부담금은 병원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의원급 기준으로 10만 원대 전후로 낮아질 수 있어요.
✔️ 비급여로 진행되는 경우
건강검진 목적이나 증상 없이 예방적으로 찍는 경우는 비급여예요.
이때는 병원에 따라 30만 원대에서 80만 원 이상까지 차이가 나요.
✔️ 조영제를 사용하는 경우
기본 MRI에 조영제 비용이 추가되는데, 비급여 기준으로 1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급여 적용 시에는 본인부담금이 달라집니다.
비용보다 중요한 건 어떤 목적으로, 어떤 검사를 해야 하는지를 먼저 전문의와 상담하는 거예요.
단순히 싸게 찍는 것보다, 내 증상에 맞는 프로토콜로 제대로 찍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뇌 MRI, 어떤 병원에서 찍어야 할까요?
뇌 MRI 병원을 검색하면 정말 많이 나오죠.
어디서 찍어도 똑같은 거 아닌가 싶으실 수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MRI 기계 자체의 자기장 세기(테슬라 수치), 코일의 종류, 촬영 프로토콜에 따라 영상 품질이 달라질 수 있어요.
그리고 영상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게, 그 영상을 제대로 읽어내는 의사가 있는지예요.
뇌 MRI는 찍는 것보다 판독이 더 중요할 수 있어요.
삼차신경, 청신경, 안면신경 같은 뇌신경 병변은 놓치기 쉬운 위치에 있는 경우가 있어서,
신경과 전문의와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임상 증상과 함께 영상을 직접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환자분의 경우도,
영상의학과 원장님이 내용을 보면서 임상 증상과 맞춰보는 과정에서 병변의 위치와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어요.
MRI 결과지만 받아들고 설명을 제대로 못 들으셨다면, 신경과 전문의에게 직접 상담받아 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뇌 MRI 촬영 전, 꼭 알아두세요
MRI는 강한 자기장을 이용하는 검사라서 방사선 피폭은 없어요.
하지만 그만큼 금속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촬영 전에 꼭 확인하셔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 체내 금속 삽입물이 있는 경우
심장박동기, 인공와우, 뇌동맥류 클립, 금속 나사 등이 있다면 반드시 사전에 말씀해 주셔야 해요.
종류에 따라 MRI 촬영이 불가능하거나 특별한 조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문신이나 반영구 화장
일부 색소에 금속 성분이 포함된 경우가 있어서, 촬영 부위에 따라 열감이나 자극이 생길 수 있어요.
미리 알려주시면 대비할 수 있습니다.
✅ 폐소공포증이 있으신 분
MRI 기계 안은 좁고 소리가 크게 나요. 폐소공포증이 있으시다면 촬영 전에 꼭 말씀해 주세요.
필요하다면 진정제를 사용하거나 개방형 MRI를 고려할 수 있어요.
✅ 임신 중이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특히 임신 초기에는 조영제 사용에 신중해야 해요. 반드시 미리 알려주셔야 합니다.
✅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
조영제를 사용할 예정이라면 신장 기능 확인이 선행되어야 해요. 신부전이 있는 경우 조영제 사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검사 자체는 보통 20분에서 40분 정도 소요돼요.
조영제를 함께 쓰는 경우엔 조금 더 걸릴 수 있고요.
검사 중에는 움직이면 영상이 흔들려서 판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최대한 가만히 계시는 게 중요합니다.
미리 알고 가시면 훨씬 편하게 받으실 수 있어요.
ㄴ 꼼꼼하게 병변의 원인을 체크해서 환자분들이 웃으며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뇌 MRI를 고려해 보세요
뇌 MRI가 필요한지 아닌지, 혼자 판단하기 어려우신 분들을 위해 정리해드릴게요.
✅ 두통이 기존과 다르게 갑자기 심해졌거나, 새로운 패턴으로 바뀌었다면
✅ 한쪽 얼굴이 저리거나 아프고, 눈 주변이 무겁고 불편하다면
✅ 어지럼증이 반복되면서 귀 울림이나 청력 이상도 함께 있다면
✅ 손발 한쪽에 감각 이상이나 힘 빠짐이 생겼다면
✅ 대상포진을 앓은 이후 그 부위 통증이 계속 지속된다면
✅ 시야가 흐려지거나 눈이 갑자기 잘 안 보이는 증상이 생겼다면
✅ 말이 갑자기 어눌해지거나 삼키는 게 불편해졌다면
이런 증상들은 단순 스트레스나 과로로 넘기기에 위험할 수 있어요.
무조건 뇌 MRI가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검사 필요 여부를 판단하시는 게 맞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환자분은 대상포진 후유증이겠거니 하고 넘길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정밀 검사를 통해 뇌수막종을 조기에 발견했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셔서 지금은 잘 지내고 계세요.
증상을 오래 참으셨거나, 원인을 아직 못 찾으셨다면
검사 비용이 부담되더라도, 한 번쯤 제대로 된 정밀 검사를 고려해보시길 권해드려요.
뇌 MRI는 무섭거나 특별한 사람만 찍는 검사가 아닙니다.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에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성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