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아픈데 이비인후과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했을 때, 그 막막함은 꽤 오래 남습니다.
검사를 해도 정상, 다시 검사를 받아도 정상.
그런데 통증은 여전히 거기 있고, 점점 내가 예민한 건지 아니면 뭔가 정말 잘못된 건지 헷갈리기 시작하죠.
안녕하세요.
귀 통증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신경과까지 오게 되셨다면,
그 여정이 얼마나 지치는 일이었는지 저는 진료실에서 자주 목격합니다.
한쪽 귀, 혹은 양쪽 귀가 묵직하게 아프고 얼굴까지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원인을 못 찾으셨다면,
오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콕통증의학과 신경과 전문의 조성호입니다.
신경과 진료를 보다 보면, 귀 통증으로 내원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그리고 그분들 대부분은 이미 이비인후과나 치과, 내과까지 돌아다니신 뒤에야 저를 찾아오세요.
오늘 소개드릴 환자분도 그런 분이셨어요.
2년 넘게 원인을 못 찾았던 귀 통증
환자분이 처음 내원하셨을 때, 표정에서 피로감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2년 넘게 양쪽 귀가 아프고, 얼굴이 묘하게 저리고 불편하다고 하셨어요.
이비인후과에서는 귀 자체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으셨고,
이후로도 여러 곳에서 검사를 받아보셨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셨다고요.
진료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속으로 먼저 정리하는 게 있어요.
귀 통증인데 귀에 이상이 없다면, 그 통증의 출처가 어딘가 다른 곳에 있다는 뜻입니다.
귀와 안면부의 감각, 통증은 여러 뇌신경과 말초신경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그래서 원인이 귀 자체가 아닐 때는 어디서 신호가 잘못 오고 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찾아야 합니다.
이게 이비인후과 검사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이유예요.
환자분의 증상을 자세히 들어보니 안면부의 감각이상, 귀 통증, 비특이적인 불편감이 동반되어 있었습니다.
이 조합이 나오면 저는 뇌신경 병변 가능성을 먼저 배제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안면 감각이상과 통증은 삼차신경, 안면신경 등 뇌신경 문제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뇌종양, 혈관 이상, 탈수초 질환 같은 중추신경계 문제가 이런 증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있어
이 가능성을 먼저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그래서 당일 뇌 MRI와 MRA 검사를 먼저 시행했어요.
당일 뇌 MRI 검사 가능한
콕통증의학과 오시는 길
결과는 다행히 뇌 내 기질적 병변 없음이었습니다.
뇌에서 나온 문제가 아니라는 게 확인됐으니, 다음으로 눈을 돌릴 곳이 생겼죠.
뇌 검사 결과를 보면서 저는 경추 쪽을 다시 꼼꼼하게 살펴봤습니다.
환자분에게는 경추 추간판탈출증과 경추 협착증이 동반되어 있었어요.
이게 귀 통증과 무슨 관계냐, 처음 들으시면 연결이 안 될 수 있습니다.
해부학적으로 설명드리면 이렇습니다.
✔️ 후두부신경은 경추 상부에서 분지해 두피와 후두부, 귀 뒤쪽까지 이어집니다.
✔️ 대이개신경은 경추 2-3번에서 나와 귀 앞뒤, 볼 아래쪽까지 분포합니다.
즉, 목에서 나오는 신경이 귀 주변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거예요.
경추에 협착이나 디스크 문제가 생기면, 이 신경들이 자극을 받아 귀 통증이나 안면 저림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걸 대이개신경통, 후두신경통이라고 부릅니다.
이 환자분의 경우, 바로 이 경로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어요.
귀 자체는 멀쩡한데 귀가 아픈 이유, 이렇게 설명이 되는 겁니다.
진단이 명확해지면 치료 방향도 명확해집니다.
이 환자분께는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했어요.
1️⃣ 경추 협착에 대한 표적 치료
경추부에서 신경이 눌리는 근본 원인을 다루기 위해, 영상 장비를 이용해 해당 경추 레벨에 정확하게 접근하는
PEN(Percutaneous Epidural Neuroplasty, 경피적 경막외 신경성형술) 시술을 시행했습니다.
단순히 통증 부위에 약물을 넣는 게 아니라,
신경이 압박받고 있는 정확한 위치까지 특수 카테터를 유도해 유착을 박리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방식이에요.
2️⃣ 대이개신경에 대한 SI(초음파 유도하) 주사 치료
귀 통증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대이개신경에 대해서는 초음파로 신경 위치를 확인하면서 정밀하게 약물을 주입했습니다.
초음파를 사용하는 이유는 신경이 작고 얕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영상 없이는 정확한 위치에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두 가지 치료를 병행한 이유는 원인이 하나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출처: Mayo Clinic
경추 협착으로 인한 신경 자극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이미 자극을 받아 예민해진 말초신경 자체의 문제를 동시에 다뤄야 했습니다.
치료 후 환자분은 2년 이상 지속됐던 양측 귀 통증과 안면 불편감이 현저히 줄었다고 하셨어요.
이 사례에서 제가 인상 깊었던 건 치료 결과보다 진단까지의 과정이었습니다.
귀가 아프다고 해서 귀만 보면 안 된다는 것, 안면부 증상이라고 해서 뇌만 볼 게 아니라는 것.
두경부 통증은 신경 경로를 따라 생각해야 하고,
그 신경이 어디서 출발하는지를 역추적하는 게 진단의 핵심입니다.
이 환자분이 이비인후과에서 귀 이상 없다는 말을 들은 건 틀린 게 아니에요.
귀 자체는 정말 이상이 없었으니까요.
다만 통증의 진짜 출발점이 다른 곳에 있었던 거고, 그걸 찾는 데 2년이 걸렸을 뿐입니다.
한쪽 귀 통증 검색을 하셨다면
귀 통증으로 검색을 하셨다면,
아마 이미 이비인후과는 다녀오셨거나 귀에는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으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아래 상황 중 해당하는 게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 귀 통증과 함께 뒷목이 뻐근하거나 어깨가 무거운 느낌이 든다
✅ 귀 주변, 볼 아래, 턱 쪽까지 저리거나 이상한 감각이 동반된다
✅ 통증이 한쪽에만 집중되어 있다
✅ 누울 때나 자고 일어났을 때 더 심하다
✅ 오래된 목 디스크나 경추 협착 병력이 있다
이 중 하나 이상 해당된다면, 귀 자체보다는 경추에서 오는 신경 자극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어요.
물론 모든 귀 통증이 경추 문제는 아닙니다. 중이염, 외이도염, 악관절 장애, 대상포진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어떤 원인인지를 정확하게 판별하는 것이고, 그게 치료의 시작점이 됩니다.
귀 통증 원인, 실제로 어떤 신경이 관여하고 있을까요
귀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신경이 지나가는 곳입니다.
이비인후과에서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그건 귀 구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귀 주변을 지나는 신경에서 신호가 잘못 오고 있다는 뜻일 수 있어요.
귀 통증에 관여할 수 있는 신경은 크게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대이개신경 (Great Auricular Nerve)
경추 2-3번에서 분지하는 신경으로, 귀 앞뒤와 볼 아래쪽, 귀 주변 피부까지 감각을 담당합니다.
경추에 문제가 생기면 이 신경이 가장 먼저 자극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귀 바깥쪽이 묵직하게 아프거나, 귀 아래쪽 볼 부근이 저리다면 이 신경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2️⃣ 소후두신경 (Lesser Occipital Nerve)
역시 경추 2-3번에서 나오는 신경으로, 귀 뒤쪽과 후두부 쪽 두피까지 분포해 있어요.
뒷머리가 당기면서 귀 뒤쪽이 아프다면 이 신경이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후두신경통이라고 불리는 상태가 여기에 해당해요.
3️⃣ 삼차신경 (Trigeminal Nerve)
뇌신경 중 하나로, 안면 전체의 감각을 담당합니다.
귀 앞쪽, 턱 관절 주변, 관자놀이 부근의 통증은 삼차신경 분지와 연관될 수 있어요.
삼차신경통은 전기 오듯 찌릿한 통증이 특징인데, 귀 앞쪽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4️⃣ 미주신경 이개지 (Auricular Branch of Vagus Nerve)
귀 안쪽 깊은 곳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이에요. 귀 깊숙이 아프거나,
귀 안에서 통증이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이 신경이 관여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5️⃣ 설인신경 (Glossopharyngeal Nerve)
목구멍과 귀 안쪽의 감각을 함께 담당하는 신경입니다.
침을 삼킬 때 귀까지 찌릿하게 아프다면, 설인신경통 가능성을 고려해야 해요.
이렇게 보시면 알 수 있듯, 귀 통증은 관여하는 신경의 종류만 해도 다섯 가지 이상이에요.
그리고 이 신경들의 출발점은 각각 달라요.
경추에서 나오는 것도 있고,
뇌간에서 직접 나오는 뇌신경도 있고, 악관절이나 구강 구조물과 연결된 것도 있습니다.
즉, 귀가 아프다고 해서 귀만 봐서는 원인을 못 찾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어요.
어떤 신경이 문제인지, 그 신경이 어디서 자극받고 있는지를 역추적해야 비로소 진단이 완성됩니다.
앞서 소개드린 환자분이 2년 동안 원인을 못 찾으셨던 것도, 귀 자체는 정상이었기 때문이에요.
문제는 경추에서 분지하는 대이개신경과 후두신경이 목 디스크와 협착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고 있었던 것이었고, 그 연결고리를 찾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겁니다.
귀 통증이 오래됐는데 귀에는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으셨다면,
다음 단계로 신경의 경로를 따라 검사를 확장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후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는 증상의 위치, 성격, 동반 증상, 병력을 종합해서 판단하는 거라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귀 하나만 보고 끝내서는 안 된다는 건 분명합니다.
통증의 출발점을 찾는 것, 그게 치료의 진짜 시작이에요.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원인을 모른 채 통증을 안고 사는 것만큼 소모적인 일이 없습니다.
검사를 받아도 정상이라는 말만 듣고 집에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부터 병원 가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되기도 하죠.
그런데 정상이라는 말은 그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뜻이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니에요.
어떤 검사를, 어디에 초점을 맞춰 보느냐에 따라 같은 증상도 전혀 다른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2년 넘게 고생하셨던 환자분이 정확한 원인을 찾고 나서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이렇게 간단한 건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고요.
저도 그 말이 마음에 남아요.
그래서 저는 귀 통증, 안면 저림, 두경부 불편감으로 오시는 분들께 처음부터 충분히 시간을 들여 듣고 찾으려고 합니다.
오래 참아오신 통증이라도, 원인이 명확해지면 달라질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조성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