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저린 이유>
걸을 때마다 다리가 저려온 적 있으신가요.
발이 먼저 닿는데 감각이 이상하고, 걷다 보면 다리 전체가 저릿저릿해지는 느낌.
처음엔 혈액순환 문제겠거니 하고 넘겼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까지 더해지는 경험.
그 시작이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신호일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걷는 것이 불편해질 때, 사람들은 보통 두 가지 반응을 보여요.
다리 문제겠거니 하고 파스 붙이거나, 아니면 한참 참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 병원에 오시거나.
그런데 다리가 저린 이유는 생각보다 허리에 있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저는 이런 환자분들을 10년 넘게 만나온
<콕통증의학과> 통증의학과 전문의 김환희입니다.
오늘은 제가 실제로 진료실에서 만났던 환자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딱 3분만 집중해서 읽어 보세요. ^^
걷다가 다리가 저린 분이 처음 오셨을 때
지난해 가을, 49세 남성 환자분이 내원하셨어요.
처음 진료실에 들어오실 때부터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불편해 보였어요.
오른쪽 다리를 살짝 끌 듯 걸으셨고, 앉으실 때도 조심스러워 하셨죠.
증상을 여쭤보니, 허리 통증은 사실 꽤 오래된 문제였어요.
몇 년 전부터 허리가 뻐근하고 묵직했는데, 작년부터는 그 강도가 달라졌다고 하셨어요.
이전엔 아프면 좀 쉬면 나았는데, 이제는 쉬어도 안 낫고, 걸을 때마다 오른쪽 다리가 저려오기 시작했다고요.
고혈압과 류마티스관절염이라는 기저질환이 있으셨고,
이미 다른 의료기관에서 주사치료를 여러 차례 받으신 상태였어요.
그때는 맞고 나서 잠깐 나아지는 것 같았는데, 며칠 지나면 다시 돌아오고, 그게 반복됐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점점 이게 나을 수 있는 건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요.
진료하면서 이런 패턴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일시적인 완화는 있는데 근본적인 개선이 없는 경우.
왜 그런 건지, 저는 일단 영상 검사부터 꼼꼼하게 살펴보기로 했어요.
먼저 당일 요추 MRI를 우선 진행했습니다.
당일 요추 MRI 가능한
콕통증의학과 오시는 길
네, 요추 4-5번 및 5번-천추 1번 사이의 디스크 탈출이 확인됐어요.
단순 팽윤이 아니라 실제로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였고,
특히 우측 신경이 눌려 있는 게 영상에서 명확하게 보였어요.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어요.
환자분은 이미 여러 차례 주사를 맞으셨는데 왜 효과가 없었을까, 하는 부분이에요.
신경이 눌려 있는 상태에서는 어느 위치에, 어떤 방식으로 약물을 전달하느냐가 결과를 완전히 바꿔요.
신경 주변에 직접적으로 약물이 도달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통증의 근본 원인에 닿지 않습니다.
이 환자분의 경우, 이전에 받으신 주사가 정확한 신경 경로에 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어요.
추가로 근전도 검사를 시행했더니, 탈수초화된 요추 신경병증 소견이 나왔어요.
단순 디스크 문제가 아니라, 신경 자체가 이미 손상을 받고 있었던 거예요.
이 정도면 수술을 먼저 떠올리기 쉬운 상황인데요.
저는 신경 손상의 정도, 마비 증상 유무, 현재 기능 상태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비수술적 접근이 먼저라고 판단했어요.
이 환자분께 시행한 치료는 PEN, Percutaneous Epidural Neuroplasty예요.
우리말로는 경피적 경막외 신경성형술이라고 해요.
처음 이 용어를 들으시면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는데, 핵심만 말씀드리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어요.
✔️ 신경이 눌려 있는 정확한 위치까지 가는 길을 만들어서
✔️ 그 주변에 쌓인 염증 조직을 물리적으로 풀어주고
✔️ 약물을 직접 전달해 신경 회복 환경을 만드는 시술이에요.
일반적인 신경 주사와 다른 점은 접근 방식입니다.
단순히 통증 부위 주변에 주사를 놓는 것이 아니라,
영상 장비를 이용해 정확한 경로를 확인하면서 특수 카테터를 신경 손상 부위까지 직접 유도해요.
그 과정에서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유착 조직을 물리적으로 박리하고,
항염증 약물과 함께 신경에 직접 닿을 수 있도록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이죠.
기저질환이 있으셔서 시술 전 전신 상태와 약물 반응을 신중하게 검토했고, 당일 시술을 진행했어요.
다음 날 환자분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다리저림이 훨씬 줄었다고요.
물론 단 하루 만에 모든 증상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신경성형술 이후에 이런 빠른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
그건 약물이 신경에 잘 도달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어요.
반대로 아무 반응이 없다면 다른 원인을 다시 탐색해야 하고요.
이후 몇 주에 걸쳐 통증과 저림이 점진적으로 줄어들었어요.
처음엔 10걸음이 힘들었다면, 한 달 뒤엔 마트에 다녀올 수 있게 됐다고 하셨고,
두 달 뒤엔 계단도 천천히 오를 수 있게 됐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4개월 후, 재촬영한 MRI에서 신경 협착이 확연히 감소된 것을 영상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이걸 보여드렸을 때 환자분 표정이 아직도 기억나요.
반신반의하셨던 분이 MRI 사진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히셨어요.
저도 이런 순간이 진료를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
다리가 저린 이유, 생각보다 다양해요
이 사례를 소개드린 건 단순히 치료 결과가 좋아서가 아니에요.
다리 저림이라는 증상이 얼마나 다양한 원인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같은 증상이라도 정확한 원인을 찾지 않으면 엉뚱한 치료만 반복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걸을 때 다리저림을 경험하는 분들이 처음 생각하는 원인은 대부분 이런 것들이에요.
1️⃣ 혈액순환 문제
2️⃣ 하지정맥류
3️⃣ 당뇨 합병증
4️⃣ 단순 근육 피로
물론 이 모두가 다리 저림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
출처: ACC VN
하지만 임상에서 걸을 때 다리저림을 호소하시는 분들을 보면,
상당수는 척추에서 내려오는 신경 압박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요.
특히 요추 4-5번, 5번-천추 사이의 디스크 문제는
다리 저림, 당김, 감각 이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매우 흔해요.
문제는 이걸 방치하거나 잘못된 곳만 치료하다 보면
신경이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으면서 점점 회복이 어려워진다는 점이에요.
신경은 재생이 느린 조직이에요.
그래서 치료 시기가 중요하고, 그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게 핵심이에요.
병원을 고를 때 꼭 확인해야 할 것
다리가 저려서 병원을 찾으실 때, 한 가지만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주사를 맞았는데 며칠 만에 다시 아프다면,
그건 주사가 나쁜 게 아니라 정확한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원인에 맞지 않는 치료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순히 통증을 줄이는 것과, 신경을 압박하는 원인을 해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접근입니다.
전자는 며칠 효과가 있고 끝나지만, 후자는 실질적인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MRI 영상을 꼼꼼하게 해석하고 설명해주는지
✅ 증상과 영상, 검사 결과를 종합해서 원인을 짚어주는지
✅ 치료 방법을 여러 선택지 중에서 설명해주는지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보시면 좋아요.
치료 방법이 하나밖에 없다거나, 처음부터 수술만 이야기한다면 다른 의견을 더 들어보시는 걸 권해드려요.
다리저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다리가 저린 이유를 검색하셨다면, 아마 이미 꽤 오래 참아오셨을 가능성이 높아요.
처음엔 그냥 자고 일어나면 낫겠지 싶었는데, 어느 날부터 걸을 때마다 저려오고,
앉아 있을 때도 이상하고, 이제는 일상이 달라졌다는 걸 느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 단계에서 많은 분들이 하시는 행동이 파스 붙이기, 마사지, 스트레칭이에요.
틀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신경 압박이 원인일 때는 이런 방법들이 증상을 잠깐 무디게 해줄 뿐,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어요.
다리저림 병원을 찾으실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영상 검사를 포함한 정확한 원인 파악이에요.
저림이 어느 쪽 다리인지, 어느 구간에서 오는지, 허리 통증이 동반되는지, 이런 정보들이 모여야 치료 방향이 잡혀요.
치료는 그다음 이야기예요.
원인도 모른 채 치료부터 시작하면, 앞서 소개드린 환자분처럼 수년을 돌아오게 될 수 있어요.
저림이 반복된다면, 지금 바로 영상 검사를 받아보세요.
그게 가장 빠른 첫걸음이에요.
걷는 게 불편해지는 건 삶의 질과 직결돼요.
외출을 줄이게 되고, 활동이 줄어들고, 그게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저는 다리저림 증상이 반복된다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셔야 한다고 생각하죠.
오늘 소개드린 환자분처럼, 오랫동안 고생하셨더라도 정확한 진단 후 본인에게 맞는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어요.
물론 모든 분이 같은 결과를 보장받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제대로 된 진단 없이 통증만 억누르는 치료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원인을 먼저 명확히 하는 게 훨씬 나은 출발점이에요.
혹시 걸을 때마다 다리가 저리고, 이미 여러 번 치료를 받았는데도 개선이 없다면,
한 번쯤 다시 영상 검사를 포함한 정밀 검진을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게 지금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다음 걸음이에요.
감사합니다.
김환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