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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국진 Mar 14. 2023

이런 가수가 잘되야 K팝이 정상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장미였다. 

(가사 중)

거센 바람이 불어와

내 살을 베려 해도

자꾸 벌레들이 나를

괴롭히고 파고들어도

No 언제나 굴하지 않고

쓰러지지 않아 난

어렵게 나왔잖아

악착같이 살잖아


가사다. 노랫가사다. 그냥 노래도 아니고 걸그룹 댄스 음악의 가사.

너무 신이나서 오히려 역설적이고 신이나서 가사가 더 구슬프게 들린다. 

꿈이 있을 때 현재의 내 위치를 한탄하며 스스로 위로하던 내 모습이...

그리고 지금처럼 전 세계가 경제적으로 힘들고 외로운 시기에 더욱 깊이 파고 든다. 

제목이 다 말해준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그냥. 나다. 바로 우리다. 그녀들은 대신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화려해 보이지만 치열하고 괴롭고 혼자이고 열심히 살았는데도 건물사이에 가려 

빛나지 않는 장미가 나같은 회사원, 혹은 학생, 은퇴자, 모두인것이다.  몇번을 반복재생하는 지 모른다.

내 속마음을 들켜버렸기에... 용기없는 나 대신 힘차게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흥얼거리다 두번 놀라야 진짜 노래지. 노래는 살아가는 우리 얘긴거지!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를 보았다.

K팝이, 특히 걸그룹이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에 대한 나름의 주장이었다.

보이그룹은 팬덤을 위한 노래로 더욱 깊히 들어가기에 퍼포먼스에 집중된 흔히 따라부르지 못하는

휘발성 음반인데 반해 

뉴진스, 르세라핌, 아이브 같은 이른바 3대장의 활약이 강한 걸그룹들은 리듬이 강조되고 가사가

현실성있어 따라부르기 쉬운 국민가요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었데

일을하다 자주 접하게 되는 예능PD로서 크게 공감가는 주제였다. 

 지금의 노래를 따라부르지 못하는건 내가 점점 유행에 뒤쳐지고 나이가 들고 있음에도 있지만

도데체가 엄두가 안나는것은 아닐까 싶다. 

그 옛날 레코드점에서 음반을 사자마자 가사지를 펼쳐놓고 노랫말을 외우려했던 것이 

지금에와서 돌이켜보면 나름의 노력이 있었던건데

요즘엔 아예 시도조차  안되는거 같다. 이젠 이런 유행가가 나의 노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당신이 만약에 동해바다로 친구들과 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노래를 틀어놓을까? 

대중적인 따라부를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지 않을까? 

그렇게 대충 아는 노래를 다 같이 흥얼거리다가 나중에 들리는 가사말에 더 공감이 든적 있겠다.

'건사피장' 이 딱 그렇다. 

걸출한 대형회사의 연습생 출신들로 실력도 출중한데 노래까지 가사까지 좋으니 

이른바 역주행은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리듬도 너무 세련되었지만 무엇보다 가사가 첫소절부터 2절까지 모두 훔쳐본 나의 일기 같았다.

아미들이 BTS에게 위로받았다는 큰 이유중 하나는 그들이 들려준 노랫가사에 담긴 공감과 위로가 

아니었던가...

 


잘 되는 사람만 갖다쓰면 다른 사람은 언제 크는데?

예능피디는 소비자(시청자)와 판매자(가수, 엔터테인먼트)의 중간에 있는 이른바 도매업자이다.

수많은 팬들과 수많은 가수사이 중간에 서서 한정된 전파로 소수의 선택된 니즈를 총족시켜주는 중간업자다.

전파가 내꺼고 방송시간이 무한대이고 모든 프로그램이 다 인기가 있으면 전혀 걱정할 문제가 아니지만

세상이 그럴수는 없다. 1등이 있으면 꼴찌가 있어야 안전하게 느껴지는 역사다.

절대권력이었던 10여년전 지상파의 음악프로그램 피디들은 그 선택(캐스팅 여부)만으로 

가수를, 회사를 세우고 망하게 할 수 있었을 정도로 체감되었다. 

영문도 모르고 컴백무대를 설 수 없었던 가수들에게 아마 매니저들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을것이다.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이젠 더 많이 시킬수도 없고 1주나 2주만 하고 활동을 끝내는 요즘이라

방송국 캐스팅은 그냥 "아~하는 구나 아~끝내는구나" 하는거다.

이른바 갑을관계가 변화되어 파트너관계로 굳어지는 요즘,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변하지않는 원칙이 있다. 

캐스팅은 최정상급으로 우선하되 그들의 버프를 받을 신인팀도 1,2팀이상을 꼭 캐스팅하자는 것.

지켜질때도 있지만 점점 스스로의 약속이 지켜지기 힘들어지고 있다. 

큰 대형쇼를 하기위해선 그만큼의 큰 자본이 필요한데 자본의 대부분은 그런 에누리가 없기때문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톱클라스를 원하기때문이다. 

그래서 늘 여러관계자들 앞에서 떠들던 말을 이제는 속으로 말하게된다.

"도데채 A급만 찾으면  얘네들은 언제 뜨는데?"

"그럼 피디는 뭐하는 사람인데?"

의외를 찾아내는게 프로듀서의 삶 아니었던가? 나는 그저 하루살이처럼 좋은것만 쫓아가다 끝나는 인생인가?

1등만 찾으면 나머지 애들은 어떻게 살라는거야 대체!...


악착같이 나온 하이키가 잘되야 K팝이 희망이 있다.

투자금을 수십억을 들인, 자본이 막대한 회사만 그리고 그 회사에 발탁된 가수만 잘되는 것이

우리나라 가요계라면 소는 누가 키우나...

잘되는 연예인만 섭외하면 세대교체는 언제, 누가 하는가...

피디는 뭐헐라고 월급받고 일하나.

성공의 이유는 찾을라면야 그럴듯한 내용들이 많겠지만 노래는 답이 명료할 것 같다.

"좋으니까..." "가사가 예쁘니까"

공감이다 공감. 

드라마고 음악이고 책이고 정치고 친구고 음식이고 유행이고 다 공감이 정답이다. 

취업도 쉽지않고 안오르는 건 내 월급뿐이고 텅빈건 내 호주머니고 택시 타기 무섭고 밥먹기 무서운데

그런 세상이라 연애도 안하고 결혼은 사치고 출산은 모르는 단어다. 

10대의 전유물인 K팝도 이젠 들어줄 10대가 부족하다. K팝은 이제 20~40대를 타켓팅해야 산다.

그럴러면 아주 단순한 답....공감을 후벼파야한다. 

하이키에게도 그것을 보았다.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 내내 신이나는데 신이나지않고 슬프고

슬픈데 따라부르며 위안을 받는다. 

나의 진가를 회사는 알아주지 못한다고 한탄하고 있는 내 자리도 누군가에겐 갖고 싶은 빛이 아니던가?

원래 예쁜데 곱게 자라지못한 넝쿨 장미같은 상황이지않는가.


걸그룹 3대장에 글로벌 보이그룹에 일부분 잠시 가려지더라도 

퍼져있는 빛을 찾아 피어나는 건물사이에 피어난 장미처럼 

이 노래가, 이 가수가, 이 조그마한 회사가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조금 부족해도 비등하게 피어날수 있는 아름다움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것을

하이키가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하이키와 같은 신인들도 시들지않는 장미가 되어 나에게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중소의 기적이 아니라 생태계의 기적, 한국가요의 기적으로 바꿔 불려지길 원한다.


K팝은 그래서 하이키와 같은 중소회사의 그룹들이 잘 되어야 꾸준해진다.

그래야 미래가 있고. 이제는 약간이 아닌 그래야 할 큰 사명감도 대한민국 음악에게 달려있다.

그리고 자리들 빼앗기기 전에 땅에 일하는 예능피디들도 신인들을 한번 더 쳐다보자.

그게 우리가 중간에서 할 일이다. 


위로받고 싶은 사람.

울고싶은 사람.

내일 일어나야 하는 사람.

한 번 들어보길... <건사피장>

(138)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 H1-KEY (하이키) [뮤직뱅크/Music Bank] | KBS 230203 방송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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