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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국진 Mar 21. 2023

50년동안은 분명 사랑받아왔다.

과거 50년을 보고 미래 50년이 두려워졌다. <프로그램 제작기>

"만약 내가 외로울때면...누가 나를 위로해주지?"

"바로 여러분!"

뮤지컬계의 대부, 대한민국 최초의 미니스커트

(26) 윤복희 - 여러분 [공영방송 50주년 특집 - 당신의 KBS 우리의 50년] | KBS 230303 방송 - YouTube

윤복희의 <여러분>으로 시작되었던 나의 공영방송 50주년 특집 <당신의KBS 우리의 50년>

좀 그럴싸해야겠다.

만들기 전부터 주변에서 그랬다. "대충 떼워. 열심히 해도 본전이야!"

청개구리가 되었다. 삐뚤어질테다.

1초, 한 컷(30프레임=스틸컷 30장=1초)을 더욱 챙겼고 자막도 더 잘 쓰려 노력했고

예능피디지만 예능스럽지않게 보여지지 않기를 바랬다. 작품으로 남기를 원했다.

50년동안의 과거 회사의 방대한 영상자료를 찾으며 한 가지를 느꼈다.

분명히 지상파는 절대적이었고 큰 사랑을 받았다.

앞으로의 50년은? 누가 봐줄까? 우린 누굴 위해 만들까?


예능은 프로그램, 드라마는 작품이라 불리우는 불리한 경쟁

수상소감부터 다르다.

"이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던건....(모 배우)

언제까지 사랑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모 예능MC)"

이 바닥은 아직까지 늘 이렇다.

드라마는 끝이 아름답지만 예능은 끝이 더럽다. 예능은 대부분 그래왔다.

매주 30퍼센트가 넘는 시청률을 수년간 기록했어도 한자릿수로 끝날때까지 지속되다가 욕을 먹으며 끝난다.

공영방송 50주년 특집을 준비하면서 39년된 장수프로그램인 연예가중계가 막을 내릴때도 그랬다.

39년간 매주 수만가자의 아이템으로 방송제작을 했는데 결국 초라해졌다는 것.

그래서 몇년 전부터 생각했다.

나는 예능 프로듀서지만 작품으로 불리울 정도의 수준높은 영상미와 좋은 내용으로 제작해보기로...

구도(앵글)도 드라마처럼 피사체를 한쪽으로 몰아서 멋지게 촬영해보자!

LED소스도 의미있고 멋지게 대신 최대한 심플하게...

무대 천장과 외벽에도 빔프로젝트를 쏴서 스크린 엑스관 처럼 느껴질 수 있게 영상을 만들어 봐야겠다!

예능...너 오늘 좀 멋진데?


나는 직장이니까 한다고 쳐! 그런데 출연자는 미련이라도 남아있을까?

제일 처음 든 생각이다.

유재석은 출연해줄까? 강호동,최수종은? 물어보고 아니면 말고~

이른바 <제작진> 이라하면 모니터 안에 있는 자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인데

피디만큼 내 프로그램으로 생각해주고 함께 밤을 세워주는 1등은 아마도 작가가 맞다.

그 작가들과의 첫 회의는 늘 그럴싸하다.

"전화해보긴 해보시죠. 아님 말고!"

프로그램 기획단계의 첫 시작은 늘 가장 중요한 섭외회의다 .

위에 언급한 연기자(예능도 출연자를 연기자라고 통칭하기도 한다) 세 분은 현재 KBS에서 맡고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 그런 분들이 50년 생일이 되었다고 나오나? 냉정하게?

속으로는 절망했지만 이내 깨달았다.

나는 믿지못할지언정 십수년을 함께한 방송사는 믿었고 그리워했다는 것을...

상상의 나래를 펼친 단어와 단어들은 큐시트라는 파일로 만들어지는데

만들고나니 더욱 어이가 없었다. 이 분들이 나온다고?

주요한 섭외희망자들은 모두 출연에 응해주셨고

우리는 멋진 그릇을 만들기로 했다.

큐시트 앞면

PD손이 안가는 곳이 없다. 가끔은 손을 자르고 싶어, 결정할게 태산인 연출자라는 직업

위 그림은 뮤직뱅크 타이틀 영상의 캡쳐본이다.

과자의 포장지처럼 프로그램도 타이틀이라는 영상이 일종의 포장지 역할을 한다.

"이러이러한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이런의미인데

서두에서 언급했듯 50주년 특집은 하나하나 모두 신경쓰고 싶었다. 2D,3D형태로 만드는 대부분의

영상타이틀 처럼 만들기 싫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오늘도 온에어(방송중) 불은 들어온다!

당신을 위해 KBS는 오늘도 빛을낸다 뭐 이런식...

모노톤으로 그리고 방송화면비인 16:9 영상사이즈가 아닌 영화사이즈 2.35:1 프레임으로 만들자!

특수영상팀 간만에 섭외해 후반작업도 해보자!

이래서 콘티를 그려 촬영을 했고 편집과 후반작업을 통해 프로그램 뚜겅을 만들었다. 나는 만족했다.

엄연히 말하면 윤복희 <여러분>무대가 시작이 아니라

이 영상타이틀이 프로그램의 시작이다. <아래 영상 타이틀 및 티저용>

(26) �공영방송 50주년 콘서트�[당신의 KBS 우리의 50년] - YouTube



모두가 생각하는 스튜디오형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예능프로듀서의 모습이다.

이 장면은 수백개의 잔업까지 모두 마친후에 가장 마지막으로 행위하는 디렉팅이다.

정말이지 저 자리에 앉기 전에는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고 그 양도 너무 많아서 가끔 그만두고 싶을때가 많다. 혹여나 예능 프로듀서가 아직도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한번 더 생각해보길 바란다.

나는 얼마나 꼼꼼한가, 참을성은 수준급인가, 남탓은 안할 자신이 있는가...

프로그램 영상타이틀부터 섭외(작가섭외, FD섭외 카메라, 중계차 배정, 기획안 작성, 무대 답사, 출연자 섭외,

조명과 음향보강등의 임차업체 섭외, 디자이너와의 무대회의, 글자 타이틀 의뢰 및 포스터 제작, 홈페이지제작, 방청안내 문구정리, 프로그램 예고 제작, 회사내부 홍보계획과 언론릴리즈, 배차신청과 기획안 작성,

제작비 계획서와 편성제작회의, 사전녹화준비와 사전녹화 그리고 편집과 후반작업 그리고 그걸 하기 위한

시설배정, 아나운서 더빙섭외 후 더빙, 생방송 스태프 회의와 리허설, 대기실 꽃바구니 구매와 문구작성,

스태프 도시락 구매와 사전 포토월행사준비 그리고 생방송과 방송종료 후 재방송을 위한 재방송편집....)

더 있지만 쓰고 싶지않다. 이런 일들을 의뢰하고 확인하고 방송화하기 위해서 모든 결정을 피디가 해야한다.

이 모든 것들을 수행하는 와중에 꼼꼼히...그리고 작품으로 불려지기 위한 디테일 작업이 별도로 필요하다.

잘 만들어 보기로 하는 마음은 정말 몇달간 죽어난다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순서없이 말했지만...이유가 있다. 순서대로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빨리 되는 순서대로가 맞겠다. 야, 너는 할 수 없어!


마음대로 될 수는 없어! 사람은 기계가 아니니까!

피디는 좌뇌와 우뇌 그리고 두팔, 두다리뿐이라 모든 업무를 다 떠않을수 없다.

그래서 스태프들을 구하게 되는 것인데 "내가 다 했자녀~"라고 말하는 피디가 있다면 그 자는 사기꾼이다.

내 분신처럼 일하는 스태프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1인방송하지않는 이상 많은 도움이 필요하고 이러한 특집 공연프로그램은 대략 300여명의 스태프와 일한다.

피디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프로그램 디렉팅이다.

생방송이든 녹화방송이든 위의 사진처럼 부조정실(녹화나 생방이 가능한 스튜디오)나 중계차(이동 스튜디오)에서 대략 10~15대 정도의 모니터를 한 눈에 아니 두 눈으로 보고 시청자가 보는 1개의 TV수상기로 보내는 작업을 디렉팅이라 칭한다.

카메라가 10대면 당연히 카메라가 잡고 있는 영상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10대가 있을것이고

나는 그 10대의 모니터를 동시에 약간....사시로 보며

거실에 있는 1개의 모니터로 보는 시청자를 위해

"원 스탠바이 원 컷, 포 스타트 컷, 파이브 무빙 스타트 컷, 나인 컷!" 방송이 끝날때까지

이렇게 목소리로 스태프에게 신호를 보내며 분할로 시청자에게 전송하는 것이다.

전담 카메라맨과 전담 스태프가 배치되어있는 뮤직뱅크는 사전에 세밀하게 조율하기 때문에

이른바 짜여진 콘티를 가지고 정교하게 만들게 되지만 다른 음악프로그램의 경우

조금은 덜 성숙된 일종의 합의(요땐 이렇게 저땐 저 사람을 잡아서...)로 제작해서 기계처럼 손발이 맞지는 않는다. 그럴때 피디의 가장 큰 덕목인 참을성이 필요하다.

"믿고 몸을 바람에 맡긴다고 해야할까?"

스태프를 믿고 실수가 나도 원망이 아닌 "그럴수 있죠, 책임은 제가 질게요, 아직 안끝났어요" 라는 말과

마인드로 생방송 디렉팅을 하다보면 스태프가 나의 예상대로 움직이고 있고

출연자도 신이나서 미치고 관객도 미치고 나도 미치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에는 그 어떤 직업에서도 느껴볼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고 도파민이 분출된다.

찰나의 그 한 시간이 환각상태와도 같아서 이 일이 그렇게 신나고 재밌나 보다.

결정할 일이 너무나 많은데도 미쳐서 사나보다. 방송쟁이들은....

"그래 이 맛이야!"  -아래 김종서 클립에서 일종에 환각을 느꼈다. 봐주세요-

(26) 김종서 - 아름다운 구속 [공영방송 50주년 특집 - 당신의 KBS 우리의 50년] | KBS 230303 방송 - YouTube


웃기지 마세요! 호동이 형님 오늘은 형이 좀 멋있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프로그램이 아닌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이른바 장치였다.

국민MC에게 웃기지말아달라 했다.

그리고 전출연자에게 전했다. 오늘의 의상은 모두 블랙 앤 화이트다라고...자막도 모두 흰색으로 통일했다.

또 한번의 난관이다.

스태프들의 의심의 눈초리가 생긴다. "모두요? 특색없이요? 그냥 캐주얼하게 입고 싶다는데요?"등등...

피디가 왜 저러나 싶었을거다. 이러한 스태프의 의구심을 설득 혹은 뚝심으로 가져가야만 구현이 된다.

하지만 무조건적이면 안된다. 모두가 이해해야한다.

특별한 날이라 시상식처럼 잘 갖추어 입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모두 멋지게 보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착장을 부탁하고 오랜만에 만난 호동이형 대기실에 가서 부탁을 드렸다.

웃기지말아달라고....정말 웃기는 이야기였지만 순순히 받아주셨고 방송에서는 그런 형님의 진지한 모습에

의도치않은 박수갈채가 나왔다. 또 한번 예상이 현실이 되는 소름돋는 순간이었다.

국민MC라는 문구를 넣었지만 끝끝내 본인입으로 말하지않으시겠다는...

그 공들인 네 단어를 지우시고 나서야 그는 겸손하게 무대에 올랐고 더 멋지게 우리의 의도를 전달했다.

방송은 이렇게 누구 한 사람의 의도로만 만들어질 수가 없다.

생각이 모이고 생각을 줄이고 생각을 바꾸어서 완성되는 것이 방송이다.

구현이 될 때까지 정답이 없으니 속이 타들어 가지만 이래서 또 하고 싶은게 방송인가 싶다.

최수종이 그랬고 채시라가 그랬고 또...김창완 밴드가 그랬다. (아래의 초록 글씨를 클릭해주세요)


(26) KBS를 빛낸 50인 예능인 강호동이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메세지 [공영방송 50주년 특집 - 당신의 KBS 우리의 50년] | KBS 230303 방송 - YouTube


반세기를 모아놓고 보니 KBS는 좀 있어줘도 되겠다싶다.

땡전뉴스(9시면 "전두환 대통령은...."이라고 매일 시작되었던 뉴스)부터 세월호, 이태원 참사까지

국민과 시청자에게 지탄을 받을만한 꺼리도 남겼던 방송사다.

공영방송이건 사기업방송이건 알게 무엇이더냐. 보기가 불편할 때도 많았다.

50년간 회사가 만들었던 전 장르의 프로그램들을 압축해서 영상을 만들고 그에 맞는 무대와 선곡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래도 KBS는 있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시작할때는 "언젠가 없어지겠지, 안봐도 다른거 찾아 볼 거 많아!" 나도 그렇게 단정했지만

케이블 TV를 볼 수없는 상황(생계, 난시청, 지리적 위치), 보편적 시청권(전 장르 시청, 유해성이 덜 한),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도 나름 잘 만들어왔던 제작자가 있었고 지금도 실력좋은 후배들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보시는 분이 아직많고....이곳을 직장삼아 준비하시는 수험생도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나를 아직도 믿어주는 스태프가 있다는 것,

내 일 처럼 같이 머릴써주는 작가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나는 50년안에 사라지더라도 공영방송은 있어주는 것이 어쩌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 기준으로만 4천만 시청희망을 대변할 수 없기에...

이젠 전 세계인이 대한민국 공영방송 채널을 보고 있기에...

 *작품의 클립들은 유튜브에, 풀버전은 웨이브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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