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우 Jul 31. 2021

#04. 현장이 보이면 인사가 보인다.(1)

제조사업장 인사담당자의 숙명

내가 다니는 회사의 업종은 제조업이다. 또 본사라고 표현은 하지만 생산현장과 딱 붙어있어 필연적으로 현장 종사자 분들과 많은 소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입사한 인사팀 업무의 상당수는 현장직 분들이 업무에 잘 몰입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일이다. 수시로 발생하는 애로사항과 퇴직, 병가, 휴직처리. 크고 작은 안전사고에 대한 사전, 사후 관리까지. 그래서 입사 후 OJT 기간의 상당 기간 나는 생산 현장에 가게 되었다.


입문교육을 마치고 첫인사와 동시에 나에 대한 OJT 일정이 계획되었고 일단 회사가 운영하는 몇 개의 지방 사업장을 돌며 그곳의 생산현장을 경험해보았다. 그리고 진행된 본사 안에 위치한 생산현장. 여기는 무려 2주 동안 매일 출근하자마자 오전 4시간 동안 일하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현장 교육 첫날. 아직은 어색한 위생모와 위생화, 위생모를 받고 다짜고짜 생산 현장 문을 열고 나를 밀어 넣는 선배를 뒤로한 채 한 발 한 발 현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출근에 쫓겨 바쁘게 지나가는 현장 여사님들은 그 바쁜 와중에도 흘끗 나를 한번 훑어보고 바삐 현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보다 먼저 들어온 분들도 이렇게 스파르타 식으로 교육을 받았던 걸까? 생전 처음 가보는 현장이라 뭐 절차도 길도 모르는데 모든 것을 나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이 외롭고 힘든 상황. 원거리 사업장에 갔을 때는 그곳의 관리자님이 계속 함께하며 현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는데, 여기는 정말 나 혼자였다. 나는 어쨌든 현장 안으로 들어가야 했기에 사람들이 하는 대로 눈치껏 손을 씻고 롤로 된 테이프로 먼지를 제거하고 눈치껏 한번 기지개를 켜고 스트레칭도 한번 해주며 마치 '경력자'처럼 행동한 후 에어샤워기로 들어가는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들어가려는 데 갑자기 어떤 분이 내 어깨를 확 잡아 끄는 것이었다. 


"저기, 반지는 좀 빼고 들어가야지. 양말은 또 발목양말을 신었네? 누구죠? 처음 보는데"


딱 봐도 포스가 있어 보이는 행동과 눈빛. 한눈에 여기서 최소 20년은 있으신 분 같아 보여 나는 '경력자' 코스프레에서 재빨리 '신입사원'의 모습으로 허둥댔다.


"아,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온 신입사원인데 여기 현장 실습하라고 팀장님이 보내셨습니다."

"그래요? 그 인사팀 신입사원인가? 여기서 뭘 시킬 게 있다고 보내는 거지. 일단 반지부터 빼요. 다음부턴 양말도 장목으로 신고. 맨살이 드러나는 건 눈 외에는 안돼요 여긴."


시킬게 정해져 있지 않았다니. 현장과 전혀 얘기가 안되었던 걸까? 또다시 외로웠다. 그냥 난 던져졌구나 여기에. (일하면서 알게 된 건, 이런 게 바로 회사가 돌아가는 평범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젠 이런 것에 상처 받지 않는다.) 복장 덕분에 나는 그분의 눈에 들어왔고 알고 보니 여기 현장관리자이신 분은 곧바로 나를 한 사무실로 안내해주셨다. 그곳엔 몇 명의 직원이 앉아서 일하고 있었는데 내가 들어오자 다들 흘끗 쳐다만 보고 다시 자기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이 분위기 어떤 분위기인지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일어나 오시는 가장 안쪽에 있던 분. 바로 그 파트의 파트장님이셨다.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000입니다."

"아, 그 인사팀 신입사원인가? 뭐 얘기는 들었는데 얼마나 여기 오는 거지?"

"(엥 이것도 얘기가 안된 건가?)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2주일 동안 여기 가라고 해서요."

"그렇게나 길게...? 그래요 일단 왔으니까 계획 한 번 짜 볼게요. 오늘은 그럼 현장 한번 둘러보고 눈치껏 다시 사무실 가요"


나는 나를 인솔해주신 관리자님의 호화로운(?) 안내를 받으며 현장의 설비와 돌아가는 방식. 그리고 만들어진 여러 제품들을 보았다. 식품회사니만큼 제품은 '먹는 것'이었기에 나는 갓 만들어진 제품을 맛보는 영광까지 누렸다. 이렇게 한 시간가량 둘러본 후 사무실 안에서 '실습일지'를 작성한답시고 또 몇 시간을 그곳에 있다가 사무실로 복귀했다. 할 만한데...? 하지만, 그것은 초심자의 '행운'같은 것이었다. 다음날부터는 오늘과는 180도 다른 업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02. 생애첫 인사팀면접(Ssul)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