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여행. 사실 남자 혼자 파리 여행할 때, 나 같이 사람에 대해 별 관심이 없고 약간의 의무감으로 여행을 온 사람들은 으레 보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도 그랬어서, 체크인 유럽의 day1~8까지 하루하루의 코스를 모두 돌아보는 것을 목표로 전진하는 것이 이번 여행의 컨셉이었다. 그래서 유럽의 거리 자체가 하나의 여행 명소인 것이 얼마나 내 컨셉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깨달았다. 명소에서 명소로 가는 그 거리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었다.
구글이 알려주는 대로 꺾고 꺾어 샹제리제 거리를 구경했다. 불어를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 영어를 찾아 이리저리 꺾어다녔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조흐쥬V 거리로 꺾었고, 포시즌즈 호텔에서 또다시 꺾어 걸어가니 나오는 몽테뉴 에비뉴. 익히 들어본 이름과 그 거리였는데 우아한 유럽식 석재건물 사이로 화려한 간판이 즐비하게 널려있었다. 샤넬, 디올, 루이비똥, 구찌...... 몽테뉴의 수상록을 예전 읽어본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긍정하는데서 비롯한 깊은 인간애를 아낌없이 표현한 수필가이자 철학자라고 알고 있는데 명품이라는 인간의 욕망까지도 그것이 인간이라는 작가의 포용이 이 거리를 몽테뉴가로 부른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생가가 있어서 그런것인지.
사실 이 거리에만 있는 건 아니고 파리의 어느 곳을 가든 명품관이 있었고 5번 중 2번은 동양인들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아마 중국인이겠지?
몽테뉴 거리의 명품관을 거쳐 걸어가면 나오는 넓은 육각형의 교차로에는 플랭클린 루스벨트 지하철역이 있었다. 자존심 강한 프랑스에서 남의 나라, 그것도 미국의 대통령 이름을 딴 역이라니. 2차 세계대전 시절 독일에게 점령당한 프랑스를 구해준 고마움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라는데, 우리도 자존심하면 빼놓을 수 없는 민족임에도 맥아더 동상이 있는 것처럼 선진국은 이런 고마움을 표현하는 여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다시 샹젤리제 거리를 거쳐 콩코드 광장으로 쭉 걸으면 도로보다 더 넓은 인도가 나온다. 그리고 그 오른쪽에는 정말 크고 화려한 건물 2개가 보이는데 그랑팔레와 프티팔레다. 파리만국박람회를 기념해 만든 1900년대 당시에도 이 건물의 화려함으로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다는데 효율의 시대에 사는 지금으로써는 상상할 수 없는, 쓸모없어 보이는 동상과 굴곡있는 기둥과 유리돔을 보면 시대에 따라 그 불합리함을 바라보는 판단이 다는 것 같다. 그 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을 수도 있고, 그 때는 불합리해보이는게 지금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는.
콩코드 광장에 도착해 크고 뾰족한 오벨리스크를 감상하고 이어져있는 튈트리 정원으로 향했다. 파리 1구의 1/6을 차지할 정도로 넓은데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고 한다.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시기라 아직은 그 아름다움이 발하기 직전이었는데 겨울도 그 나름대로의 고즈넉함과 비어있는 나뭇가지로 보이는 파리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어울렸다. 저 멀리 루브르 박물관이 보였는데 도슨트를 신청해서 곧 방문할 예정이고, 오른쪽에 있던 오랑주리 미술관도 곧 방문할 예정이다. 3대 박물관은 모두 보고 출국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