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유럽에서 내가 해보고 싶었던 건 책 하나 들고 정원이든 광장이든 앉아 책을 읽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날씨가 꽤나 쌀쌀했다. 점점 날씨가 풀리기는 했지만 아직은 의자에 앉아 5~10분 있을 만한 온도는 아니었다.
튈트리 정원에서 루브르 박물관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빠지면 히볼리 거리가 있고 그 유명한 앙젤리나 빵집이 있다. 사실 먹거리에 그렇게 관심이 없는 나에게 친구가 추천해서 유일하게 가보기로 했던 곳이 앙젤리나 빵집이었다. 앙젤리나 밤잼이 그렇게 맛있고 유명하다고. 그래서 기념품으로 몇 개 사려고 들렸다. 후기를 보니 밤잼과 몽블랑이 유명하다고 해서 그것도 하나 샀다. 다들 안에서 먹어보던데 사실 일반 카페가 아니라 레스토랑처럼 돼있어 혼자 먹기는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나답게' 패스.
바로 옆 센강을 건너면 오늘 내가 가볼 오르셰 박물관이 있다. 크기가 한강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주변 풍경이 워낙 예뻐 센강을 풍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이 참 많았다. 그리고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Les Antiquaires라는, 한국인 여행객의 성지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물어보니 예약한 사람만 안쪽 입장이 가능하고 나 같은 사람들은 모두 바깥쪽으로 안내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운치 있고 좋았다. 다만 혼자 좀 뻘쭘할 뿐.
전반적으로 친절했다. 이제 안 먹으면 언제 또 먹겠냐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를 시켰는데 달팽이 요리인 에스카르고와 오리 스테이크, 디저트로 크림 브륄레를 시켰다. 다 합쳐서 거의 10만 원이었다. 혼자 점심 한 끼로 10만 원을 쓰다니. 그런데 사실 굉장히 맛났다. 기본으로 주는 식전빵을 먹으니 에스카르고가 곧바로 나왔는데 달팽이라는 생각 때문에 좀 징그러웠지만 생각보다 쫄깃하고 맛있었다. 약간 골뱅이 먹는 느낌. 그리고 나온 오리 스테이크도 잡내 없이 부드럽고 씹는 맛도 좋았다. 사실 마지막 크림 브륄레는 너무 달아서 한두 입 먹고는 더 이상 먹기가 힘들었지만 언제 또 먹겠냐는 그 초심을 생각해서 억지로 다 먹었다. 그리고 여행은 체력이지 않던가. 매일 2만 보 이상을 걸어야 하니 당 보충도 필수였다.
그리고 방문한 오르세 미술관. 한편에서 군밤을 파는 아저씨를 한번 구경하고 뮤지엄패스를 사용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구매하고 가이드의 안내에 의지해 바삐 움직였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고흐의 자화상과 별이 빛나는 밤에 작품이었다. 2층에 있는데 5층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이 있어 보통 0층에서 5층으로 바로 이동한 다음에 내려가면서 구경한다고 한다. 그리고 5층에 있는 거대한 시계창을 배경으로 한 역광 사진이 오르세 박물관에 왔다는 인증샷이라고 해서 그곳도 구경했다. 19세기 근대시기 작품을 주력으로 전시하는 박물관인 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이 많았는데 0층에 있는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 5층에 드가의 발레리나 시리즈 등이 있었다. 그리고 원래 기차역이었던 만큼 기둥 없이 중앙 홀이 크고 넓게 있었는데 여러 조각상도 볼 수 있어 알찬 관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