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바스티유 광장, 보쥬 광장과 빅토르 위고의 집

by 이정우 LJW

여행의 세 번째 날. 오늘은 마레지구에서 루브르박물관으로 이어지는 루트다. 사실 한 유럽여행 카페에서 추천한 여행코스를 그대로 따라한 것이지만 내 입맛에 맞게 일부 조정하였다.


오늘의 여행 시작은 바스티유 광장이다. 쿨레베르트 산책길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산책길 자체가 내가 가야 할 루트의 반대편으로 쭉 뻗어있는 길이라 과감히 제외하고 바스티유 광장에서 루브르 박물관까지 서쪽으로 이동하는 루트를 택했다.


바스티유 역에서 내리면 광장의 중앙으로 바로 나올 수 있는 통로가 있다. 지금은 넓은 광장과 높은 조형물, 바스티유 극장이 있는, 살짝 밋밋한 관광지이지만 역사적으로는 프랑스혁명의 시초가 되는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의 발단이 된 곳이니 만큼 의미 있는 곳이었다. 감옥이 있던 자리에 넓은 광장을 만들고 7월 혁명을 기념한 조형물과 지상철이었던 바스티유 역을 허물고 지어진 바스티유 극장. 눈으로는 넓은 광장과 자전거로 바삐 출근하는 사람들만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역사적 장면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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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유 역에서 내리면 보이는 바스티유 극장(왼쪽)과 프랑스혁명 기념 조형물(오른쪽)

서쪽으로 쭉 걷고 지도를 보며 비하그 가를 타고 북쪽으로 가니 골목이 보였고, 더 들어가니 사방이 건물로 둘러싸인 작은 광장이 펼쳐졌다. 보쥬 광장인데,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이고 이 주변이 모두 번화가 또는 예로부터 귀족들이 살았던 곳인 만큼 굉장히 고풍스러운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실제로도 국제통화기금 총재, 빅토르 위고 등 유명인사가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중앙에 루이 13세 동상이 있었고 한편에는 수학여행을 나왔는지 학생 한 무리가 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이리저리 쳐다보며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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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그가를 따라 걷다보면 보쥬광장으로 가는 입구가 나온다.(왼쪽) 보쥬광장 견학 온 학생들 (오른쪽)

실제 빅토르 위고 생가를 박물관으로 꾸민 곳이 있었는데 시계를 보니 10시 10분 전이었고 박물관 오픈 시간이 운 좋게도 10시였다. 살짝 고민하다가 한번 구경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입구에서 잠시 기다렸더니 이내 직원들이 나와 금속탐지기와 짐검사를 할 테이블을 펼쳤다. 그리고 그날 나는 빅토르 위고 박물관을 가장 먼저 입장한 사람이 되었다.


알고 보니 무료 관람이라 그대로 들어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그 시대 계단답게 삐걱삐걱 거리는 소리가 꽤나 정겨웠다. 약 16년간 가족과 살면서 약 100편의 소설을 쓴 대작가의 공간. 레미제라블도 이 집에서 쓰였다고 했다. 빅토르 위고의 서재, 가족과 함께 보낸 지금으로 치면 거실 공간. 또 창문 어디를 보아도 아름다운 보쥬 광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실 빅토르 위고가 사는 방법을 간접체험함과 동시에 그 시대 프랑스 귀족들의 생활상, 부르주아라고 불리던 그 계급의 사람들의 생활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집이 그렇게 크지는 않아서 짧게 둘러본 후 1층으로 내려가니 조그맣게 기념품 샵이 있었고 내가 들어온 곳으로 다시 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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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집(왼쪽)과 빅토르 위고 집 내부(중간, 오른쪽)

사실 빅토르 위고의 집이 박물관이라는 상품이 되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지만 이 주변 거의 모든 곳이 겉에서 보면 박물관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건물이라니. 2~300년 전 사람이 살던 곳에 21세기 사람이 박물관이 된 컨디션과 같은 건물에서 산다. 옛것이 새것을 이기는 공간. 파리의 매력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이 원칙으로 생겨나는 것 같다. 더 편리하고 세련된 새것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시대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과 인생의 방향은 어떤 것일까? 실제로도 이곳은 지금도 꽤 비싼 곳이라고 하니,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사람들의 생각이 한국인인 내가 이해하기는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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