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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Oct 31. 2021

#10. 잡무에 대하여

내가 하고있는 일에 중요하지 않는 일은 없다고 믿지만......

잡무(雜務)

명사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사무나 일.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지만 다른 일에 비해 비교적 중요하지 않는 일. 보통 부서의 막내나 이러한 일을 전담으로 하는 직원을 고용해서 처리하곤 한다. 그런데 몇개월 전부터 이런 일들이 갑자기 늘어났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인사팀이 바빠지게 되었다. 조직개편, 평가와 보상, 성수기에 따른 인력수급까지. 나는 여기서 보상을 위한 내년도 인건비 계획과 인력수급 두가지 일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맡게된 지방 사업장 도급관리 업무로 관리포인트가 하나 늘면서 일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임자가 이런 일까지 했던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많은 경비처리를 인사팀이 맡아 하고 있었다. 물론 그 사업장에 인사팀이 상주했던 적이 있었고 그 때 맡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하다못해 복사용지까지 대신 구매할 정도였다니,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복사용지의 비용은 해당 사업장의 비용이지 인사팀의 비용이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 비용으로 사용하지 않음에도 우리가 대신 결제하고 있는 것이다.


결제라는 행위는 그냥 신용카드로 긁는 행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회사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뭔가 '산다.'는 행위는 그에 수반되는 몇 배의 행정업무가 수반되는, 말그대로 '업무'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예를들어 복사용지를 결제하는 업무를 맡았다면,


1. 결제에 대한 결재서류를 만들고 결재를 득한다.

2. 필요하면 왜 사야되는 지 이유까지 설명해야한다.

3. 혹시 잘못 발송되었을 때 반품, 교환 등을 처리한다.

4. 전자세금계산서를 처리하고 관리 tool을 통해 전표를 상신한다. (보통 SAP이나 더존을 쓴다.)

5. 내년도 경영계획을 짤 때 내년에는 얼마를 쓸 것인지 작성해서 보고해야 한다.


대충 생각해봐도 다섯가지의 업무가 추가되는 것이다. 나는 사업장 도급업무를 맡음으로 인해서 거의 8개에 달하는 경비처리를 맡았다. 앉아서 계산서만 처리하는 일이지만 이 업무가 나를 굉장히 성가시게 만들었다. (특히 한 정수기 업체에서의 미납요금관련 업무 처리를 해야했을 때가 가장 이 업무를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이었다.)


사실 지금까지는 시키는 업무를 곧 했다. 누군가는 해야했고 지금까지 누군가가 했던 일이었으니까.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아서 필요한 일이라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직급에 맞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성장을 위해서는 과감히 내 생각을 어필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지금은 들고 있다. 사실 누군가는 해야하므로 내가 맡지 않는 순간 업무 자체가 없어지는 일은 아니므로, 그 대책까지 고민하고 이야기드려야겠지만 어찌됬든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드릴 때가 온 것 같다. 요즘 팀장님이 바뀌면서 업무에 대한 재편을 예고하고 있는데, 내 생각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면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싶다. 본인이 처리하는 경비는 본인이 처리하는 것이 맞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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