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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Nov 21. 2021

#11. 파괴적인 생각의 부스러기

중요한 것은 파괴적인 생각 그 자체인 것이다.

새로오신 팀장님은 오시자마자 우리가 지금까지 했었던 모든 업무를 하나하나 들여다보시길 원하셨다. Job-tree를 작성하며 개인별로 본인이 하는 일을 남김없이 다 적어 보여드렸고,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필요없는 일을 줄이고 같은 일을 두 직무가 나눠하는 등 혼재되어있는 R&R을 재정립하고자 했다. 'work-diet'라는 일종의 프로젝트도 내년초부터 실행해보고 싶다고도 하셨다. 


이 열정넘치는 팀장님이 가장 최근에 나에게 하셨던 말씀이 '파괴적인 생각'이다. 


연말이 되고, 내년의 부서별 전략을 짜는 시기가 왔다. 우리부서도 예외없이 각자 본인의 일 중 내년에 실행하고 싶은 업무전략을 정리해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3년간 정규직, 단기직을 채용하고 인력운영을 맡으면서 바꿔보고 싶은 것도 많았고 이미 조그맣게라도 바꿔본 것도 꽤 있었다. 그런데 내년 전략자료로 들어갈 정도의 큰 변화를 요하는 일은 한번도 계획해보지 않았었다. 팀장님이 새로 바뀐만큼 뭔가 나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겹쳐져 마지막까지 굉장히 많은 고민이 들었다. 


살짝 늦게까지 전략자료를 만들려고 남아있던 중 뒤에서 느껴지는 스산한 기운에 고개를 돌리니 팀장님이 내 모니터를 빤히 쳐다보고계셨다. 민망하기도 하고 무슨 생각이 드실까 긴장도 되었는데, 이 때 이야기하신 것이 '파괴적인 생각'이다. 가령 이런것이다.


1. 해결이 필요한 문제 : 매년 빚어지는 성수기 단기직 수급문제를 해결하겠다.

 -> 파괴적인 생각 : 단기직을 안 쓸 방법은 없을까?

2. 해결이 필요한 문제 : 갑작스러운 퇴직에 따른 생산직 채용이 제때 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겠다.

 -> 파괴적인 생각 : 여유인력을 운영하여 갑작스러운 퇴직에 대응할 수는 없을까?

3. 해결이 필요한 문제 : 도급 운영에 따른 법적 Risk를 최소화하겠다.

 -> 파괴적인 생각 : 도급을 없애고 모두 내재화시킬 수는 없을까?


사실 이 파괴적인 생각이라는 것은 나쁘게말하면 '일 쉽게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아니, 단기직 수급이 잘 안되니 단기직을 없애겠다고? 이런 반응이 당연히 자연스럽게 나온다. 나도 같은 궁금증으로 반문했을 때 말씀하신 한마디.


"파괴적인 생각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함으로써 생겨나는 '부스러기'들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 사실 단기직을 없애고 말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기직을 없앨 생각 사이사이에서 생겨나는 의문점과 해결방법 등이 중요한 것이다. 파괴적인 생각의 부스러기가 파괴적인 생각을 하는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단기직을 없앤다는 최종 목적 사이에는 꼭 필요한 공정에만 단기직을 배치하는 효율화를 거쳐 인력을 줄이는 과정이 필요할테고 이런 과정에서 정규직 인력 효율화까지 꾀할 수 있다. (단순히 생각해서) 이런 일련의 과정이 쌓이다보면 결국 우리가 원하는 목표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의 절감 효과는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급진적인 생각이 쓸모없거나 쓸데없는 망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 생각의 부스러기가 업무를 바꾸고 나아가 회사를 바꾸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표님이 항상 이야기하셨구나.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입다물지 말고 항상 얘기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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