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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May 14. 2023

정보는 어디까지 오픈해야 할까?

최근 모회사의 적극적인 추진에 힘입어 같은 사업을 하는 한 계열사를 인수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정확히는 인수 전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이었다. 우리회사의 대표이사가, 결국은 인수해야 할 회사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절차이다.


인사팀은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바로 옆에서 돕는 부서이기 때문인지, 이 작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진행하였다. 나는 두달 전부터 인력운영 담당자로 이 작업에 투입되었는데 거의 의사 결정이 진행된 상태에서 뒤늦게 투입 된 것이라 진행해야 할 업무보다 이미 진행된 업무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몇 번의 회의에 참석하고 관련한 일을 진행하면서 얼추 이 작업의 방향성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얻게 되었다.


이사회를 개최하고 지배구조 개편 날짜가 거의 확정된 시점에 '각 부서별로 인수할 계열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우리와 Align 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업무 프로세스와 비교해서 그 계열사가 어디까지 되어있는지 현황 파악이 필요했고 Check List를 만들어야 했다. 사실 나와 인사팀원들은 이미 팀장님으로부터 여러 정보를 들었고 그 계열사의 인사팀장과 구성원과 안면도 튼 상태였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여 양식을 만들고 각 부서 팀장님들께 배포하였으나 그 메일이 송신된 후부터 나에게 계속 들려온 대답은 '도대체 뭘 하라는 건지?' 라는 의문문이었다.


1. 현황 파악을 하려면 계열사의 담당을 알아야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진행하라는 것인지

2. 방대한 우리 업무 프로세스를 어떻게 배포한 양식에 일일이 적을 수 있는지 (시트가 그럼 100개가 넘어가는데...?)

3. 양식으로 적었다 하더라고 해당 계열사의 누가 이 방대한 양의 자료를 적을 수 있는지


였다. 이런 피드백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이야기하면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해당 계열사 인수를 위한 T/F는 이미 올 초부터 계속 이어졌고 진행상황 역시 매주 진행되는 팀장 회의체를 통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계열사의 어떤 사람이 우리 업무와 연관되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다는 건 관심이 없었다거나 공감대 형성을 위한 그 어떤 활동조차 우리 조직 내부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메일 이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는지...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였다.


여러 스타트업에서는 인적자원이 얇기 때문에 구성원 한명 한명의 아이디어가 굉장히 중요하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회사의 민감할 수 있는 정보까지 파격적으로 오픈한다고 한다. 또한 정보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회사의 현재 상황과 상황에 따른 아젠다를 매주 공유하는 타운홀 미팅 또는 인트라넷을 활용한 공지 등을 이용한다고 들었다. 사실, 조직 내에서의 힘은 정말 직관적으로 이야기하면 '볼 수 있는 정보의 범위'에 따라 결정된다. 결국 정보를 오픈한다는 것은 그 정보를 활용하는 조직의 권위를 일정 부분 내려놓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참 고민이다. 해당 계열사 인수 건은 어느 시점에 오픈해서 조직 내 공감대를 형성했어야 하는가. 그리고 어느 범위까지 오픈해야하는가. 정보의 치우침으로 제대로 업무가 되지 않는다는 피드백에 그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정확히 이야기하면 제공할 수 있는 조직은 그 피드백에 흔들려야 하는가. 아니면, 정보를 얻기 위해 먼저 움직이는 적극성보다 주기만을 기다리다 발등에 불떨어질 때에야 우리탓을 하는 부서의 무능력을 탓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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