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5년 만에 직무가 바뀐다.
내가 입사한 이 후로 유독 우리 팀은 퇴사가 없었고, 인원 변경도 잦지 않는 편이었다. (내가 입사하기 전까지는 퇴사율이 매우 높은, 악명높은 팀이었다고는 하는데...) 계열사로 전출간 분이 계셨지만 대체채용은 없었고 그에 상응하는 비용의 급여 아웃소싱 업체와 계약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한분의 개인사정으로 인력운영의 변경사항이 생겨 5년 만에 인사팀 신입사원 공고를 내었다.
5년이라는 시간동안 개인적으로는 정규직 채용이라는 큰 틀에서 여러 업무가 추가되었다. 리더는 두번이 변경되었고 리더의 변경에 따라 업무에 크고 작은 변동이 있었는데 비정규직 채용과 도급사 관리, 장애인/보훈 채용과 인력운영 업무가 추가되었다. 특히 최근의 리더 변경으로 그 분이 생각하는 '인력운영'의 업무 재정의가 있었는데 골자는 내가 지금까지 했던 업무는 인력운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특성상 생산 직업인력의 최적 인원 도출을 위한 공정인원 관리, 생산량에 따른 공수인원을 관리하고 생산 스탭과 협의하는 일 따위의 것들이 입사 4년차부터 조금씩 했던 일들이다.
8월부터 진행된 인사팀 신입사원 채용이 최종 입사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입사 전 R&R을 나누기 위해 모든 팀원이 모여 향후 업무 분장 계획을 세웠는데 결론은 '신입사원-나-개인사정으로 잠시 휴직하는 팀원'간 업무 로테이션이다. 그 안에서 다른 직무단위의 분에게 업무를 넘기는 것도 있지만 결국 3명이서 업무가 바뀌는 셈이다. 나는 5년간의 '채용을 중심으로 한 인력운영 업무'에서 '평가보상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업무를 하면서 받았던 여러 스트레스들이 있었다. 특히 사람이 모집되지 않아 스탭들이 생산 현장으로 끌려갔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입사 3년만에 채용전략이 바뀌어 학교를 찾아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설명회를 했던 기억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비정규직 채용을 위해 업체와 소통하면서 '그 쪽 회사에는 이제 인력을 넣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서운함과 '왜 나는 계약연장이 되지 않느냐'며 화를 내고 따지는 비정규직 분들의 토로는 갓 비정규직 업무를 맡았던 신입사원 때의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일들이었다. 물론 지금은, 다르지만.
이렇게 정해지니 평가보상 업무를 인계받고나서의 혼란스러움이 걱정되지만 인력운영 업무를 넘기는 것에 대한 후련함도 크다. 특히 사람 뽑는 일은 불확실한 상황을 확실하게 만드는 일이라, 불확실한 상황이 불확실로 끝나는, 예를들면 '다 뽑아놓고 채용을 취소하는 경우'의 일을 겪을 때면 정말 허무하고 화도 난다. 열역학 제2법칙, 에너지는 Spontaenous 한 방향으로 흐른다는데 채용은 그 에너지를 Non-Spontaenous하게 바꾸는 일이지 않을까.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쓴다는 일이다. 물이 쏟아져 흩어지는 Spontaenous 현상은 한순간이고, 그 물을 Non-Spontaenous하게 모으는 일은 일단 컵이 필요하고 입구에 물을 잘 따르는 일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처럼. 퇴사는 한순간이고, 입사와 적응시키는 일은 참 많은 에너지와 비용이 소모되는 것 처럼.
인계한 전임자가 회사에 있고 없고는 그 부담의 정도가 꽤 크다. 내가 받을 평가보상 업무는 인수받으면 전임자가 없다. 인력운영은 내가 계속 있으니까. 이제 평가와 보상관련한 일을 이 곳에 적게 되겠지. 또 어떤 공부를 수반해야 할까.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기대반 걱정반인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