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연하게도 회사 내에서 몇몇 분들이 생각하는 나에 대한 평판을 듣게 되었는데 이 말을 전해준 아무개는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좋은 말이 없던 것'이냐며 나에게 반문했다. 본인들과 나와의 업무방식 차이부터 해서 (내가 너무 업무중심이라나 뭐라나) 나의 예민한 성격과 MBTI까지 운운하면서 나에 대한 안좋은 평가를 했다는 이야기까지. 사실 요즘 내가 생각하는 '나'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나'의 공통점을 하나 꼽으라면 '예민함'이다. 그 특유의 '예민함'때문에 나도 힘들고 상대도 힘들었던 경험이 꽤 많다.
나에 대해 말 몇번 잘못했다고 아예 회사에서 그 사람을 시쳇말로 '손절'했던 경험. 지금은 필요한 이야기나 약간의 농담도 주고는 받지만 예전처럼은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상황이며, 한창 '손절'하던 시절에는 아예 회사에서 아무말도 안하고 지냈던 시기도 있었다. 또 회사 내에서 업무적으로 엮이지 않아 비교적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 사람들과도, 대화하다가 또 나의 특유의 예민함과 속좁음으로 기분이 상하면 몇일 또 '손절'인 상태로 지냈던 경험. (그 친구들은 이런 나의 '손절'시기가 오면 '저사람 또 생리한다.'고 표현했다고 들었을 때 참 재밌었다.) 그런 나의 어떤 감정 기복이 왔다갔다하자, 팀장님은 내가 없을 때 한마디 하셨다고 한다. '다 좋은데, 쟤는 소통이 좀 안되는 것 같아.'
소통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때까지, 참 무수히 많은 감정의 오르내림이 있었다. 그리고 사실, 가장 힘든 건 당사자인 나였다. 내가 내 감정을 컨트롤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히스테릭하게 주변사람들에게 짜증내고 소리지르는 것은 아니지만 내 감정이 추슬러지기 전까지 꾹 눌러 안정을 찾아야만 했다. 이런 내 성격이 점점 고쳐야할 점으로 내가 느끼지 시작하고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할 때 쯤, 몸이 아파 회사 점심시간 때 들렀던 병원의 의사선생님이 뜬금없이 내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눈이 참 예쁘네요?"
"네...? 아, 감사합니다."
"본인처럼 선한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상처를 잘 받아요."
"....네??"
"....용서해야해요. 그래야 본인이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용서라...... 그 이야기가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상식'이라는 정의를 내린채 내가 생각하는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는 사람들을 보면 '상식 밖'의 사람으로 생각해서 그 사람과 업무를 하게될 때 조금만 실수하고 잘못해도 무안을 주고 '손절'을 했다. 평소에도 아예 무시를 한 것이다. 나에게 그런 취급을 받는 몇몇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나에 대한 평판을 좋지 않게 했겠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세상은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고 내가 생각하는 '당연함'이 아닌 경우가 더 많았는데 나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세상에 없는 '죄'를 만들어 상대방에 뒤집어 씌운 후 그 죄를 고스란히 내가 받고 상처받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의사선생님은 그런 의미에서 그 사람을 '용서'하라고 한 것이다. 당장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기는 어려우니 내가 상대방에게서 만들어버린 '죄'를 용서하라고.
어쨌든 나는 적어도 10년까지는 회사생활을 할 것이다. 10년 뒤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남은 회사 생활이라도 잘 버티려면, 조금씩 바뀌어가야 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무시하지 말고 용서하며, 나중에 따로 조용히 대화로 풀 수 있는 뭐 이런 것들. 지금은 그 과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