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피아노 연주앨범의 마지막 퍼즐
여름 피아노 연주앨범의 발매 목표는 7월 말이다. 마음에 쏙 들지 않는 요소가 곳곳에 있지만, 어쨌든 완성된 4곡에 대해서는 디테일한 악보작업을 끝으로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하지만 나머지 1곡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4곡만 내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계절마다 그에 맞는 피아노 연주앨범을 낼 생각이고, 5곡씩 내려는 그 결심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남은 1곡의 포지션은 앨범의 인트로, 첫번째 트랙이다. 앨범의 첫인상과도 같은 그 포지션에 어떤 느낌의 곡을 넣어야할까, 듣는 사람에게 내 여름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는 첫마디를 어떻게 꺼내야할 지 고민이 이어졌다. 그런 고민의 사이에서 우연히 본 인스타그램의 릴스. 어떤 드라마인지, 영화인지는 모르지만 조정석과 라미란 배우님의 대화에서 어떤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여자한테도 첫사랑이 되게 중요하죠? 그, 잘, 안 잊히고. 그렇죠?"
"여자한테 첫사랑은 하나가 아니래. 그러니까 처음 만난 남자가 첫사랑이 아니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의 첫모습이 첫사랑이래"
첫모습. 이 단어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앨범의 첫모습. 내가 본 그 사람의 첫모습. 네가 듣는 내 앨범의 첫모습. 듣는 사람에 따라서 자신만의 첫모습을 떠올리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여름은, 무언가 시작하기 좋은 계절 아닌가. 찬바람이 가시고 벚꽃의 피고 짐을 느끼며 마음이 널뛰기하는 싱숭생숭함이 지나면, 푸른 잎이 싹트며 세상이 활력으로 가득찬다. 비가 내리고 덥지만 그 느낌이 사람의 마음을 봄처럼 널뛰게하지 않으니 무언가 시작해서 진득하니 마음을 이끌고가기 좋다. 여름은 그런 계절이라 생각했다. 그 때 본 첫모습을 사랑이라 생각했다면, 적어도 조금은 진실이라 믿어도 되지 않을까. 계절이 사람 마음에 주는 강렬함에 속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계절이니까.
그래서, 여름 피아노 연주앨범의 마지막 퍼즐은 첫모습의 느낌을 담으려한다. 사실 나는 멜로디보다 곡의 제목이 먼저다. 그리고 곡의 제목이 곧 컨셉이라고 생각해서 그 느낌이 내 마음에 쏙 들면 음악이 어느정도 윤곽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미 곡이 완성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닌 곡들도 있지만 보통 제목을 짓고 곡을 만든다. 아마 곧 있으면 곡이 나오지 않을까? 벌써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