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우 LJW Sep 15. 2024

가을 피아노 연주앨범을 내기로 했다.

어쨌든 여름은 지났고, 가을이 왔으므로.

9월이지만, 아직도 여름은 곁에 계속 머문다. 열대야는 "9"라는 숫자가 무색하게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고 더위에 약한 나를 계속 괴롭힌다.


원래는 여름 피아노 연주앨범을 내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봄 피아노 연주앨범에 비해 5곡을 채울만큼의 곡이 없었고 1~2개월 정도 기간을 두면 뚝딱 곡을 만들 수 있겠지라는 생각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변화 덕분에 차일피일 미뤄지다 9월이 되었다. 봄 연주앨범처럼 모든 곡이 처음부터 정해져있고 연습만 하면 되었다면 고민없이 녹음 일정을 잡고 추진할 수 있었지만 창작의 영역은 좀 달랐다. 마음을 온전히 쏟을 수 없으니 곡을 만들어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렇게 8월이 지나 9월이 되었다.


사실 올해 여름과 가을 피아노 앨범을 내고 내년에는 노래곡을 두 곡 내려고 했다. 뭐든지 '예산'이 문제였지만 어쨌든 계획은 그랬다. 하지만 예산보다는 시간이 문제였다. 하고싶은 것도 많고 욕심도 많은 나에게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었고 갑작스러운 발령은 더욱 더 마음 바쁜 나에게 음악에 대한 집중을 하기 힘든 악조건을 주었다.


그렇지만 가을은 어느정도 틀이 잡혀있었다. 그리 어려운 곡은 없었고 피아노 연습만 하면 얼추 녹음까지는 갈 수 있을 듯 했다. 하여, 여름은 내년으로 보내고 올해는 가을 피아노 연주앨범 발매로 가닥을 잡았다. 어쨌든 새로운 곳에서 2주정도 지나니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두려움'은 조금 진정이 되었다. 그래서 마음적으로 음악에 힘을 쏟을 정서적 안정감이 점점 자리잡고 있다.


총 5곡이다. 누가들어도 이건 가을 곡이다, 라고 생각하기에는 좀 오해의 소지가 있다. 계절이라는 것이 사실 개인의 삶의 흐름에 따라 외로운 여름, 청량한 가을같이 대중적인 믿음과 반대로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느끼는 가을은 적어도 활동적인 느낌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한 해를 마무리하기 전 여름에 꺼내놓은 마음들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안으로 차곡차곡 쌓아놓는 그런 계절이라 아마 그런 느낌을 음악에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각 곡의 제목은 너무 진부하지 않게, 하지만 너무 특이하지도 않게 정했고 그 중 하나는 이미 출판된 책의 제목과 똑같다. 고민을 했으나 사실 이 곡에 이 제목만한 단어가 없어 네이버 서칭을 통해 책제목에는 저작권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본 후에 최종적으로 쓰기로 정했다. 그렇다고 너무 남용하지는 말아야지. 음악도 마찬가지지만 책도 역시 제목이 적어도 7할 이상이지 않나, 싶다. 


1. 너에게 묻는 밤

2. 우리가 사랑한 날들

3. 지금은 멀어진 기억

4. 이제야 말하지만

5. 가을이 노래


9월에 녹음하고 10월 중순에 발매하고자 한다. 그리고 맞이하는 겨울은 뭔가를 해냈다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넉넉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에 담은 너의 첫모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