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지났다. 오늘이 올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불과 월요일에 첫출근을 해서 5일을 보냈다. 성격상 나는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기 쉽지 않아하는 성격이라 시간이 좀 필요하지만, 회사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으니 팀장님의 조언은 '활동'을 하라는 것이었다. 골프든 낚시는 동호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라는 것이다.
자회사와 모회사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난 여기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파고들고 내 바운더리를 철저하게 세운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전에 다녔던 자회사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강도가 살짝 약했다. 전문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긴장감이 좀 덜하다고 해야하나. 내가 전입온지 5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한 분의 사직서를 받았다. 사실상 나가라는 통보에 따라 쓴 사직서였다. 기회는 주되 그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면 가차없이 내보내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내가 전에 친했던 분들에게 "가니까 분위기는 어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잘 모르겠는데, 뭔가 미묘한 뭔가가 있어요." 라고했던 그 뭔지 모를 감정. 그 미묘한 분위기가 내 생각엔 '긴장감'이었던 것 같다.
나를 팀원에게 소개하는 내용 중에 가장 반복적으로 들렸던 이야기는 '술'이었다. 내가 술을 잘 하지 못하고 술자리에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아마도 나에대한 레퍼런스 체크 중에 반복적으로 가장 많이 나왔던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일은 무섭지가 않은데, 술자리가 두렵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팀장님이 내게 해줬을 때, 군대 시절 어머니가 소대장에게 전화했던 것을 알게되었을 때의 그 감정이 떠올랐다. 물론 아주 같지는 않겠지만 뭔가 보살핌을 받고있다는 느낌이 참 든든하면서도 부담되고 부끄러웠다. 같이 일하는 팀원에게 나는 미성숙한 사람이라는 그런 이미지를 줄 것 같은 그런 기분. 어쨌든 그런 레퍼런스 때문에 강요보다는 선택을 하게 해주셨고 때로는 이번 술자리는 참석하지 말라는 명령도 받게 되었다. 잘된 일일지 아닐지는 차차 보면 알게 되겠지.
그렇다고 내가 술자리를 대표로 하는 지금까지의 내 사회생활 패턴을 아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은 하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조금씩 바꿔야 할 것이고, 나를 계속 '사람들' 또는 '활동'에 던져야 할 것이다. 바뀐 인생을 한번도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두렵다.'는 표현을 썼던 것 같다. 모든 것이 다 그렇다. 모르면 두렵다. 하지만 막상 하게되면 별게 아니다. 내 인생은 지금까지 늘 그래왔다. 두려웠지만 한번 깨지게 되면 별거 아니게 느껴지며 이내 익숙해졌다. 지금 이 상황도 이내 익숙해질 것이다.
어쨌든 일주일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