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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기중 Nov 17. 2019

당신의 기억력 나이는 몇 살입니까?

치매와 살아가기

나이 (age)는 그 사람의 정체성(identity)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정체성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7살 아래 어린아이들조차 처음 만난 친구에게 '너 몇 살이야?' 물으며 나이를 확인한다. 최근 의학 영역에서도 혈관 나이, 건강 나이, 신체 나이 등 나이에 대한 개념을 적용한 건강지표가 개발되고 있다.


치매 영역에서도 기억력(memory)과 관련된 나이 지표가 있다.

바로 '기억력 나이 정체성 (Memory age identity; MAI)'이다.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당신의 기억력 나이는 몇 살입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얻은 결과와 실제 나이의 차를 '기억력 나이 정체성'이라 부른다.


기억력 나이 정체성 
= 주관적 기억력 나이 - 실제 나이

주관적 기억력 나이 :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당신의 기억력 나이는 몇 살입니까?”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당신의 기억력 나이는 몇 살입니까?” 질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몇 살 정도라 답했을까? 이에 대한 답을 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물학적 나이와 자신이 생각하는 기억력 수준, 기억력 문제로 겪는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떠올려야 한다. 거기에 더해 자신뿐만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주위 사람들의 기억력 수준과 내 기억력 수준을 비교하기도 할 것이다. 자신의 기억력 나이를 정하기 위해서는 기억력과 관련하여 다양한 영역의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를 거쳐 최종적으로 나온 주관적 기억력 나이는 그 사람의 기억력 영역에서의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는 지표일 것이다.


조지 허버트 미드가 언급한 '상징적 상호 작용론 (symbolic interactionism)'에 의하면, 우리는 나 자신 또는 주위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나에 대한 여러 상징을 내면화하여 자아를 만든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상징이 내면화될수록 그만큼 전체의 합인 자아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할 것이고 그 반대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기억력 영역에 적용해보면 주관적으로 자신의 기억력이 젊다고 느낄수록 기억력과 관련된 정체성이 발달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실제 객관적인 기억력이 좋아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정말 그럴까?


실제 이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나라 노인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Chang et al.2012, Change et al 2018, Archives of Gerontology and Geriactrics). 1,345명의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자신의 실제 나이에 비해 자신의 기억력 나이를 평균 11살 정도 더 젊게 생각하는 경향성이 보고됐다. 그리고 주관적으로 평가된 기억력 나이 정체성(Memory age identity)이 평가 도구를 이용해 객관적으로 평가된 기억력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실제 생물학적 나이, 성별, 교육 수준, 음주와 흡연 같은 그 사람의 생활습관, 우울증상이나 불안증상으로 자신의 현재 상태를 부정적으로 평가했을 가능성을 모두 배제할 때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특히 자신의 기억력을 실제 나이보다 10살 이상으로 젊게 생각하는 사람과 10살 이하로 젊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지기능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더욱 뚜렷해졌다.


D = 실제 나이보다 자신의 기억력 나이를 얼마나 더 젊게 생각하느냐? (예: -10: 10살 더 젊게),



단순한 질문이 연구 과정으로 다뤄지니 복잡해진 것 같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자. 자신의 기억력 나이를 몇 살이라 답했는가? 실제 본인 나이보다 젊게 생각하고 있나? 아마 이 질문의 답을 하기 위해 당신은 머릿속에 현재 기억력 상태와 이를 위해 당신이 하고 있는 노력들까지 여러 생각을 떠 올렸을 것이다. 11살 젊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는 우리나라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평균치다. 그리고 당신이 생각하는 기억력 나이가 당신의 기억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서 당신이 기억력 나이를 젊게 하기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면 이 질문의 진정한 답을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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