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기중 Nov 26. 2019

성격이 치매를 결정한다?

치매 잘 걸리는 성격과 안 걸리는 성격

어떤 성격의 사람이 치매에 잘 걸릴까요? 치매에 안 걸리는 성격이 따로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성격 테스트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다양한 성격 테스트 중 임상 연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성격 평가 도구인 '빅 5 성격검사 (Big Five Inventory: BFI)'가 있습니다. 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전문적으로 성격을 연구하는 임상가들에게는 표준이 되는 검사입니다. 이 도구를 통해 개개인의 성격을 개방성 (openness), 성실성 (Conscientiousness), 외향성 (Extraversion), 우호성 (Aggreableness), 신경증 (Neuroticism)의 다섯 영역으로 나눠 평가합니다.


개방성 (Openness) : 새로운 경험, 아이디어, 활동에 대한 강한 욕구

성실성 (Conscientiousness) :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는 성향

외향성 (Extraversion) : 새롭고 강한 자극을 좋아하는 성향

우호성 (Aggreableness) :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는 정도, 신뢰, 이타주의

신경증 (Neuroticism) : 심리적으로 얼마나 민감한지, 쉽게 스트레스받고 감정 기복을 보이는 성향


먼저 실제 Big 5 성격검사를 해 볼 수 있는 링크가 있으니 본인의 성격을 확인해보세요.

https://together.kakao.com/big-five

당신은 다섯 가지 영역 중 어떤 영역이 높고, 낮게 나왔습니까?


이제 다시 치매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이전부터 노년기에 갑자기 나타난 성격 변화는 치매의 전조 증상으로 많이 언급됐습니다. 특히 전두측두엽 치매 (frontotemporal dementia)는 기억력 저하와 같은 특징적인 인지 기능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충동조절이 안되고 감정 기복이 큰 성격 변화가 특징적입니다. 여타 다른 치매에서도 고집이 세지고 자기 말만 반복하거나 쉽게 화를 내는 성격 변화 등을 보이면 치매를 조심하라고 합니다.


2013년 호주 뉴사우스 웨일 대학의 Lee-Fay Low 박사는 성격이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6000개 이상의 페이퍼 중 선정된 15개의 중요 연구를 모아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치매에 영향을 미치는 확실한 성격 요인은 다음의 두 가지였습니다.


1) 신경증 (Neuroticism)이 높을수록
치매에 잘 걸립니다.
2) 성실성 (Conscientiousness)이 높을수록
치매에 잘 안 걸립니다.


나머지 외향성(Extraversion), 우호성(Agreeableness)은 치매와 관련 없었고, 개방성(Openness)은 모호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를 다시 풀어서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스트레스에 예민한 성격일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고, 목표지향적이고 자신의 충동을 통제하며 성취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겁니다. 의외로 사교적이거나 활동적이고 리더십이 있는 사람들(외향성이 높은 사람)이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우호성이 높은 사람)의 경우 사회적 성공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들 성격이 치매를 예방해주지 못했습니다.


(좌) 신경증이 높을수록 (우) 성실성이 높을수록


주제를 조금 더 넓혀보겠습니다. 앞의 결과는 성인(중년이나 노년)을 대상으로 한 결과입니다. 그럼 청소년 시기의 성격도 치매와 관련이 있을까요? 사실 청소년기부터 노년기까지 기간이 워낙 길다 보니 연구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최근 2019년 10월 미국의학협회 정신과 저널 (JAMA Psychiatry)에 그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놀랍게도 82,232명 청소년들을 54년간 추적 관찰해서 밝힌 연구라고 하네요. 그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청소년의 경우 다음 세 가지 성격 유형에서 치매 발생 위험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1) 열정적인 성격 (vigor): 성인에게는 관련 없었던 외향성이 청소년에게는 중요한 요인으로 나왔습니다. 신체적 활동을 뿐만 아니라 삶의 목적을 갖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태도도 포함됩니다.

 

2) 감정적으로 차분한 성격 (calm, low neuroticism) : 스트레스에 견디는 정도와 관련된 신경증 척도가 낮을수록 치매 발생 위험이 떨어졌습니다. 이는 성인과 동일한 결과입니다.


3) 책임감, 성실성이 높은 성숙한 성격 (maturity, high conscientiousness) : 책임감, 성실성이 높을수록 치매 발생 위험이 낮아졌습니다. 이 또한 성인과 동일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청소년의 경우 위의 결과에 가난의 정도가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열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청소년은 경제 수준과 상관없이 노년기 치매 위험이 낮았습니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차분한 성격, 성실성이 높은 청소년은 가난할수록 성격의 힘이 무마되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양극화가 심해지는 사회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결과일지 모르겠습니다.


조용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신 분들에게 치매는 살짝 비켜가나 봅니다. 사교적이거나 활동적이지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 좀 떨어져 눈치 없다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는 분들의 내면적 힘이 발휘되는 것일까요. 치매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삶의 메시지를 얻어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억을 잃어버린 청년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