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고 당연하지 않은 것

by 꼬망


따뜻한 집에서 자는 것 갖은 채소가 올라간 식사. 큰 고민 없이 나만 챙기면 되던 시절. 막연하게 독립의 자유를 꿈꿨었다. 결혼이 나의 독립이 돼서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자유가 얼마나 그리웠던지. 생각해 보면 나의 엄마는 자녀들의 독립을 막았지만, 아이들의 자립적인 삶을 원한다면 혼자 살아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느낀다. 혼자 밥도 해 먹어보고, 고생도 해보고 자유도 느껴보면서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하루빨리 알아가는 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동창 친구는 20대 중반이 되면서 혼자 독립을 시작했다. 그 친구는 매달 들어가는 본인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회사를 쉬지 않고 다녔다. 그때는 “뭐 저렇게 고생을 해. 집 놔두고….”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현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생활해 보는 삶 그게 경제적인 한쪽 편으로 보면 낭비일 수도 있겠지만 그 시간을 통해서 자신이 몸소 느낀다면 그것만 한 교육이 어딨겠는가.


나는 결혼이 후의 삶이 독립이라서 아쉽지만, 아이들에게는 빠른 독립을 알려주고 싶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것,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다는 그것을 말이다.

책임질 게 많아진 어른의 삶에서는 당장의 해결해야 할 생계의 무게와 현실의 벽을 마주한다.

그걸 너무 늦게 깨달은 중년의 나는 오롯이 혼자서 부딪친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수록 절실함 이 더 가까워졌다.


난 그런 게 없어서 더 느긋했던 걸까. 결혼 후 육아를 하는 시간의 현실은 나에게 만만치 않았다.

남편의 사업은 10년이 지난 시점에 경기불황까지 겹쳐서 오락가락한 매출을 보며 힘들어했다. 남편은 무기력에 지쳐있었다.

그의 고개 숙인 뒷모습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더 답답해졌다. 나는 강의 준비에 원고작업까지 하루하루가 너무 바쁜데 일이 없는 날이면 계속 누워있는 남편을 보는 날이 잦아졌다. 갈수록 화가 쌓여가고 그때마다 미움이 겹겹이 스며들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너는 뭐 하는 거야?”라는 마음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와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었다.


어느 날 퇴근하고 오는 남편은 종량제봉투에 과자를 가득 사 왔다.

“이게 뭐야?”

“편의점 갔다가 과자 보이길래 몇 개 사 왔어.”


내가 좋아하는 사브레 쿠키로 봉지 가득 채운 것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봉지를 정리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오죽 답답했으면 저렇게 있겠냐는 마음.

정신없이 바쁜 나의 삶도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그의 인생도 다들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는 지금 멈춰있는 중이고 나는 내 속도로 살아가는 중이야. 우리 둘의 박자가 달라도, 내 삶은 멈추지 않아. “남편은 이렇게 해야 해. 가장은 열심히 늘 바쁘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에는 당연함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삶 속에서 당연함을 자꾸만 잊어버린다. 어쩌면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건데 말이다.

오늘은 남편이 좋아하는 매콤한 제육볶음에 묵은지 김치찌개를 끓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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