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양말

by 꼬망


온 가족이 모여 세배하는 날.

외삼촌 댁에 많은 사촌이

옹기종기 다 모였다.


특히 잘난 척하는 동생 재용이도 왔다.

지난번에 새로 산 게임기 자랑을

떠나갈 듯이 해서 기분이 상했다.


나도 새로 나온 딱지를 들고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오늘만은 지지 않을 거야.


외삼촌 댁으로 도착해서

여유롭게 딱지를 펼치려는 순간.

아뿔싸. 왼쪽 양말에

오백 원짜리 구멍이 났네.


재용이에게 들킬까 봐

발가락에 온 힘을 주고

콧구멍이 벌렁벌렁

가슴이 콩닥콩닥

한 명씩 나와서 세배하는 시간.


오늘은 정말 울고 싶은 날.

발가락에 온 힘을 줘서 구멍을

간신히 막고 있는 내가 세배할 차례다.


발에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이

의심스러운지 골똘히 쳐다보는

재용이가 오늘은 더 밉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가늘어진 목소리가 떨렸다.


양손을 아래로 내리면서

무릎을 꿇으며 절을 하는데

온 신경은 발가락에 몰려있었다.


고개를 숙일수록 구멍이 보일 세라

엉덩이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뿡.

순간의 정적이 흐른 뒤

어른들의 웃음이 넘쳤다.


순간 홍당무가 된 나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방귀 대장이 되는 건 괜찮아.

구멍 난 양말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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