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또하루
작년 12월 나의 첫책 카툰에세이 ‘하루또하루’를 출간했다.
20대 후반 나는 내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들고 싶었다.
결혼하고 13년 차 엄마가 되어서 이룬 출간의 꿈.
오랜 열망이었던 나의 첫 책의 반응은.......
작년 여름 출간얘기가 오가던 인지도가 있는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면 어땠을까.
출판사안에서 직접 홍보도 해주고 북토크등 홍보와 유통 전 과정을 케어받는다면
상황이 지금보다 조금 나았을까?
지금은 나의 책이 출간을 했는지 알 수도 없는 뜨뜻미지근한 시장반응에 마음이 쪼그라진다.
그때의 나는 독립출판을 선택했고, 책이 되어가는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공정을 내가 해야만 했다. 그 선택은 최선이었고 나도 아쉬움이 남았지만 임하는 과정에서는 후회는 없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온 이유였을까?
출간된 12월이 지나고 1월이 되었을 때 나는 많이 지쳐있었다.
다른 해야할 일들이 있어서 쉬어도 쉬질 못하고 있었다.
나만의 충전이 필요했는데... 그냥 집에서 멍하니 가만히 쉬고만 싶고
그냥 나만 좀 생각하고 싶었다.
너무나 지친 마음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갈 어떤 에너지도 남지 않았었다.
늘 본인사업으로 바쁜 남편은 아이들이 뒷전이었고.
남편도 하루 쉬는 주말이면 그냥 조용히 있고 싶어 했고. 아이들은 그렇게 방치됐었다.
그렇게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별 일정 없는 1월이 심심하게 지나가버렸다.
예전에 나였다면 친구네와 여행약속을 급하게 짜고 어디 새로운 놀러 갈 곳을 찾아 스케줄을 잡고 궁리를 하며 보냈는데 말이다.
얼마 전 큰아이가 수원스타필드 브롤스타즈 행사하는데 너무 가고 싶어 했다.
약속한 날이 벌써 내일이네.
아무래도 내 운전실력으로 두 아이를 데리고 거기까지 간다는 게 자신이 없어서
그냥 연휴 때 아빠랑 다 같이 가자라고 말했다
아이의 말 “그래요... 엄마 약속도 안 지키니까... 알았어요.”
“너 무슨 말이 그래? 엄마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그런 말을 하니?”
하며 내가 쏘아붙이니 아이가 흐느낀다.
올해 6학년이 된 나의 큰아이 준이가 큰 눈망울에 그렁그렁한 눈물을 보니 아이와 눈을 마주하고 앉았다.
“엄마. 친구들은 다들 어딜 간데요. 농구장도 가고 배구장도 가고, 펜션도 가고요.
누구는 이번에 일본에 다녀왔는데 친구들 놀 때 과자를 들고 왔어요.
나도 외국과자 사와서 친구들과 나눠먹고 싶다구요.
비행기도 타러 가고 펜션도 놀러 가는데 왜 우리는 아무 데도 안 가요?
그리고 스타필드 가자고 얘기한 것도 오래전인데.. 그것도 나중으로 미루고.... 흐흑"
‘‘아. 그래... 준이야.. 얘기를 들어보니 속상했을 것 같아. 근데... 엄마도 좀 몸이 안 좋았었어. "
진지하고 심각한 분위기에
”“엄마. 방학인데 어디 안 가고 집에만 있는 우리는 가족 백수인 것 같아요. 난 비행기도 한번 못 타봤는데...”
흐느끼는 아이 앞에서 순간 빵 터지고 말았다
“하하.. 가족 백수라.... 그렇게 느낄 수도 있었겠다.. 그래.. 초등학생이면 우리 아이 아직 어린데 엄마가 잘 살피질 못했구나. 미안해..
날선 마음이 누그러지면서 아이를 다그쳤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나에게도 휴식이 필요했는데
아이에게도 가족과 함께하는 쉼이 필요했다.
방학이니 부족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다그치고 아이마음을 살피지 못한 못난 내 모습이,,,
아이가 잠든 모습에서 보이니 마음이 아리다.
나의 일을 하기 이전에 나는 엄마고
지금의 나만 챙길 수 없음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것.
엄마로 산다는 건 그런거다.
지금 나는 외국과자를 사러 갈 수 있는 항공예약 버튼을 만지작거리며 깊어진 밤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