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롤라'가 알려주는 비하 없는 코미디

피식대학 영양군 영상 vs. 뮤지컬스타 Land of Lola 영상

by 박지수

빵송국의 성공, 피식대학의 실패에서 생긴 궁금증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q5ZQSQZTbqk

코미디언 이창호가 커버한 "Land of Lola" 영상이 유튜브 조회수 400만 조회수에 가까운(8월 12일 기준) 성과를 기록했다. 원래 음악을 이용한 유머를 좋아해서 뮤지컬스타 시리즈를 즐겨봤다. 그런데 이렇게 대박이 터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원래 뮤지컬스타는 나만 알고 싶었던 컨텐츠였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주는 컨텐츠가 된 것이다.

출처: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1215.html

내가 좋아했던 컨텐츠 중에는 피식대학의 '메이드 인 경상도' 시리즈도 있다. 경상도 출신이 아닌 사람(이용주)이 경상도 사람이라고 속이며 경상도의 여러 지역을 소개해줬던 컨텐츠다. 어이 없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영양군을 소개하는 영상이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이면서 시리즈도 끝나버렸다. 피식대학의 구독자 수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앞에서 인용한 구절에서 희극에는 반드시 ‘못된’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희극에서 ‘못된’ 사람이란 ‘사악한’ 사람이 아니라, 못난 사람 즉 덜떨어지거나 웃기는 사람을 말한다

마이클 티어노, <스토리텔링의 비밀> 219p.


이 두 영상이 떠오른 이유. 코미디에서 어떻게 비하가 성공적으로 사용되는지, 혹은 잘못 사용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위 인용문에서 이야기했듯 코미디에서 비하는 필수다. 웃음을 만들기 위해 평범한 상황, 인물을 비트는 과정에서 비하가 사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비하의 방법에 따라 그 효과는 극명하게 달라진다. 두 컨텐츠의 반응 차이가 그걸 보여주고 있다.



Land of Lola 영상이 비하를 사용한 방식: 뮤지컬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무한도전

Land of Lola 영상에서 이창호와 다른 코미디언들은 '뮤지컬 스타답지 않은' 모습을 연출한다. 노래 중간에 음이탈을 내거나, 이상한 춤을 춘다. 이렇게 웃음을 자아낸다. Land of Lola 영상에서 이창호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다 종종 굵은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해병대 군인처럼 말이다. 태권도 동작 같은 안무를 선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비하는 뮤지컬에 대한 비하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비하가 뮤지컬을 알리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부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뮤지컬스타 속 코미디언들은 비하를 주 목표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도 좋아하는 뮤지컬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 증거가 영상이 쌓이면서 같이 늘어나는 코미디언들의 노래 실력이었다.



피식대학 영양군 영상이 비하를 사용한 방식: 부조리 코미디(초현실 유머)


일반적 질서를 벗어난 엉뚱하고 기괴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 즉 초현실적인 상황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의 일종.

기존의 유머가 상황(set-up)이 해결되며 웃음 포인트(punchline)를 낳는다면, 초현실 유머에서는 아예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비상식적이거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리게 된다.

<나무위키 '초현실 유머'>


영양군 영상과 같은 메이드 인 경상도 시리즈 영상은 초현실적인 유머를 사용했다. 경상도 사람이 아닌 사람 이용주가 경상도인 행세를 하고 다니고, 경상도의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고향(?)에 대해 이야기를 푼다. 이용주와 같이 다니는 사람 중 실제 울산 출신인 김민수가 이용주의 헛소리를 바로잡는 모습도 있긴 하다. 그러나 이용주의 헛소리 자체를 틀어막지는 않는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ankGMxr8wY0

즉 메이드 인 경상도는 비하를 웃음의 중심에 두었다. 그래서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그 의도는 영상 속 코미디언 자신들을 비웃어달라는 것이었다. 경상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떠드는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그 의도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 의도를 앞세우지 않고도 성공한 1박 2일 영양군 편 영상이 있어서 그 실패가 더욱 뚜렷하게 다가온다.


2009년에 이 1박 2일 영상을 본방으로 봤었다. 강호동이 실제로 없는 책 <예능의 정석> 내용을 언급하며 입수하고, 어르신 분들이랑 퀴즈를 풀고. 재미와 감동을 둘 다 잡은 편이었다. 피식대학은 굳이 부조리 코미디를 할 필요가 없었다. 1박 2일 속에서 코미디를 만드는 전략을 잘 따라만 했어도 지금과 같은 부진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리

이야기했듯 코미디에서 비하는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이창호의 Land of Lola 영상이 웃기면서도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속에 드러났던 뮤지컬의 애정 때문이다. 뮤지컬스타에는 이창호뿐만 아니라 여러 코미디언들이 뮤지컬을 사랑하고, 뮤지컬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듬뿍 드러난다.


한편 Land of Lola 영상에는 어떻게 사람을 웃길지에 대한 고뇌가 묻어나온다. 어떻게 하면 원본을 비하하지 않고 사람을 웃길 것인지에 대한 고뇌. 그 고뇌가 Land of Lola 영상을 400만 가까운 조회수를 만든 것 같다. 이 영상을 계기로 사람을 웃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든 코미디언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