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란(1998)

개인은 이겼다, 근데 구조는 그대로?

by 박지수

뮬란 속 분리감

뮬란을 보고 묘한 분리감을 느꼈다. 주인공 뮬란 일행은 진지하다. 그들이 가진 목표, 가치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특히 뮬란은 작품 내내 여성에 대한 차별을 거슬러야 한다고 자기 용기를 통해 이야기한다. 그것만으로도 애니메이션에는 설득력이 부여된다. 그런데 그들을 둘러싼 세계가 한없이 가볍다는 게 문제다. 뮬란의 이야기에 대한 공감은 역설적으로 메시지와 배경 사이의 틈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뮬란 원작의 배경은 6세기 중국이다. 그런데 그 세계 안에는 역사적 맥락과 어긋난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뮬란이 흉노와 대결했을 때에 그것들이 드러난다. 뮬란은 그들과 싸울 때 화약 무기로 눈사태를 일으켜서 무찔렀다. 그런데 화약은 11세기에야 중국에서 사용되었다. 그리고 흉노는 6세기엔 이미 중국에서 없어진 이민족이었다. 뮬란이 묘사하는 세계는 그저 중국 비스무리한 유쾌한 세계다.


뮬란을 통해 시리어스한 테마를 전면으로 내세웠다면, 그 세계도 좀 더 시리어스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그 자잘한 흠들이 흠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왜냐하면 그래야 어떻게 뮬란이 당하는 차별이 작중 세계와 연관이 되는지를 면밀하게 돌아볼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인물과 세계가 따로 노니 뮬란의 의지가 붕 뜬 듯한 느낌을 준다.


분리감에 따라오는 다음 느낌

그래서 뮬란의 여정은 차별에 대항하는 여정으로 읽혀지지 않는다. 그저 뮬란은 특별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뮬란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이. 물론 이 말은 남자든 여자든 모두 특별하고, 능력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인정받는 방식은 여전히 체제 속에서 이루어진다. 황제는 모든 사건이 끝나도 반성 없이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뮬란을 어쩔 수 없이 인정은 해주지만.


분명 뮬란은 이처럼 차별은 만드는 구조에 초점을 두라는 요구를 하지 않는다. 세계는 가볍고, 뮬란의 호소는 가슴을 울린다. 뮬란 개인의 서사를 통해 '남녀 차별은 잘못되었다'는 걸 관객들이 아는 것. 그러면 의도는 충분히 이루어낸 것이다. 나는 그렇기에 더 구조가 변형되기를, 다음 뮬란이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