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죄냐고? 너무나 많이 (자기만) 사랑한 죄!

인물 분석: 한스 웨스터가드(겨울왕국)

by 박지수

한스는 사랑이 없는 인물이 아니다

서던 제도의 왕자 한스 웨스터가드는 엘사가 다스리고 있었던 아렌델 왕국을 집어삼키려 하는 야망을 가진 인물이다. 처음에는 안나를 사랑하는 척하다 안나가 엘사에게 공격을 받고 목숨이 위험해지는 순간, 그녀를 배신하고 아렌델의 정권을 장악하려 한다. 하지만 한스가 아렌델을 차지하려는 시도는 단순한 야망이 아니라 그가 처한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목표였다.


1번째, 그는 왕으로서의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 엘사가 북쪽 산으로 도피했을 때, 아렌델에는 겨울이 찾아왔다. 안나도 엘사를 찾으러 북쪽 산으로 떠난다. 이 때 한스는 추위로 고생하는 아렌델 주민들을 위해서 땔감과 식량을 나눠준다. 아렌델의 주민들은 이걸 보고 한스를 아렌델의 지도자로 인정해준 것이다. 한스는 엘사와 안나의 부재 속에서 아렌델을 안정시켰다.


2번째, 한스의 배경이다. 한스는 안나에게 자신에게 13명의 형이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13명의 형들 속에서 한스에겐 서던 제도의 왕좌에 오를 기회가 없었다. 한스는 열등감과 강박을 품게 되었고, 마침 아렌델이 기회로 찾아온 것이다. 아렌델은 엘사는 왕 위에 오른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한스는 그 틈을 노린 것이다.


한스에겐 왕으로서 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능력, 자신에게 찾아오는 기회를 잡는 행동력이 있었다. 그 능력들을 발휘하지 못하는 환경에 있었던 게 문제였다. 한스는 이래서 아렌델 왕국에 온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한스는 안나가 마지막에 ‘사랑 없다’고 이야기했던 것과 달리 자신을 충분히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겨울왕국은 한스가 사랑이 없다 단정을 지을까?


문제: 한스는 남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

겨울왕국은 ‘얼어붙은 심장이 사랑으로 녹는 이야기’다. 엘사는 영화 내내 사람들과 거리를 뒀던 이유는 자신의 마법이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나는 자신의 희생으로 엘사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다. 엘사는 그 때부터 자신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안나는 올라프가 이야기한 대로 ‘상대가 원하는 것을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먼저 생각하는’ 사랑을 보여준 것이다.


한스도 엘사처럼 자신의 내면을 받아들이긴 했다. 문제는 그 사랑이 상대가 아닌 자신을 위한 사랑이었다는 것이다. 안나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그에게 키스를 요청할 때, 그는 키스를 해줬어야 했다. 안나는 그것이 자신을 구원하는 일이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스는 냉정하게 거절한다. 한스의 방향이 결정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다.


결국 엘사 자매와 한스의 차이는 사랑의 존재 여부가 아니다. 사랑의 방향이었다. 엘사와 안나는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스는 자기’만’ 사랑했다. 백성들에게 땔감, 식량을 나눠준 행동은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기 위한 태도였던 것이다. 영화는 이 차이가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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