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 집에서 새우구이 파티를 한단다. 친구네 집에는 아이가 둘 있지만 나머지는 다들 혼자 나오기로 했다. 출산 후 친구들이 집으로 놀러 온 적은 몇 번 있어도 혼자서 나가는 건 처음이다. 썸남이랑 데이트 약속이라도 잡은 것처럼 마음이 설렜다. 새우구이는 안주일 뿐, 수다가 메인이다.
모임날이 되었다. 외출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남편이 물었다.
“나도 따라가면 안 돼? 구석에서 애기 보면서 가만히 있을게.”
혼자서 아기를 보는 게 불안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아기를 데리고 나가면 제대로 못 놀 게 뻔했다.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는 게 살짝 불안하긴 했지만 약해지려는 마음을 붙들었다. 나도 매일 혼자 아기를 보는데 남편도 하루쯤은 혼자 봐도 된다. 남편과 딸의 눈망울을 외면한 채 집을 나섰다.
내가 집이 제일 먼데 친구네 집에 1등으로 도착했다. 설레는 순으로 일찍 출발했나 보다. 가방을 내려놓으려는데 친구가 말했다.
“B는 남편이랑 애기랑 같이 온대.”
“으잉? 나는 우리 남편이 따라오고 싶다는 걸 못 오게 했는데.”
“그럼 너네 남편도 오라 그래.”
여자들끼리 수다 파티인 줄 알았는데 가족동반으로 바뀐 모양이다. 매몰차게 뿌리쳤던 남편의 눈동자가 떠올랐다. 왠지 미안했다.
그때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유식을 다 먹고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는 딸의 모습이 영상통화 화면에 비쳤다. 친구네 가족이 난리가 났다.
“꺄악! 귀여워. 남편이랑 애기도 오라 그래!”
“이모. 애기 데려와요, 빨리.”
싫었다. 나는 혼자 놀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샌가 남편과 아기를 부르는 걸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결국 남편이 아기 짐을 싸서 후발대로 출발했다. 나는 분명 혼자서 친구네 집으로 출발했는데 또다시 남편과 아기가 함께 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걸까.
처음에는 나쁘지 않았다. 딸은 낯도 가리지 않았고, 언니, 오빠들과도 잘 놀았다. 새우구이 냄새가 좋았고, 친구들이 돌아가며 아기를 안아주었다. 이만하면 성공이다.
새우를 세마리 정도 먹었을 때였다. 팽이가 사단을 일으켰다. 아기에게 팽이를 보여주고 싶었던 친구 아들이 딸의 코 앞에서 팽이를 돌렸다. “쉬잉!”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팽이에 기겁을 한 딸은 집이 떠나가라 울어댔다.
손을 닦고 딸을 안았다. 팽이가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딸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시간을 보니 배도 고프고 졸릴 시간이었다. 분유만 먹이고 나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 생각했다. 배가 부르면 졸려할 테고, 그러면 다시 새우 파티에 합류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딸은 젖병을 한번 입에 물었다가 대차게 뱉어버리고 점점 더 크게 울었다. 낯설어서 그런 걸까.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에 들어갔다. 그래도 운다. 더워서 그런가. 옷을 벗기고 부채질을 해줬다. 소용이 없다.
친구의 딸이 귀를 막았다.
“아, 시끄러워.”
딸이 통곡을 하는 바람에 모임을 망치게 생겼다. 아무도 대화를 할 수 없고, 다들 딸이 신경 쓰여 먹지도 못 한다.
딸을 담요로 싸서 집 밖으로 나갔다. 남의 동네 놀이터를 서성대며 아기를 달랬다. 그렇게 우는 딸을 달래는 데 꼬박 한 시간 반이 걸렸다. 먹지도 않고 한 시간 반을 울 수 있다니 우리 딸 체력도 좋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 동안 멘탈이 너덜너덜해졌다. 친구네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아침보다 부쩍 늙어있었다.
친구네 집에 들어갔더니 새우 파티는 끝나 있었다. 음식을 남겨놓은 친구가 내 입에 뭐라도 넣어주려 했지만 먹히지가 않았다. 얼음물이나 한잔 들이켜고 딸이랑 같이 쓰러져 자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이 하나 더 있었다.
처음으로 혼자 외출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었던 남편이 분유를 한번 먹을 분량만 챙겨 왔다. 그 분유는 따님이 입만 댔다가 버려놓은 상태라 다시 먹일 수 없었다. 이미 수유시간은 한참 전에 지났다. 자는 딸을 차에 태우고 가다가 중간에 깨서 배가 고프다고 난리가 나면 해결이 안 된다. 어떻게든 분유를 구해서 먹이고 가야 했다.
남편은 분유를 구하러 나갔다. 딸이 먹는 분유는 흔한 분유이건만 동네 마트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다. 남편은 차를 몰고 대형마트로 향했다. 거기에도 우리 아기가 먹는 분유가 없단다. 그 동네 사는 사람들은 아기도 안 키우나. 출산 후 50일 만에 끊은 모유를 다시 쥐어짜고 싶은 심정이었다. 심청이 아버지가 젖동냥 다니는 것도 아니고, 분유를 구하러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닌 남편은 아침보다 다크서클이 진해져 있었다.
엄마, 아빠를 한껏 늙게 만들어놓고 딸은 새근새근 잘도 잤다. 그동안 친구들과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한 명은 저녁 약속이 있다고, 한 명은 집에 가서 밥 차려야 한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허무하게 외출을 마치고 돌아와서 나는 훌쩍훌쩍 울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남편과 딸이 친구네 집으로 출발하기 전으로 돌리고 싶었다. 그랬다면 나는 친구가 만들어준 샹그리아를 마시면서 새우구이를 먹고, 시답잖은 이야기에도 박수를 치며 깔깔거릴 수 있었겠지.
그날 먹었던 새우의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출산 후 첫 홀로 외출이 될 뻔했던 그 날의 모임에서 기억나는 건 딸의 통곡뿐이다. 내 친구네 새우구이는 무슨 맛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