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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메디아 May 08. 2022

대망의 1차 면접

2019년 5월의 나

2019년 어린이날에는 해방촌에 놀러갔다


행운이 따랐는지 지원한 5개 기업에 모두 서류합격을 하였고, 그 중 4곳의 필기시험에 응시하여 모두 합격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재수없어할 일이지만, 병원에 다니면서 하루하루 힘겹게 채용 과정을 겪는 나에게는 그 당시 누군가에게 자랑할 겨를이 없었다. 최종합격 전까지 집에도 따로 알리지 않았다. 병원 잘 다니고 있겠지, 라고 가족들은 생각하고 있었을 테지만, 당시에는 몸이 너무 피곤해서 환자로서 병원에 가야 할 지경이었다.


운이 좋게도 필기시험에 모두 합격하였는데, 그 이야기인 즉슨 내가 4곳의 면접에 응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보통 필기시험은 주말에 있어도, 면접은 평일에 있다. 나처럼 이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독 같은 일이다. 다니고 있는 회사에 '면접 보러 가야되니까 오늘 하루 출근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결국 내 연차휴가를 소진해야되는데, 2019년 5월 초 기준 나는 고작 3일의 휴가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4개의 기업 중 '원데이 면접', 즉 1, 2차 면접을 보지 않고 면접을 한 번으로 끝내는 기업은 N모 기업뿐이었다. 나머지 3곳은 면접 2번이니, 보수적으로 나는 최대 7번의 휴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흘의 휴가를 반차 2번으로 쪼갠다 해도 6번이니, 결국 기회비용을 고려한 적절한 선택과 포기가 필요해보였다.


지금은 태연하게 쓰지만, 그때는 미칠 노릇이었다. 필기시험을 다 합격해도 문제였다. 사실 당장의 시험만 합격하기를 바랐고, 실제로 이루어지니 기뻤으나, 뒷일은 생각하지 않았던 터라 더 고민이었다.


그 때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님 그냥 짜증나는 불행이라 해야 할까. A매치 금융공기업의 1차 면접 날짜와 K모 기업의 1차 면접 날짜가 5월 15일(수)로 딱 겹쳐버렸다. A매치 금융공기업의 1차 면접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종일 진행되었기 때문에, 아무리 용을 써도 K모 기업 면접은 갈 수가 없었다. 따라서 나는 A매치 금융공기업의 1차 면접에 참석하기로 결정하였고, 자연스레 K모 기업의 면접은 포기하게 되었다(아까워..).


고로 남은 기업은 A매치 금융공기업, N모 기업, S모 기업. 이렇게 3군데였다. 향후 일정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5월 9일(목) : S모 기업 1차 면접

5월 15일(수) : A매치 금융공기업 1차 면접

5월 17일(금) : S모 기업 최종 면접  

    5월 20일(월) : S모 기업 최종 결과 발표  

5월 21일(화) : N모 기업 원데이 면접  

    5월 22일(수) : A매치 금융공기업 1차 면접 결과 발표  

5월 28일(화) : A매치 금융공기업 최종 면접  

    5월 30일(목) : A매치 금융공기업 최종 결과 발표  

    6월 4일(화) : N모 기업 최종 결과 발표  


애초에 회사를 주 5일로 다니면서 이 기업들의 면접을 일일이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을 지도 모른다. 당시 대학병원은 5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카네이션을 제작하고 뿌리는 일을 우리 부서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었고, 나도 그 일에 동참하여 정신없이 업무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철저하게 면접 준비를 한다? 지킬 앤 하이드도 아니고 이중생활을 제정신으로 해낼 수가 없었다. 즉, 나에게는 업무시간이 곧 면접 준비였다. 아저씨 아주머니들을 상대하면서 그들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내 할 말 다 하는 용기를 얻어갔던 것이다.


과연 내가 위에서 열거한 면접에 다 참석할 수 있었을까? 답은 앞으로의 서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 S모 기업 1차 면접 (5.9)


본사 18층에서 치뤄졌던 1차 면접은 총 5명이 한 조를 이뤄서 토론 면접과 집단 면접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토론 면접은 "공공기관의 보수체계"를 주제로 25분 가량 자료를 읽고 30분 정도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적당히 똑똑하되 눈에 띄지 않게 얌전한 스탠스를 취하기로 결심했다. 그렇다고 아예 말을 안하면 그대로 떨어지는 지름길이니까 적절적절하게 행동했다.


집단 면접의 경우, 5명이서 들어가 4명의 면접관 앞에서 면접을 보는 통상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질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 기업의 경영목표를 말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본인이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말해봐라.            

              이전 직장에서 이직하려는 특별한 사유가 있나?            

              집단이 성과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길거리 산책도 뚜벅뚜벅


2. A매치 금융공기업 1차 면접 (5.15)


살면서 본 면접 중에 가장 어려웠다. 아침부터 본사에 찾아가서 대기 타다가 연수원으로 버스 타고 다 같이 이동, 오후 5시까지 Full로 달렸다. 휴대폰과 개인 짐도 반납하고, 가져온 서류나 문서도 일절 볼 수가 없었다. 미리 뭐라도 외워갈 걸, 후회 막심이었다.


크게 PT 면접과 인바스켓 면접이 있었고, 대기시간에 짜잘한 과제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쉬지 말라는 인사팀의 계시.. PT 면접은 주제가 주어지면 10분 정도 생각한 뒤 2분 동안 답을 떠들어대고 8분 간 자기소개서 관련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사실 PT 면접때 채용을 포기하려고 했다. 왜냐하면, 자기소개서를 쓸 당시 실패경험에 '작년 A매치 최종탈락'을 쓰는 바람에, 8분 내내 면접관들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진짜 칼로만 안 찔렀지, 내 몸에선 피가 줄줄 나오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자기소개서에 다른 회사 최종 탈락한 것을 적는 바보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난 진짜 그 당시 나에게 뼈저렸던 실패경험이 그것이었기 때문에, 솔직하게 적었다. 정말 솔직했다. 솔직한 만큼 대가가 따랐다. 내 인생 최고의 임기응변이 발휘되었고, 땀은 삐질삐질 났다. 채용을 포기할 만했다.


인바스켓 면접은 실제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된 과제 3개를 40분 동안 해결하고, 20분 간 면접관들과 입씨름을 하는 면접이었다. 과제 3개를 해결해나갈 때는 자신이 생각한 해결 방향, 구체적인 과정을 다 써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부족했다. 그래도 어찌저찌 다 써내려갔고, 20분 동안 문답을 하면서 면접관들한테 또 탈탈 털렸다. 이 놈의 면접은 그냥 하루종일 털리다 끝나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순간순간 병원에서 팀장님, 대리님들과 이야기하면서 늘었던 능글맞은 대화 스킬이 발휘되었다. 그들이 털면, 그들의 '털음'이 일리있음을 인정하면서 내 의견도 슬며시 끼어넣는 고도의 스킬이었다. 나의 겸손함과 함께 영리함도 어필하는 스킬. 그것이 면접에는 필요했다.


그 외 짜잘한 과제들은 변별력이 없었고, 글도 길어지니 생략하겠다.





아무래도 A매치 금융공기업의 경우에는 오랫동안 이 회사만을 바라보고 준비해 온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우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는 면접 도중에 우는 사람도 있었다더라. 그만큼 간절했나보다. 한편으로는, 나도 그 정도로 간절해야 하나 싶었다.


털레털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 연차휴가가 오직 하루 남았음을 직감했다. 적당히 붙고 적당히 떨어져서 연차휴가를 완벽하게 하루만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당장 내일부터 또 근무 시작이었다. 나는 A매치 금융공기업 준비생이기 이전에, 엄연한 대학병원 정규직 교직원이었고, 그 임무에 충실해야 했다. 집중은 충분히 흐트러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본질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나가면서, 또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S모 기업 1차 면접 합격


A매치 금융공기업 1차 면접 합격


(다음)


<A매치 금융공기업 입사 공유의 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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